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A 업체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홍만표’라는 이름이 파다했다. 홍만표가 누굴까 했는데 주주명부를 통해 확인해 보니까 엘리트 검사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 바로 그 사람이더라. 어떻게 그런 사람이 A 업체의 주주인지 정말 희한한 노릇이다.”
A 업체의 피해자 측 한 관계자는 홍만표 변호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미 홍 변호사는 잘 알려져 있던 셈이다. 이후 해당 사실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여론과 법조계에서는 고위 전관이자 ‘서초동 스타’였던 그가 불법 다단계 논란 업체에까지 관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분위기다.
A 업체에 대한 피해 대책을 마련해 온 다단계·투자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측은 지난 26일 A 업체의 주주명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주명부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전체 1650명의 주주 중 159번째로 이름을 올렸으며 2만 4533주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 변호사의 부인 이 아무개 씨 역시 2만 4533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당 500원의 가격을 고려하면 각각 1200여만 원의 금액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주명부는 2013년 9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돼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홍 변호사는 A 업체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 투자자라는 시각부터 좀 더 끈끈한 커넥션이 있었다는 관측까지 갖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홍 변호사가 A 업체의 ‘법률 자문’을 봐주면서 인연을 맺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주주명부가 작성된 당시 A 업체는 불법 유사수신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올라 있었다. A 업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어미 돼지 1마리당 500만 원가량을 투자하면 새끼 돼지 20마리를 낳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만여 명으로부터 240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 A 업체 최 아무개 대표는 횡령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횡령 및 사문서 위조 등 그 범행 경위나 수법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횡령액도 거액임에도 피해회복 조치가 없고 시종일관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구제역 후유증이나 돼지 출하가격 폭락 등 급박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범행에 이른 것은 참작할 바가 있다. 또한 실물 돼지 거래가 수반돼 불법 유사수신이라 볼 순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곳곳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만표 변호사 이름이 있는 A 업체 주주명부 출처 =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홍 변호사가 뒤에서 힘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투자 피해자는 “A 업체 영업실장이 ‘홍 변호사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다”며 “홍 변호사가 법적 문제를 도와준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홍 변호사는 이 사건 재판에 선임되지는 않았다. <일요신문>이 재판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홍 변호사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뒷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홍 변호사가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주식을 ‘수임료’ 명목으로 받고 전관의 힘을 쓴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A 업체 피해자 측 관계자는 “당시 A 업체 측에 정식 선임된 전관 변호사 중 한 명 역시 2만 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이 법정 싸움을 위한 일종의 보은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홍 변호사는 A 업체가 재판을 받기 이전부터 A 업체에게 ‘법률 자문’ 등 변호사비 명목으로 4억 원대의 돈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1년~12년 홍만표법률사무소 매출(수입수수료) 현황 문건’에 따르면 A 업체는 2011년 홍 변호사에게 5000만 원, 2012년에는 3억 60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 4억 1000만 원이다. A 업체가 2009년에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설립 2년 만에 홍 변호사에게 거액의 변호사비를 전달한 것이다.
홍 변호사와 A 업체의 연결고리는 이것뿐만은 아니다. A 업체가 투자를 받기 위해 2013년 인수한 투자회사 B 사의 경우에도 홍 변호사가 1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 사의 주주명부에도 홍 변호사의 이름이 존재한다. A 업체뿐 아니라 관계사까지 투자를 한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홍 변호사는 2011년부터 A 업체와 인연을 맺었고, 2013년까지 주주로서 관계사 투자에까지 참여하는 등 상당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상전 바실련 대표는 “홍 변호사와 업체 간 끈끈한 연결고리가 확인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 받고 귀감이 되어야 할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불법다단계 혐의로 2000여 명에 달하는 서민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불법 금융다단계 업체의 주주로 있었다는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A 업체에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현재 대규모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A 업체에 밝혀지지 않은 비리를 종합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김 대표는 “아직도 피해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피해회복이 거의 전무하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철저하게 대응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A 업체 사건은 1, 2심 판결이 마무리되고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대법원 2부에 배당돼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의 판결과 더불어 향후 홍 변호사와 A 업체 간의 여러 의혹들이 진실로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대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에서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법 감정을 충분히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요신문>은 홍 변호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등을 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특수통’ 후배들에게 특수수사 받는 신세로 ‘노무현 수사 검사’ 홍만표 서초동 스타에서 몰락까지 풀스토리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몰래 변론’과 ‘탈세’, ‘정운호 게이트’ 의혹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 퇴임 이후에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막힘없이 답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말문이 막혔던 순간이 있었다. ‘특수부 출신으로서 특수부 수사를 받는 심경’을 물었을 때다. 홍 변호사는 참담한 표정으로 “이루 말할 수 없다. 많은 심정이…”라고 답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20년간 몸담은 ‘친정’인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홍 변호사는 이날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홍 변호사는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치며 검찰 대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정국을 뒤흔든 굵직한 수사도 거의 그의 몫이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1997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가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사건,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 사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10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 당시 검찰 측 논리를 세웠던 그는 협상이 뜻대로 안되고 건강까지 악화되자 과감히 사표를 던져 후배 검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일부 후배들 사이에서는 “퇴임 후 존경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배”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2011년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연평균 100억 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며 ‘최고의 전관’, ‘서초동 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승률이 좋으니 사건 의뢰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서초동에서는 그의 높은 승률에 “검찰이 그에게 진 빚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개업 2, 3년차에 사건 수임을 거의 ‘싹쓸이’ 하는 고지에 이르자 “돈독이 올랐다”,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법조계 일각에서 점점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터진 이른바 ‘정운호 법조 게이트’는 추락의 전초였다. 홍 변호사의 이름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정운호 게이트의 ‘8인 로비 리스트’에 ‘H 변호사’가 등장했을 때부터다. 모두 그를 지목했지만 그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기 꺼려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검찰 역시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의 막대한 소득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소득을 중심으로 탈세 및 부당 변론, 법조 로비까지 의혹이 증폭되자 지난 10일 검찰은 홍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때부터 홍 변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정운호 대표로부터 받은 거액 수임료부터 과거 변론을 맡은 사건까지 도마에 올랐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김광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 회장 등의 사건을 정식으로 수임하지 않고 막후에서 맡아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2012년 변론을 맡은 CTS 감경철 회장 사건은 당시 유야무야됐던 수사와 더불어 의혹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요신문>은 당시 감 회장 측이 회사 자금을 동원해 홍 변호사에게 4억 6000만 원의 변호사비를 전달한 사실을 단독 보도(5월 17일 온라인판)하기도 했다. 과거 변론에서 시작된 의혹은 점점 홍 변호사 일가의 재산 증식 의혹으로 번져갔다. 특히 홍 변호사가 용인, 성남, 평택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가 150억 원에 달하는 120여 개의 오피스텔을 보유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불법 다단계 논란 업체에 주주로 있으면서 4억대의 변호사비를 받은 사실이 <일요신문>을 통해 처음 밝혀지면서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한편 홍 변호사와 검찰과의 치열한 수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홍 변호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와 특수1부 부장검사는 모두 홍 변호사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후배들이다. 이동열 3차장검사(사법연수원 22기)는 2009년 홍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지휘 라인에 있던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으로 근무했다. 이원석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2000년 홍 변호사가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평검사로 수사 지휘를 받은 바 있다. 홍 변호사는 자신이 수사기법을 전수해 준 ‘특수통’ 후배들에게 특수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박] |
고객들에 돼지 분양…1만여 명 2400억 피해 불법 다단계 논란 A 업체는? 1999년 설립된 A 업체는 육류 가공 및 저장처리업을 기반으로 ‘돼지 위탁사업’에 주력했다. 돈을 받고 고객들에게 돼지를 분양해 새끼돼지를 낳으면 그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연 매출 1200억 원대로 한때 국내 양돈업계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불법 유사수신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A 업체 광고. 출처 = A 업체 당시 A 업체에 피해를 입은 회원들은 공식적으로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공식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액만 2400억여 원에 달한다. 검찰에 기소된 A 업체는 그해 11월 법정에 섰다. A 업체 대표 최 아무개 씨 등 임직원 13명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죄목은 횡령, 불법 유사수신 행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알선수재 등 다양했다. 당시 검찰은 “서민을 울린 범죄”라고 설명했다. 1, 2심 재판부는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횡령 혐의만 인정, A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현재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편 기자와 통화한 A 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표가 재판 중이지만 영업은 계속하고 있다”며 “홍만표 변호사와 관련된 건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