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항자 삼성전자 전 상무
2007년 양향자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주요부서 중 하나인 DRAM 설계팀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M DRA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현재까지 메모리 부문 세계 1위다. 양 위원장이 DRAM 설계팀 재직 당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0 나노 공정의 2기가비트 DDR2 DRAM을 개발하면서 대용량 DRAM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양 위원장의 석사 학위 논문 제출 시점이 바로 이때다. 논문도 DRAM 관련 연구였다.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DRAM 인터페이스를 위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PLL(Phase Locked Loop : 위상고정루프)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2007년 10월 17일 제출된 이 논문은 ‘2.0Gb/s/pin 이상의 DRAM 인터페이스를 위한 Reference Clock-Based Locking Time을 갖는 Phase-Looked Loop’라는 제목으로, 요약과 참고문헌을 포함해 모두 21쪽 분량이었다.
그런데 이 학위 논문은 양 위원장이 공동저자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을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저자는 양 위원장과 그의 지도교수, 그리고 삼성전자 연구원 3명 등 총 5명이다. 이 논문은 학위 논문을 제출하기 전인 2007년 5월 대한전자공학회가 개최한 ‘2007 SOC 학술대회’에 ‘2.0Gb/s/pin 이상의 DRAM 인터페이스를 위한 Reference Clock-Based Locking Time을 갖는 Phase-Looked Loop’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으며, 해당 학회 학술지에 게재됐다.
양 위원장의 학위 논문과 이전 논문은 제목부터 내용, 참고문헌까지 같았다. 그림 8개와 이에 대한 설명 등 일부 내용이 추가됐지만 결론은 동일했다. 자신과 공동연구자의 논문을 사실상 그대로 제출한 셈이다. 그러나 양 위원장은 석사 학위 논문 어디에도 미리 발표된 논문인 점을 밝히거나 공동저자와 관련한 표시, 또 자신의 이전 저작물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인용 없는 중복 게재 등 연구 부정행위 또는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
두 논문을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대조한 결과, 학위 논문의 45%가 이전 논문의 내용과 동일했다. 특히 이 가운데 논문 요약은 토씨까지 동일했으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결론 부분은 94% 일치했다. 본문 내용은 물론, 추가된 그림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림도 모두 같았다.
양항자 전 상무의 석사 학위 논문 결론 부분(위)이, 학술대회에 발표된 공동연구 논문 결론 부분(아래)과 동일하다.
논문의 주제와 결론이 동일하지만 수치가 45%로 집계된 이유는 ‘카피킬러’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이 문장의 6어절 이상 동일해야 표절로 색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 위원장의 학위 논문과 이전 논문을 비교하면 6어절이 되기 전에 명사 하나가 바뀌거나 수식어나 조사의 위치, 서술어가 바뀌어 있다.
이를 감안해 두 논문을 직접 대조해 보면 프로그램에 색출되지 않은 내용도 거의 모두 일치한다. 예를 들어 양 위원장의 학위 논문 본문의 <제2장 DLL과 PLL의 비교>를 보면 ‘반면, PLL의 단점으로는 locking time이 길다는 것과 jitter를 누적하는 것이다. jitter 누적은 noise가 적은 power와 high loop band width로 극복할 수가 있다. 또한 DLL과 PLL의 장점을 조합하여서도 jitter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학술 대회에 발표된 이전 논문의 서론을 보면 ‘하지만, PLL은 locking speed가 느리고 jitter를 누적하는 단점이 있다. Jitter 누적 문제는 noise가 없는 power와 큰 loop bandwidth를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PLL과 DLL의 조합으로 jitter 누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식이다.
‘극복할 수 있다’를 ‘해결할 수가 있다’로 위치만 바꾸거나 영어 단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등 미묘한 조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치한다. 특히 새로운 내용이나 단어가 추가되지 않았는데도 같은 문장의 조사와 서술어 등이 바뀌어 있다는 점에서 “양 위원장이 학위 논문 심의 과정에서 표절 의혹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꿨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참고문헌에는 전부 옮기지 못한 흔적이 보인다. 이전 논문의 참고문헌 3번은 ‘[3] S. Ye and I. Galton, “Techniques for Phase Noise Suppression in Recirculating DLLs,” IEEE J. Solid-State Circuits, vol. 39, no. 8, Aug. 2004.’로 정확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학위 논문에는 ‘[3] S. Ye and I. Galton, “techniques for Phase Noise Suppression In Recirculating DLLs, ” IEEEJ. Solid-St’로 돼 있다. 참고 문헌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출됐음을 알 수 있다.
양 전 상무의 석사 학위 논문 그림·설명(위)이 이보다 앞서 학술 대회에 발표된 공동연구 논문의 그림·설명(아래)과 일치한다.
양 위원장은 학위 논문 작성 과정에서 또 다른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12월 숭실대학교의 한 교수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보고서의 <제4절 PPL(Phase Locked Loop. 위상고정루프)> 한쪽 전체가 학위 논문 서론에 엇비슷하게 차용된 것. 앞서와 마찬가지로 내용은 모두 같으나 조사와 수식어, 서술어 등을 바꾼 형태다. 역시 인용이나 출처 등은 없다. 논문을 살펴본 한 대학 교수는 “학위 논문은 앞서 발표된 내용이 아닌 것을 연구해 발표하는 것이 기본이다. 같은 데이터를 쓸 순 있어도 분석, 해석 방식과 결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학위 논문의 연구윤리 위반 판정은 해당 대학 연구윤리위원회에서 하고, 대학별로 규정이 다른 경우가 있다”면서도 “다만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나 지원 받은 논문들 가운데 앞서와 같은 사례가 나온다면 연구 윤리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도 “단순한 요건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조사를 할 만한 요인을 갖추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석사 학위 논문으로 작성‧제출됐는지, 공동 연구자들의 연구 업적을 침해했는지 등, 식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의 학위 논문은 성균관대학교 심의 과정을 거쳐 2007년 12월 정식으로 승인됐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당시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는 직접 한 게 맞다. 논문 제출 당시만 해도 관련 부문 경력만 20년이 넘었다. 삼성전자의 기술로 연구원 3명, 지도교수와 함께 칩을 만들었다”면서도 “당시 모든 대학원생들이 석사 기간 동안에 연구한 내용을 학술대회 등에 발표해야 졸업할 수 있었다. 앞서의 공동저자 논문도 학교에서 외부에 논문을 한 편 제출하라는 안내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석사 기간이 짧았다. 2년차에 논문을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상 새로운 연구를 또 할 수 없었다. 대학원 기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석사논문으로 냈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국내 모든 대학원생들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2004년에 제출된 앞서의 숭실대학교 교수의 보고서에 대해서 양 위원장은 “논문 작성 당시 해당 보고서는 보지 않았다. PLL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라 인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연구윤리팀 관계자는 “논문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양 전 상무의 석사학위 논문 요약(위)와 공동연구 논문 요약(아래) 역시 동일하다.
문제는 양 위원장의 설명이 학교의 지침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성균관대학교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규정’ 제4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7항에는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양 위원장의 논문은 학칙 상 연구 부정행위에 속한다.
다른 학교의 지침도 성균관대학교와 다르지 않다. 서울대학교 연구윤리팀 관계자는 “서울대학교 연구윤리지침을 보면 본인이 학술 대회에 발표한 논문을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다거나,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 인용과 출처 표기를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관계자는 ‘졸업요건’인 학술대회 논문 제출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희대의 경우 졸업요건으로 논문 게재를 삽입한 것은 ‘대학원생들의 연구 강화’를 위해서다”라며 “졸업요건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일부 수정한 뒤 논문을 제출하는 경우 나중에라도 자기표절, 논문분할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본인이 참여했더라도 이미 발표된 논문을 제출할 경우 반드시 인용을 하거나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양 위원장이 현재의 기준과는 달리 ‘당시 관행’이었다고 설명한 점도 설득력이 낮다고 지적한다. 논문 중복 게재(자기표절)는 이미 학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던 시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김병준 교육부 부총리와 이필상 고려대학교 총장이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학계에선 연구 윤리 규정을 새로 만들고 논문 투고 규정을 고치면서 중복 게재를 엄격하게 금지하기 시작했다. 양 위원장의 학위 논문이 제출된 것은 2007년이다.
한 대학의 윤리학과 교수는 “인용 없는 논문 중복 게재는 오래 전부터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행위로 인식돼 왔다. 지난 2008년엔 일부 학회와 대학이 이와 관련한 연구윤리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앞서의 사례는 학계의 대단히 잘못된 관행”이라며 “시간이 부족하고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학위 논문 제출 취지나 연구 강화 목적, 연구 윤리 등 어느 것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국내 학계에서 표절, 논문 중복 게재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전에 나온 연구 성과인데도 인용이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새로운 연구 성과인 것처럼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중복 게재는 연구실적 부풀리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발표된 논문이 공동연구였기 때문에 출처 등을 밝히지 않는 것은 다른 연구자들의 업적을 침해하는 저자부당기재 행위 내지 표절로 볼 수 있다”며 “학계, 정계 등에서 표절 문제가 종종 불거지고 있다. 관행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엄격히 관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당시에는 잘 몰랐다. 다만 최근 많은 대학들이 표절을 엄격히 관리하고 연구윤리 지침 교육을 하면서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최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스스로도 엄격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양향자 위원장은 누구? 삼성전자 최초 상고 출신 여성 임원 화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12일 양향자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를 ‘인재 영입 7호’로 영입했다. 당시 더민주는 양 위원장이 여성이라는 점과 출신·경력 등을 들어 ‘고졸 신화’ ‘입지전적 인물’ 등으로 평가했다. 전남 화순 출신인 양 위원장은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고졸 임원이다. 현장에서 시작해 임원으로까지 성장하면서, ‘유리천장’ ‘수저계급론’을 깬 국내 최고의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종종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1985년 광주여상을 졸업한 후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메모리 설계실의 연구원 보조로, 도면을 따라 그대로 그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1993년엔 메모리사업부 S램 설계팀 과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10년 뒤인 1995년엔 삼성전자의 사내 대학인 삼성전자기술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며 반도체 공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엔 고려사이버대학교(당시 한국디지털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 설계팀 수석 연구원 승진과 동시에 2008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양 위원장은 2013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 최초 상고 출신 여성 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입사 28년 만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모리 설계 전문가로 메모리 제품설계 자동화 추진을 통해 개발기간 단축에 기여했다”는 점을 승진 인사 배경으로 꼽았다. 양 위원장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약 한 달 뒤인 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전략공천 1호’로 선정됐다. 광주 서을 선거구에 출마해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맞붙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문] |
삼성전자 사내대학은? 정부가 인정한 국내 최초 임직원 교육기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 삼성디스플레이 기흥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SAMSUNG Institute of Technology)는 정부가 인정한 국내 최초 사내대학이다. SSIT는 1989년 삼성 반도체 사내 기술대학이 전신이다. 1992년에 대학원 과정이 개설됐고, 2001년 교육부로부터 전문 학사 과정을 인가 받았다. 2005년부터는 총 3년 9학기 과정을 마치면 교육부가 인정하는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정규 학사 과정으로 개편됐다. 2011년에는 학사 편입 제도를 도입해 사원들이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 대상의 교육 기관이지만 3차에 걸친 입학 전형 절차에 강의와 평가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정식 인가를 받은 사내대학은 △삼성전자 공과대학교 △삼성중공업 공과대학 △SPC 식품과학대학 △대우조선해양 공과대학 △현대중공업 공과대학 △LH 토지주택대학교 △KDB 금융대학교 △포스코 기술대학으로 총 8개다. 이들은 평생교육법 제32조에 근거해 학위를 줄 수 있는 정식 대학이다. 사내대학과 달리 평생교육법이 아닌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기업 내 대학도 있다.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정석대학은 기술대학으로 인가를 받아, 대학알리미에도 정보를 공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그 밖에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서울반도체 등 여러 기업들이 기업 내 연수원이나 교육시설 형태로 사내대학을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