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메콩강의 밤물결.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메콩강의 본래 이름은 Mae Nam Khong. 줄여서 메콩이 되었습니다. 티벳에서 ‘모든 강의 어머니’로 불린 것처럼 강은 캄보디아 국경에 다다르며 유속은 아주 느려지고 강폭은 바다처럼 넓어집니다. 크고 작은 섬들이 하늘의 별처럼 수놓은 메콩은 그 섬들을 품으며 고요히 흘러갑니다. 제가 소속된 탐사팀은 팍세를 떠나 씨판돈의 반나까쌍(Ban Nakasang)까지 왔습니다. 각 섬으로 갈 수 있는 항구마을입니다. 여기서 보트를 타고 돈뎃(Don Det) 섬으로 들어갑니다. 이 섬은 작지만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렴한 숙소가 많습니다. 숲속 산책로를 걸으며 강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바라봅니다. 우기에 접어드는 탓인지 밤새 비가 쏟아집니다.
돈뎃에서 다리로 연결된 섬이 돈콘(Don Khon)입니다. 조용하고 볼거리가 있는 섬입니다. 작은 폭포도 있고 프랑스 식민시절에 건설한 철도도 있습니다. 희귀종인 민물 돌고래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습니다. 씨판돈에서 가장 큰 섬은 돈콩(Don Khong)입니다. 남북으로 약 12km에 이르며 마을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삽니다. 섬과 섬 사이로 긴 조각배들이 한데 모여 고기를 잡고 있는 풍경이 이채롭습니다.
고요하게 흐르던 메콩강이 바위 협곡을 만나면서 급류로 바뀐다. 콘파펭 폭포는 수량으로 동양 최대다.
바다처럼 넓은 강, 별처럼 많은 섬의 나라 씨판돈. 고요히 흐르던 강도 좁은 바위 협곡을 만나면서 급류로 바뀝니다. 동남아에서 수량으로는 가장 큰 콘파펭(Khon Phapheng) 폭포입니다. 바위와 협곡을 넘실거리며 쏟아내는 폭포수의 소리가 웅장합니다. 이렇게 메콩강은 갖가지 모습으로 각 나라에서 사랑을 받는 강이 되었습니다. 좁고 아름다운 수많은 지류들로 수량을 만들어냅니다. 슬로보트가 다니는 루앙프라방의 평화로운 일몰, 검고 붉은 노을의 비엔티안 강가, 깊고 푸른 참파삭의 밤물결, 황토빛과 옥빛으로 흐르는 팍세 강변, 고요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씨판돈. 마침내 라오스를 흐르는 메콩강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금 인도차이나의 상징인 메콩강은 여러 가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선 생태계의 변화와 환경의 파괴입니다. 상류인 중국에서 댐을 건설하자 유엔환경계획(UNEP)은 ‘댐건설로 메콩강의 유량이 변화하고 수질이 악화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최근엔 라오스가 북부지역에 댐 건설을 추진하자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거세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씨판돈에서는 섬과 섬 사이로 다니는 보트 타기와 카약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라오스는 아직 인구가 700만 명이 채 안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어딜 가도 평화롭고 청결합니다. 강을 따라 사는 국민들이기에 강을 닮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자동차도 여행객도 줄어들어 더욱 한적합니다. 수도 비엔티안과 가까운 방비엥과 비교가 됩니다. 제가 보기엔 남부가 더욱 한가롭고 아름다운 여행지가 더 많습니다. 남과 북을 관통하는 13번 도로는 텅빈 채 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길고 긴 라오스 여정도 이제 끝날 것입니다.
메콩강 콘파펭 폭포를 지나 10분 남짓.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지대입니다. 메콩강 라오스 구간 1900km를 다 달려왔습니다. 우리가 탄 픽업 자동차는 라오스 번호판입니다. 운전자가 한국인이니 자동차는 ‘여권’이 따로 있어야 통과합니다. 배낭여행자들과 자동차들이 수속을 밟기 위해 줄지어 서있습니다. 국경을 넘기 위해 기다리며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국경이 있습니다. 서로 넘지 못할 산악지대도 있고 손에 닿을 듯한 숲길도 있습니다. 같이 가지 못하는 길도 있습니다. 머나먼 그대여, 이제 인도차이나의 여름은 끝났습니다. 여름은 무덥고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메콩강의 밤물결 소리, 폭포 소리, 우기에 접어든 세찬 빗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국경을 강물처럼 흘러 그대의 강변에 닿을 때, 그 출렁이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