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내 두산과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 ||
야구
올해의 프로야구는 13년 만의 500만 관중 돌파로 신바람을 냈고, 예상 밖의 올림픽 금메달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히어로즈 사태 때문에 프로야구는 마치 허리춤에 시한폭탄을 매단 것처럼 불안한 상황 속에서 굴러왔다.
▶▶ 김경문 감독의 고뇌
지난 8월 두산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예선 리그 포함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남자 구기 종목 사상 첫 쾌거를 이뤄내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그러나 사실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직전까지 속이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 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감독은 베이징으로 날아가기 전 지인들에게 “최소 동메달은 따야 한다. 올림픽을 망치고 포스트시즌까지 엉망이 되면 난 올해 재계약 못하고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감독은 올해로 3년 계약이 끝나는 상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 감독은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김 감독으로선 올림픽에서 자칫 노메달에 그칠 경우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상의 성적이었다. 금메달을 따는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이 보여준 뚝심과 믿음의 야구는 사회 전반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국민 감독’이란 최고의 호칭을 선물받았다. 포스트시즌에서 SK에게 1승후 4연패로 맥없이 물러났지만 ‘국민 감독’은 올가을 3년짜리 재계약에 성공했다.
▲ 신상우 전 KBO 총재와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 | ||
정규시즌 막판 KBS 인기 프로그램인 ‘1박2일’ 제작진이 사직구장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날 클리닝타임 때 ‘1박2일’ 출연자들이 그라운드에 나가 펼친 10여 분간의 이벤트 때문에 뒷말이 많았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바람에 ‘야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왜 야구장을 찾아가서 경기 진행을 방해하느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이날 중계를 맡은 MBC ESPN의 허구연 해설위원이 강한 어조로 ‘1박2일’ 팀을 비난하면서 또 다른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날 약간의 사연이 있었다. 경기 전 MBC ESPN이 롯데 측에게 경기 중 방송 카메라를 더그아웃 근처까지 들여갈 수 있도록 요청했다. 홈런이나 득점 상황 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롯데 측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연결된 케이블에 선수가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위험해서 안 된다는 얘기였다. 결국 MBC ESPN은 포기했다.
그런데 정작 ‘1박2일’ 팀의 공연 이벤트 때에는 KBS 쪽 카메라가 경기장에 편안하게 들어가 촬영을 했다. 이때문에 MBC ESPN 측에서 화가 났고, 그래서 롯데 구단과 ‘1박2일’ 제작진을 비난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 히어로즈, 난파 위험성
올 초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고 신생팀 히어로즈가 창단됐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네이밍 마케팅’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기반 위에서 탄생된 히어로즈는 시즌 내내 천덕꾸러기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 와중에 박노준 전 단장이 사퇴한 뒤 다시 SBS 해설위원으로 컴백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단장으로서 메이저리그식 팀 운영을 장담했지만 거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이 사퇴한 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와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장석 대표는 사석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박노준 단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박 전 단장의 사퇴 이후 그가 소개해 채용됐던 구단 내 몇몇 직원들도 함께 사표를 써야했다.
히어로즈는 얼마전 프로야구 가입분납금 24억 원을 KBO에 냈다. 때문에 구단 살림살이가 다소 안정돼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팀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놓고 고개를 젓는 야구인들이 대부분이다.
▲ 트레이드 파문의 당사자 장원삼. | ||
11월 중순부터는 삼성 라이온즈가 온통 뉴스의 초점이 됐다. 우선 히어로즈로부터 장원삼을 트레이드해오는 시도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KBO 유권해석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정말 난처해진 건 삼성 구단의 고위층이었다. 장원삼 트레이드는 그룹 최고위층에까지 보고가 된 사안이었다. 때문에 고위층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연이어 삼성을 곤란하게 만든 사건은 일부 선수들의 인터넷 바카라 도박 파문이다.
올 초 괌 전지훈련 때부터 바카라 도박에 선수들이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몇 선수들이 수천만 원의 돈을 땄다는 점이다. 그런데 웹사이트 운영자 측에서 선수들이 딴 돈을 송금시켜주지 않았다. 때문에 한두 선수들은 운영자에게 연락을 취해 “사기 아니냐, 고발하겠다”고 따져 물었다. 더 웃긴 건 운영자였다. “불법적인 해킹을 해서 돈을 딴 것 아니냐. 자꾸 이러면 구단에 사실을 알리겠다”고 선수들에게 협박했다고 한다.
물론 불법 해킹은 없었다. 일반인에 비하면 해외 전지훈련 때 카지노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몇몇 선수들이 요령껏 거액을 딴 것이다. 하지만 웹사이트 자체가 불법인지라 되돌아온 건 협박뿐이었다. 결국 돈을 딴 선수들도 입금받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 가을 검찰 수사에서 해당 웹사이트가 적발되면서 삼성 선수들도 걸려들어가게 됐다.
장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