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직접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부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반면 당국은 ‘삼성중공업만 예외로 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각 조선사의 신규 수주 물량이 줄어든 사실은 분명한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인력 감축 등의 자구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7.62%)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 계열사 지분을 모두 더하면 총 지분율은 24% 안팎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삼성 측도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중이다. ‘고래싸움’에 휘말린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앞서 이 부회장은 미래 신사업 구상을 밝히며 전자·금융·바이오 부문을 포함시켰다.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는 화학·방산 부문을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비핵심 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현재로서 제일기획 외에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은 없다. 삼성 측은 “시중의 매각설은 모두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사업 재편 대상이 아닌 계열사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폐지 위기를 맞자 “사재를 출연하겠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채권단의 만기 연장이 사실상 불가피하기 때문에 삼성이 산업은행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만에 하나 ‘만기 연장 불가’ 통보를 하면 그 부담은 삼성중공업이 떠안게 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중공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그룹 재편 과정에서 끊임없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경영 간섭이 심해지면 삼성으로서는 삼성중공업을 유지해야 할 명분도 약해지는 것이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를 봤을 때 삼성중공업을 전부 매각하진 않겠지만 조선해양과 E&I(건설), 해외 현지법인 등이 일부 정리되거나 분할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