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류현진은 어깨의 관절와순 중 상부관절와순이 찢어진 것을 봉합하는 슬랩(SLAP) 수술을 받았다. 오랜 재활 과정을 거쳐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월 말 불펜피칭을 하다 통증을 느낀 후 잠시 재활을 중단했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었고, 4월 중순에는 사타구니 통증으로 또다시 재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꾸준한 불펜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거치면서 류현진은 5월 16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첫 실전 피칭을 치렀다. 두 차례 싱글A 마운드에 올라 3이닝 45~50개의 투구수를 소화한 류현진은 트리플A팀이 원정 경기를 치르는 프레스노로 이동했고 4이닝, 55개의 투구수에다 구속을 90마일(145km)까지 끌어올리며 가장 만족스런 피칭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서 어깨 부위의 가벼운 통증으로 다음 스케줄이 미뤄진 상태다.
그러나 류현진은 세 번째 등판 다음 날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어깨 부위에 가벼운 통증을 느꼈고 네 번째 등판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류현진의 예상치 못한 통증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가 6월 중순에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재 상태를 보면 다소 지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세 번째 등판을 현장에서 지켜본 한 특파원에 의하면 류현진의 부상 재발이 경기가 벌어진 환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LA에서 트리플A팀 경기가 벌어진 프레스노는 차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그날 경기가 오후도 아닌 오전 11시에 펼쳐졌다. 류현진이 프로 데뷔 후 오전 11시에 공을 던진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류현진은 LA에서 새벽 출발해 오전 9시, 프레스노에 도착했고 잠깐 몸을 풀고선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거기서 4이닝 55개의 공을 던졌고,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90마일이 넘는 공을 던진 것이다. 그 후유증이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어깨 통증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마이너리그에서 두 번째 재활 등판을 했을 때만 해도 류현진은 싱글A팀 선수들을 위해 LA에서 돼지갈비 바비큐 음식을 직접 준비해 갔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보통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과정을 거칠 때 그곳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을 상대로 식사 대접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류현진은 다른 음식 대신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갈비 바비큐를 준비했고 미리 아는 식당에 주문한 뒤 차에 싣고 야구장으로 향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재활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구속도 90마일까지 나왔지만 약간의 통증으로 등판이 연기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 류현진이 느끼는 통증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전체 재활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심각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LA에 있는 류현진 측근을 통해 현재 류현진의 몸 상태와 등판 재개 일정에 대해 알아봤다. 류현진의 측근은 “외부에서 걱정하는 만큼 결코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 번째 등판 후 류현진이 느낀 통증은 수술 부위가 아닌 주변부 근육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본다.
“어떤 이상 증세가 나타난 게 아니다. 등판 이후 선수가 불편함을 호소했고, 보호 차원에서 등판을 미룬 것이다. 류현진도 재활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무리하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끼면 프로그램을 멈추고 몸을 디테일하게 체크받는 게 맞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곧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내 어깨 수술 권위자인 박진영 네온정형외과원장은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을 때 류현진의 어깨를 진찰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일본에서 류현진의 수술을 담당한 LA 다저스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직접 만난 일화를 들려줬다.
“닐 엘라트라체 박사와 함께 일본의 한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을 상대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그를 만나 자연스레 류현진 선수와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았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의 어깨 상태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더라.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수술 부위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류현진의 어깨를 직접 보고 수술했던 주치의가 다른 이도 아닌 한국의 전문의에게 과장되게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게 아니겠나.”
박 원장은 수술한 선수라면 누구나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통증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복귀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 선수가 한화에 있을 때 어깨를 검사해본 적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아주 좋았다. 그 선수는 유연성이 뛰어난 편이다. 투수는 수술받고 통증이 사라지면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부상이 재발하는 바람에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선수가 여유를 갖고 재활에 임해야 한다. 유연성이 좋은 선수인 데다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 어려운 시간들을 잘 극복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박 원장은 또한 슬랩 수술을 하고 투수가 구속을 올리다 보면 주변 근육들이 조금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래서 현대 의학에선 슬랩 수술보다는 재활 치료를 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류현진이 수술을 택한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슬랩 수술 이후 이전의 구속을 회복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의학적인 조사나 통계에서도 그 부분이 잘 설명돼 있다. 복귀한다고 해도 구속에 대해선 욕심을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구속 이외에 류현진은 투수로서 장점이 많은 선수다. 의사 이전에 나도 류현진 선수의 팬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를 빅리그 마운드에서 보고 싶다.”
한편 류현진의 복귀를 기다리는 이들은 미디어, 팬들 외에 다저스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다저스 선수들은 <미주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류현진과 가장 많이 배터리를 이룬 포수 A.J.엘리스는 “네 투구를 받고 싶다. 빨리 돌아와서 더 재미있게 경기하고, 즐겁게 지내자”라고, 칼 크로포드는 “투수 전력이 다소 떨어졌다. 지금이 바로 현진이가 필요한 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평소 류현진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한국어로 “힘내”라고 말하면서 류현진이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하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