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 에스윈은 건물관리 ‘블루에셋’의 성장세로 매각설이 의미를 잃고 있다. 일요신문DB
매출보다 ‘서프라이즈’했던 건 영업이익이다. 에스원은 전년 동기(397억여 원) 대비 34.64%가 증가한 534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29일자 ‘산업브리프’를 통해 “무형자산 감가상각비가 전년 대비 80억 원 감소해 손익 개선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실적 공시로 ‘삼성 지분 매각설’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삼성그룹이 일본 SECOM(세콤)과 합작해 만든 경호·보안업체 에스원은 5월 27일 현재 코스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조 7700억여 원에 달한다.
에스원은 일본 세콤이 지분 25.65%(974만 738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 측에선 계열사 삼성SDI(419만 681주)와 삼성생명(203만 476주)이 각각 지분 11.03%, 5.34%를 갖고 있다. 이외에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화재도 에스원 주식 36만~72만 주를 갖고 있다. 삼성 측 전체 지분율은 20.93%다.
그간 에스원은 그룹 내 ‘비핵심 계열사’라는 이유로 언론이 꼽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전자·금융·바이오 중심의 사업 구조로 재편 예정인 삼성이 ‘선택과 집중’이란 슬로건 하에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삼성은 ‘광고업체’ 제일기획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해외 에이전시들과 접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국적 광고업체와 (매각을) 협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제일기획 외에 추가적인 ‘빅딜’은 없다”고 밝혔지만 삼성카드·삼성증권에 대한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에스원을 포함해 비핵심 부문 매각 얘기가 나온 지 3년가량 됐다”며 “어지간한 삼성 계열사는 하나같이 매각 이슈에 시달렸다. 그런데 삼성카드나 삼성증권이 매각됐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아니면 말고 식의’ 매각설을 띄워 득을 보는 곳이 어디겠느냐. 나는 삼성 밖의 일부 증권사(혹은 종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 각 상장 종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반대급부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에스원의 사업부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보안시스템 서비스 부문, 둘째는 건물관리 서비스 부문이다. 올 1분기 에스원은 보안시스템 분야에서 3535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7.9%가량 성장한 것이다.
앞서 국내 보안시장 포화 등으로 상품판매 증대에 어려움을 겪었던 에스원은 몽골, UAE, 싱가포르, 호주 등에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기관 주도의 보안 SI사업 등을 수주하며 계약 규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1분기 기준 보안시스템 서비스 가입 유지 건수는 56만 9000건, 올해 1분기에는 60만 5000건까지 늘었다.
건물관리는 에스원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핵심 사업 부문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시스템 세콤과 연계한 건물관리 상품 ‘블루에셋’은 넓은 의미에서 자산관리 서비스 범주에 들어간다”며 “최근 외부 전문 인력 영입 등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에스원은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이 물꼬를 튼 2014년 1월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로부터 건물관리 서비스 부문을 양수하고, 신규 계약자 유치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NS홈쇼핑 사옥, 판교 알파돔시티 등 ‘빅마켓’ 공략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라진성 연구원은 “고마진의 계약을 수주해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커지면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아진 건 에스원으로서 호재다.
앞의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 지점에서 에스원 지분 매각설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에스원의 블루에셋이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면 세콤 등 보안서비스 부분은 SK텔레콤과 일본 세콤에 넘길 수 있고, 블루에셋은 삼성SDS로 넘긴다는 게 PM(자산관리) 쪽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매각설의 근거는 지난해 에스원이 보안 분야 ‘핵심 자산’을 삼성SDS로 매각한 데서 비롯됐다. 2015년 9월 에스원은 종속회사인 (주)시큐아이 지분 전량(52.18%)을 삼성SDS로 매각했다. 이 거래로 삼성SDS는 국내 최대 보안솔루션 개발 회사를 거머쥔 반면 에스원은 보안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다소 잃게 됐다. 때문에 에스원이 장기적으로는 보안업에서 철수하고, 블루에셋 등을 통해 자산관리 시장에 ‘올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재계와 증권가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의 에스원 지분 매각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스원의 현금 보유량은 올 1분기 기준 1823억 원으로 주주 배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에스원 2대 주주인 삼성이 대량의 현금 확보가 가능한 알짜 매물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거란 설명이다.
특히 에스원은 보안 및 자산관리 서비스 가입자로부터 매달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앞의 보안업계 관계자는 “만약 에스원 지분이 일부 매각되더라도 삼성 내 사업 재편이 대부분 마무리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