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광적인 팬들의 반응에 ‘강심장’ 김연아도 경기 내내 긴장을 했다. | ||
기자들의 관심은 결과 발표 직후 보인 김연아의 눈물이었다. 김연아는 웬만해선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눈물이 지난 3월, 스웨덴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고관절 부상으로 5위로 밀려났을 때였다.
김연아는 경기 전부터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라는 데 대해 부담을 많이 가졌다. 더욱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제대로 보답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몸을 풀기 위해(웜업) 링크장을 들어서자 상상했던 것 이상의 함성과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다. 김연아는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실 거라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었고 몸을 풀 때 많이 당황했다”라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열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김연아가 체험한 팬들의 열광적이다 못해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반응은 힘보다는 부담으로 더 다가갔다. 점프를 성공할 때는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의 함성을 지르다 러츠에서 실수했을 때는 아쉬운 탄식의 소리가 김연아의 귓가를 맴돌았다.
지금까지 숱하게 국제대회를 치렀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서 연기를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점수를 기다리는 동안 김연아의 심정은 복잡다단했던 것이다. 김연아는 “막상 좋은 결과가 나오자 긴장이 풀려서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어머니 박미희 씨가 김연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첫 대회에서 크게 긴장한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던 박 씨는 김연아를 안아주면서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인배 김슨생’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김연아지만 ‘안방’에서 선보인 국제무대는 여러 가지 점에서 그한테 마음의 짐을 안겨준 것만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