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는 법 ‘코셔(Kosher)’에 대한 식품인증 기준의 일부분이다.
코셔 인증기관은 전세계적으로 약 300개에 이르며 각 기관별로 다른 인증마크를 사용한다. 사진은 코셔 인증마크들.
코셔란 유대교 음식에 대한 율법을 지칭하는 말인 히브리어 카쉬롯(Kashrut)의 영어식 표현으로 ‘옳은·합당한’의 뜻을 갖고 있다. 현재는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인식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코셔 인증은 이스라엘 랍비청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유대교 랍비(유대교의 율법교사에 대한 경칭)에 의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합격 점수에 도달해야 부여된다. 코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증기관에서도 인증서를 발급한다. 코셔 인증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0여 개에 이르며 각 기관별로 다른 인증마크를 사용한다. 코셔 인증을 받기 위해선 식재료와 식품 생산 설비, 제조 방법이 모두 현장을 방문한 인증기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충족해야 한다. 인증 기간은 1년으로 매년 점검받아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인증기준이 엄격해 코셔식품은 안전과 건강을 생각한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코셔 인증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카콜라를 비롯해 크래프트, 유니레버, 네슬레 등 식품대기업이 코셔 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또 코스트코, 월마트 등 대형 소매점은 물론 스타벅스 커피 등 대기업 식음료 체인에서도 코셔 인증을 받은 제품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5 이스라엘 코셔식품시장 심층조사>에 따르면 현재 코셔 시장의 세계 규모는 약 2500억 달러(한화 295조 500억 원)로 추산된다. 세계 유대인 인구는 약 1400만 명(전 세계 인구의 0.21%)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 수에 비하면 코셔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코셔식품을 유대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찾고 있다는 증거다. 식품업계에서는 앞으로 코셔식품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코셔 인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코셔 인증 식품은 대상 청정원의 천일염이다. 인증을 취득한 2011년의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5% 증가해 코셔마크의 위력을 맛봤다. 고려인삼공사, CJ제일제당 등도 코셔 인증을 취득했다.
코셔 인증을 획득한 국내 기업 제품들.
지난해에는 대상 FNF 종가집이 코셔 인증을 획득해 세계 코셔 시장에 한국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대상 FNF 종가집 관계자는 “코셔 인증 획득 이후 코스트코와 같은 해외 대형 유통사와 입점 계약을 맺었고, 현재는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코셔 인증의 효과를 전했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 코셔 인증에 대한 전략이 제시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24~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할랄‧코셔 등 신 시장 수출 정책 및 사업에 대한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만 해도 코셔 제품이 시중 유통제품의 절반을 웃돌 만큼 거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한식도 코셔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코셔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미국의 코셔 인증기관 Ok Kosher 이용선 한국지사장은 “국내에서 코셔 인증을 받은 기업은 CJ, 대상 등 대기업 위주이고 중소기업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세계무대에서 한국 식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코셔 인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T 관계자는 “코셔 인증은 취득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까다로우며 1년마다 재인증 절차를 거쳐야 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갖는 부담은 (대기업보다) 더 클 것”이라며 “하지만 일단 인증을 획득하면 그것 자체로 큰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코셔 인증을 받는 것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용선 지사장은 “할랄 붐이 일었을 때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증을 받아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했던 것처럼 무작정 코셔 인증에 나선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코셔 인증을 받았다가 별다른 효과가 없자 1년 뒤 인증 갱신을 안 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또 “오히려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어떤 품목에 코셔 인증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추장, 참기름 등 원재료 중심으로 인증 과정을 거친다면 투입되는 원료가 간소하고 제조 과정이 간단해 코셔 인증을 받는 데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T 관계자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한국 식품을 수입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며 “코셔 인증을 지원하기 위해 인증기관과 협약 등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인턴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