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 유상무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여성은 “유상무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5시간이 지난 후 이 여성은 신고를 취소했다.
유상무 측은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벌인 해프닝”이라고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약 1시간이 지난 후 이 여성은 돌연 다시 유상무를 고소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더불어 자신은 유상무의 여자친구가 아니며 몇 번 만나지 않은 사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성폭행 미수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유상무. 수사 결과를 떠나 그는 이미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금은 누구 한 명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이 여성의 경우도 신고를 취소했다가 다시 신고하는 행보가 석연치 않다. 쌍방 간 모종의 거래가 진행되다가 성사되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발생됐다고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경찰 역시 취재진의 숱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아직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떠나서 유상무는 이미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신규 프로그램까지 방송을 앞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놨다. 게다가 그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체 일선에서도 물러났다. 사실상 대외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떠나 유상무는 긴 자숙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려보면 연예계에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배우 박시후은 2013년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하며 논란을 빚었다. 당시 박시후는 드라마 <역전의 여왕>과 <공주의 남자>, <청담동 앨리스> 등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며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한류스타였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박시후는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이 사건은 몇 개월 후 고소한 여성과 맞고소했던 박시후가 나란히 고소를 취하하며 마무리됐다. 그러나 사건 진행은 끝났지만 연예인으로서 박시후의 시련은 시작이었다. 주로 일본, 중국 등 해외 활동을 하며 간간이 소식을 전하던 박시후가 케이블채널 OCN <동네의 영웅>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당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시후는 “후회한 적 없고 앞으로 활동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 자신에 대해 쌓아가는 시간이었다”며 “꿈만 같다. 다시 이런 자리 설 수 있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고 만족하면서 촬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며 박시후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배우 윤은혜와 찍은 영화 <사랑후애>도 개봉이 두 차례 연기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경우 소송이나 분쟁이 끝나도 일상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며 “사건을 기억하는 팬들의 반감이 존재하고 안티팬들이 지속적으로 활동 중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심리적 타격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시후는 OCN ‘동네의 영웅’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당시 모델 이지연과 걸그룹 출신 다희는 이병헌에게 함께 술을 마시며 찍어놓은 음담패설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현금 50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그 해 9월 구속 기소됐다.
이병헌은 협박을 받은 직후 곧바로 신고했다. 두 사람은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적 판단으로 볼 때 이병헌은 피해자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유부남인 그가 스무 살이나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보낸 문자 메시지 등의 내용을 봤을 때 그의 행동이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병헌은 CF 제안이 뚝 끊겼고, 영화 <협녀:칼의 기억>은 흥행에 참패했다.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내부자들>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역시 이병헌”이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그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부정적 댓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원조 아이돌 그룹인 HOT의 멤버 이재원 역시 2008년 성 스캔들에 휘말린 이후 활동을 전면 중단했고,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가수 이수는 방송과 뮤지컬 복귀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고개를 떨궜다.
또한 연예병사 복무 기간 중 안마시술소에 출입했던 가수 세븐과 상추 역시 실추된 이미지를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추는 전역 후 “순수 마사지만을 목적으로 안마시술소에 방문하였다가 불법행위 없이 10여 분 만에 미리 지급하였던 금액을 환불하여 업소를 나왔다”며 “이는 감사팀에서 확보한 CCTV 자료로도 입증된 부분인데 군인 신분은 인터뷰가 금지돼 있어 해명할 기회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드물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사회는 성과 관련된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며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 성추문에 휩싸이면 사실상 재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