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구조조정 당시 동양에서 해임된 미등기임원들은 근로자에 해당되며, 서면 통지 없이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수십억 원대의 줄소송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우진)는 동양에서 이사대우 및 상무보 등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정 아무개 씨 등 7명이 동양그룹 회생관리인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에서 “해고는 무효”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5월 25일 밝혔다.
정 씨 등은 지난 2013년 11월 동양그룹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당시 ㈜동양 각 사업본부의 본부장 등을 맡았다. 동양은 정 씨 등 12명 임원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시행을 법원에 신청, 허가를 받았다. 정 씨 등은 인사발령일인 11월 30일보다 앞선 16일 동양에서 퇴사했다.
이후 이들은 동양이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자신들을 “서면 통지 없이 해고했다”며 이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까지도 “미등기임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동양그룹이 이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며 “이들에게 총 11억 1136만여 원의 급여를 지급하라”며 “복직 때까지 1인당 월 500만~8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동양 측은 원고 7명 중 2명에 대해서만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다. 5명에 대해서는 패소를 인정하고 법원의 지급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인해 동양을 상대로 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동양은 지난 2013년 초 미등기임원이 35명에 달했지만, 동양그룹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14년 초에는 10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들 해임 미등기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어떤 절차를 밟았느냐에 따라, 이들 역시 동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될 경우 동양으로서는 수십억 원의 손해를 더 볼 가능성이 있다.
이들 미등기임원의 해임 및 소송 과정에서 동양 회생관리인 경영진의 관리체계 문제도 지적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동양은 정 씨 등 미등기임원들 해임 과정에서 서면통지를 하지 않고 사직서도 받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이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았느냐에 따라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법정에서 싸워볼 수는 있다”면서도 “법에서는 근로자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보기 때문에 미등기임원을 근로자로 보는 판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임 과정에서 서면이나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지 않은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실수다”라며 “그럼에도 처음 소송이 제기될 당시 앞서의 해고를 취소하고, 다시 미등기임원들에게 서류로 해고를 통보했으면 그것으로 상황이 종료됐을 것이다. 그것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따로 주인이 없었던 경영진의 관리체계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왜 동양이 이렇게 대처를 했는지 의아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양 사태 이후 법정관리 졸업 등 상황이 호전돼 가는데 이런 관리체계 미숙으로 손해를 보고 부실이 생기면 직원들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