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 예상은 3강(티브로드, 신안천일염, 포스코켐텍), 2중(Kixx, 화성시 코리요), 4약(한국물가정보, SK엔크린, 정관장 황진단, BGF리테일CU)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이제 2라운드가 지났을 뿐이지만 선두는 2승의 SK엔크린이 치고 나왔고 선두권으로 예상했던 티브로드와 포스코켐텍은 출발이 좋지 않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한 한국바둑리그의 초반을 분석해봤다.
올해 한국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 18라운드 경기를 벌여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상위 4팀을 확정짓게 된다.
작년 우승멤버 5명 전원을 사전지명으로 보호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티브로드는 올해도 모든 전문가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우승후보지만 출발은 좋은 편이 아니다.
1라운드부터 삐걱거렸다. 정관장 황진단을 상대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믿었던 1지명 박정환 9단부터 흔들렸다. ‘떠오르는 해’ 신진서를 상대한 박정환은 좀처럼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고 시종 끌려 다녔다. 신진서가 성장했다한들 아직은 역부족일 줄 알았는데 첫 라운드부터 보란듯이 박정환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5월 랭킹 6위, 다른 팀 같았으면 1지명을 맡았을 2지명 이동훈도 상대 5지명 박진솔에게 덜미를 잡혔다. 다행히 3~5지명이 승리를 거둬 간신히 승점을 가져왔지만 이어진 2라운드까지 운이 좋진 못했다. 역시 비교적 쉬운 상대로 꼽히는 SK엔크린을 맞은 티브로드. 하지만 이번에도 이동훈이 문제였다. 안성준과의 2지명 맞대결에서 시종 유리하게 국면을 이끌었지만 종반 역전패를 당하면서 본인은 물론 팀 승리도 날려버리고 말았다.
바둑TV의 이현욱 해설자는 “박정환, 이동훈 두 선수가 뛰어나긴 하지만 계속 이길 수는 없다. 게다가 3지명 김승재 선수의 컨디션이 이전만 못한 데다가 이번 시즌 다른 팀들의 전력도 많이 향상돼 티브로드로선 올해가 지난 2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개막전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미래 권력’ 신진서(왼쪽)가 ‘현재 권력’ 박정환을 밀어내고 개막전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티브로드와 함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하다는 평을 들었던 포항 포스코켐텍의 부진도 뜻밖이다. 포스코켐텍의 부진은 진단이 쉽다. 1지명 최철한 9단의 부진이 연패로 이어졌다.
최철한은 1라운드 2-2 동점인 상황에서 Kixx의 3지명 허영호에게 패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정관장 5지명 박진솔에게 지면서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선수 지명식을 마치고 “올해는 정말 원하는 대로 선수들을 뽑았다. 이 멤버라면 당연히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겠다”고 했던 포스코켐텍의 김성룡 감독은 두 번 연속 팀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1지명의 부진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다만 최철한이 6일 열린 중국 갑조리그에서 탕웨이싱을 꺾은 것은 위안거리. 3라운드부터는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SK엔크린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9개 팀 중 처음으로 연승에 성공하면서 초반의 강자로 부상했다. 이현욱 해설자는 “사실 SK엔크린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3~5지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허리가 한층 단단해졌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전력이라면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SK엔크린은 박영훈, 안성준, 민상연, 이태현, 강승민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2위 신안천일염은 이세돌, 조한승, 목진석의 1~3지명 트로이카가 나란히 승점을 얻어내며 한국물가정보와의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4지명 신민준과 5지명 이호범은 1라운드에서 승리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밥값(?) 이상은 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들이어서 올해도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편 신생팀 BGF리테일CU(CU)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강동윤, 이지현, 이원영, 류민형, 최정으로 구성된 CU는 1라운드에서 화성시 코리요에 1-4 대패를 당했다. 3지명 이원영만이 승리를 거뒀을 뿐 나머지는 모두 패했다. 특히 여자 기사로는 유일하게 ‘1부리거’가 된 최정은 박정상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초반 착각을 극복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최정의 스승 유창혁 9단은 “박정상 9단이 세계대회 우승자답게 반면운영이 뛰어났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최정 6단의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주요대국 더블헤더는 물론이고 국가대표 리그전도 일정 때문에 소화가 어려울 정도”라며 제자의 패배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것이 승부다’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총 규모 37억 원이며 우승상금은 2억 원이다. 준우승은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승자에게는 350만 원, 패자에게는 60만 원의 대국료가 주어진다. 매주 목∼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유경춘 객원기자
박정환 9단, 31개월 연속 랭킹1위 특히 박 9단의 4승은 모두 중국의 최상위권 기사들에게 거둔 것이어서 값어치를 더했다. 중국갑조리그에서 랭킹 1∼2위 커제, 스웨 9단과 10위 구리 9단을 꺾은 박정환 9단은 제21회 LG배 본선32강에서도 랭킹 9위 장웨이제 9단에 불계승했다. 한편 이세돌 9단은 4승 1패를 기록해 랭킹점수 9835점으로 2위 자리를 지켰다. 이 기간 동안 이 9단은 원성진 9단에 2연승하며 제17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우승하는 등 알파고 대결 이후 9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제21회 LG배 본선32강에서 동갑내기 라이벌인 중국의 구리 9단에게 불계패하며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10위권 내에서는 박영훈 9단이 5개월 연속 3위에 랭크됐고, 강동윤 9단과 김지석 9단이 순위를 맞바꾸며 4∼5위에 올랐다. 3승 3패의 평범한 성적을 거둔 이동훈 7단은 6위 자리를 유지했고,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꺾는 등 5전 전승을 거둔 신진서 5단은 7위로 한 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100위권 내에서는 7승 2패로 5월 한 달 최다승을 거둔 최정 6단이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리며 본인의 랭킹 최고 순위인 56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