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검찰의 연예계 성매매 수사는 엄청난 화제성에 비해 수사 결과는 많이 미흡했다. 그나마 유명 여자 연예인인 성현아를 약식 기소하는 성과를 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신인 내지는 무명 여자 연예인이었다. 일반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연예인 성매매에 해당되는 것은 성현아가 유일했지만 그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2013년 검찰의 연예인 성매매 수사는 각종 루머만 양산했을 뿐 별다른 성과는 없이 마무리됐다. 심지어 성현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는 법조계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성현아를 기소한 것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기도 했다. 그나마 성과는 브로커 강 아무개 씨를 사법 처벌한 것이었다.
올해 경찰이 다시 연예계 성매매를 수사했다. 이번에도 고리는 브로커 강 씨였다. 이를 통해 검찰은 유명 여가수 A를 약식 기소했고 A는 이를 받아들였다. 나중에 A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행위는 성매매가 아니었으며 강 씨에게 속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약식 기소를 받아들인 만큼 법적으로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했다. A의 사법 처벌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대중이 이름을 알 만큼 유명세를 가진 연예인이 성매매로 처벌받으면서 비로소 검경 수사를 통해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해당 사건의 성매수자가 또 다른 브로커를 통해 추가적인 연예인 성매매를 한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이번에도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수사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각종 비리사건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여자 연예인 성매매 의혹. 하지만 사건 본질과 무관한 사안이라 수사 선상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비리 사건 자체가 아닌 연예인 성매매로 별도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 역시 쉽지가 않다. 한 남성과 여자 연예인이 성관계를 가졌으며 금전이 오갔다는 정황이 포착될지라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매매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고 금전이 오갈 수도 있어 연인 관계였는지 스폰서 관계였는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3년과 올해 진행 중인 연예인 성매매 수사는 강 씨라는 확실한 브로커가 존재했기 때문에 성매매 수사가 가능했다. 성현아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낸 계기 역시 재판부가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강 씨를 성매매 브로커가 아닌 재혼을 위한 소개팅 주선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이런 브로커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연예 관계자들은 강 씨처럼 드러내 놓고 브로커로 활동하는 이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연예인 성매매가 계속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수사기관에서 걸러낼 수 있는 브로커는 가운데서 소개를 해주고 소개비를 받은 이들이다. 그런데 브로커를 통하는 경우는 수사를 통해 밝혀졌듯이 대부분 신인이나 무명, 지망생 등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급은 브로커와의 접촉 자체를 꺼린다. ‘그냥 잘 아는 사람’을 통한다. 연예계도 잘 알고 부유층도 잘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소개비도 안 받고 그런 일을 해주는 까닭이 궁금할 수 있는데 사실 그들이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보다 더 많은 걸 챙긴다. 그런 거 소개해주면 연예인은 약점을 잡힐 뿐아니라 고마움에 뭔가 부탁하면 다 들어줄 수밖에 없고 돈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사업에 큰 도움을 준다. 소개비 몇 푼 쥐는 브로커보다 훨씬 얻는 게 많은데 흔적이 안 남는다. 수사해도 나올 게 없다. 알고 지내면 서로 좋을 것 같아 소개를 해준 것뿐이고, 양측 모두 친한 사이다 보니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하는데 경찰이나 검찰이라고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연예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수년 전 유명 텍가라오케의 실소유자로 유명했던 한 사업가를 언급한다. 그는 텍가라오케를 운영하며 연예계 인사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으며 돈 많은 사업가와도 인맥이 두터웠다고 한다. 그는 사업상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 여자 연예인과의 은밀한 만남을 주선해주곤 했다. 소문이 나면서 돈 많은 남성을 소개받기 위해 텍가라오케에 자주 드나드는 여자 연예인이 넘쳐났다고 한다. 텍가라오케를 운영하며 별도의 사업을 벌인 그는 여자 연예인 소개를 고리로 돈 많은 사업가들의 도움을 받아 별도의 사업을 급속도로 성장시켰다. 이후 텍가라오케는 문을 닫았지만 그는 사업가로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브로커 인 듯 브로커 아닌 브로커 같은’ 인물인 셈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