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정부는 담뱃세를 무려 2000원이나 올렸다. 2014년 연말정산에서는 교육비, 의료비 등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되어 수많은 직장인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 내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더 이상 세금 낼 돈이 어디 있냐는 서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들은 세금이 많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는 담뱃값도 올리지 않고, 월급쟁이에게 세금을 더 뜯어내지 않고도 어떻게 나라 살림살이를 해 왔다는 말인가? 그 전에는 지금보다 법인세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로 대표되는 대기업 감세로 인한 세금 부족액은 6조 원에서 10조 원 내외로 추정된다. 담뱃세를 2000원 올리고, 월급쟁이들에게 1조 원을 더 추징해도 모자라는 금액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법인세를 올리든 말든 내가 내는 세금만 줄여 달라”고.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대기업이 내는 세금이 줄어든 만큼, 심지어 재벌이 절세한 세금까지도 고스란히 개인들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결국 나라 살림살이를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고, 우리는 누군가가 덜 낸 세금을 다른 누군가가 더 낼 수밖에 없는 제로섬(zero-sum) 구조에 갇혀 있다. 그 구조 속에서 월급쟁이와 영세 자영업자가 대기업과 재벌의 세금을 대신 내주고 있는 꼴이다.
국가 재정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논의를 해야 한다. 나라 살림살이가 갈수록 커져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면, 어떤 정책 수단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탐색한 후에 비교,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론을 내놓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세우는 방식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라고 강조한다. 주세와 부가가치세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무성하다. 이미 국책연구원을 비롯한 국가 단체가 주세 인상을 주장하면서 국민 여론을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납세자인 우리 모두가 국회의 세법 논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때, 국민들의 민의를 담은 조세법률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로부터 그러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찬수 기자 chanc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