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서울시내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반면, 경유차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정부가 지난 담뱃값 인상 논란처럼 경유값 인상으로 세금만 걷어드리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행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부처 간에도 경유값 인상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이같은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던 환경부, 기재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 차관회의가 돌연 취소되고 이달 말로 예고됐던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 대책 발표도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 중 하나로 경유차를 지목하며 수요 억제를 위해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인상을 통한 경유값 인상을 미세먼지 종합 대책의 주요 골자로 할 방침이었지만 기재부가 산업계 위축과 물가 상승, 증세 논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간의 이견차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유차의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96만대)이 전체 등록 차량의 절반(52.5%)을 넘어서는 등 경유차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연비와 싼 기름 값 때문에 경유차주의 상당수가 생계형 화물차와 승용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유값 인상에 신중한 분위기다. 또한, 지난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서민 증세 논란을 크게 의식한 듯하다.
환경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특단의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을 직접 언급한 것처럼 환경부는 경유값 인상으로 휘발유와 가격차를 없애 경유차 운행 감축과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환경부가 내놓은 운행제한지역(LEZ) 확대, 매연저감장치 설치, 노후 차량 조기 폐차 보조금 지급 등의 대책만으로는 미세먼지 저감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2007년 정해진 현재의 휘발유값 대 경유값 비율인 100대85를 휘발유 가격을 조금 낮춘 95대90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유값 인상에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부가 경유값 인상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미세먼지 문제는 경유차의 비중보다 중국, 몽골 등의 사막화와 산업화로 인한 대기질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실례로 화력발전소에서도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추가 승인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세금 인상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화력발전소를 계속 증설하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 비율(올 1분기 기준)을 들어 미국 112 등과 비교하는 것은 경제체질이나 산업구조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산유국이자 휘발유차량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우리 수준인 점을 예로 든 것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지난 담뱃값 인상 이후에도 끊임없이 비난이 이어지는 등 경유값 인상 역시 서민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화물차 등 수송수단의 상당수가 경유차인 만큼 수출경쟁력 약화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화물차와 특수차의 90%이상이 경유차로 경유값 인상시 서민 자영업자와 제조업체 및 유류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생계형 화물차주들의 부담만 가중될 거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기재부는 정부의 세금 인상 대신 저공해 인증 차량과 유로5·6 등에 면제 혹은 유예돼 있는 환경부의 준조세 환경개선부담금(차종에 따라 연간 10만~30만원)을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류세는 교통세의 15%만 환경 개선에 투자되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은 100% 활용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한 시민은 “경유값 인상 논란보다 정부가 경유차의 배출가스 조작 대응과 미세먼지에 대한 관리 부실이 혼란과 갈등만 부추긴 것이 아니냐”며, 꼬집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부처 간 현실적인 종합대책을 통해 미세먼지로 촉발된 경유값 인상을 서민 증세로 인한 세수확보가 아닌 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임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