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건강걷기대회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임준선 기자
건강한 생활습관이라고 하면,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게 ‘걷기’다. 실제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 워킹화가 날개 돋친 듯 팔릴 정도로 걷기운동이 대유행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에 좋다고 믿어선지, 하루 1만 보를 넘어 “2만 보 이상 걸었다”고 자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리한 걷기운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의 아오야기 유키토시 박사는 “확실히 걷기운동은 건강에 좋다. 그러나 건강효과에 대한 한계점은 1만 보로, 그 이상 걸어도 효과는 커지지 않는다”면서 “더욱이 피곤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이 걸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칠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있다. 아오야기 박사는 일본 군마현 나카노조 마을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5000명을 1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걸음 수와 중강도의 운동(빨리 걷기) 시간에 따라 질병을 예방하는 경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령 하루 평균 4000보, 중강도 운동시간이 5분 이상인 사람은 요양이 필요하다거나 우울증을 앓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또한 하루 평균 5000보, 8분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은 치매와 심질환, 뇌졸중 발병률이 압도적으로 낮았으며, 7000보에 15분 이상 운동을 할 경우 동맥경화와 암, 골다공증의 발병률이 떨어졌다. 8000보에 2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은 고혈압과 당뇨병 발병률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덧붙여 비만과 메타볼릭신드롬(대사증후군)에서 효과를 거두려면 1만 보 걷기와 30분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단, 1만 보 이후에는 아무리 걸음 수가 많아져도 질병 예방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억지로 무리하게 걸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걷기운동법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해 아오야기 박사는 “비만체형이 아니라면 하루 8000보와 중강도 운동 20분을 하는 것이 몸에 가장 적합한 움직임”이라고 조언했다. 걸음 수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 출퇴근길에 빠른 속도로 걷는다든지 평소 워킹을 생활화하는 것이, 오래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이다. 특히 저녁에는 가벼운 걷기운동을 추천한다.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운동부족일 경우 갑자기 무리하게 되면 몸을 해칠 수 있으니, 우선은 4000보부터 시작해 2000보씩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걷기 다음으로,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건강습관은 바로 활짝 ‘웃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TV 버라이어티쇼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컷 웃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마저 든다. 문제는 웃지 못 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불면증 같은 정신적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천식, 순환기질환, 소화기질환, 당뇨병, 요통, 아토피성 피부염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처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마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고, 교감신경을 우위로 만들어 몸을 긴장시키는 것이다. 또한 혈압과 혈당치를 올려 전력으로 싸울 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우위에 있으면 면역체계의 균형이 무너져, 결국 각종 질병이 우리 몸을 위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병에 걸리기 쉬운 이유다.
이런 교감신경 우위 상태를 부교감신경 우위, 즉 휴식상태로 만드는 것이 ‘웃음’이다. 환하게 웃으면 뇌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같은 물질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면역력도 높아진다. 물론 웃음만으로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많이 웃으면 심장과 폐 등 주요 장기에 좋은 영향을 끼쳐 다양한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억지로 웃어도 진짜 웃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행동이나 감정을 따라하는 신경세포가 있다고 한다. 이를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부른다. 설령 괴롭더라도 거울을 보면서 미소를 지어보자. 그러면 우리의 뇌도 따라 웃는다. 그럼에도, 도저히 웃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실컷 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웃음과 마찬가지로 울음 역시 부교감신경을 우위로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또 눈물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도 한다. 괴롭고 속상할 땐 거울을 보며 미소 지어라. 그리고 눈물 나는 영화를 보면서 실컷 울어라. 심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웃음과 눈물에 견줄 만한,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노래를 들 수 있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합창단에 소속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장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외에 “노래를 부르면 심장과 정신 건강이 증진되고 호흡기와 순환기, 면역기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의 가장 큰 건강효과는 호흡기능 개선이다. 폐활량은 2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떨어지는데, 평소에는 그 기능 저하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기침 하는 힘이 쇠약해져 고령자의 경우 폐렴을 앓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노래를 부르면 숨을 깊이 들이쉴 수 있어 호흡기능이 향상되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따라서 합창단원이나 노래방을 즐겨 찾는 고령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호흡기능이 단련되는 것이다.
다만, 노래할 때 이마와 목에 핏대가 서지 않도록 주의하자. 핏줄이 서는 것은 울혈의 사인이다.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노래를 부르면 목의 근육이 정맥을 압박해 머리 쪽의 혈액이 심장으로 내려오기 어려워진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혈압이 오르고, 최악의 경우 뇌중풍을 일으킬 수 있다. 목이 편안한 상태로 노래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제일이다.
한편 치매 예방에는 악기 연주가 아주 효과적이다. 도호쿠대학의 시게타 나오미 교수는 특히 고령자들에게 리코더를 추천했다. 리코더는 악보를 보면서 다섯 손가락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뇌의 여러 영역을 사용하게 한다. 따라서 뇌 트레이닝에 제격이라는 것. 더욱이 자연스럽게 복습호흡이 되므로 일석삼조다. 덧붙여 시게타 교수는 “중년의 경우 뇌 트레이닝을 목적이라면, 지금껏 배운 적 없는 악기를 시도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