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결과 정 씨 등은 지난달 말 위조 쿠웨이트 화폐 40만 디나르(약 14억 4000만 원)를 국내로 밀반입했다. 이들은 쿠웨이트 구권 화폐 20디나르(약 7만 7000원)를 2000디나르(약 770만 원)로 바꾼 위조지폐를 만들어 환전상에게 제시해 15억 원으로 환전하려고 시도했다. 다행히 환전 이전에 검거돼 미수에 그쳤다. 한국인이 쿠웨이트 화폐가 생소해 진위여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정 씨는 또 다른 피의자 노 아무개 씨에게 쿠웨이트 위조지폐를 한국돈으로 환전해오면 “20억 원을 투자해주겠다”며 환전을 지시했다. 이에 노 씨는 사람들을 모아 환전해오면 각각 환전액의 1%인 1500만 원을 대가로 주겠다고 약속해 환전을 의뢰했다.
쿠웨이트 진폐 20디나르(위)와 위폐 2000디나르(아래). 사진제공=부산지방경찰청.
이들은 치밀하게 계획을 준비했다. 환전에 성공하면 환전장소에서 한 리조트로, 리조트에서 부산역으로, 부산역에서 서울 논현동으로 각각 대기하던 다른 피의자들에게 전달해 돈을 회수하는 방법을 세웠다. 또한 각 피의자들은 서로 모르는 상태로 점조직으로 움직이게 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수사대상이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화를 물품대금으로 받거나 환전할 경우 직접 은행에 문의하거나 인쇄 상태, 홀로그램, 문양 등 위조방지장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이미 유통됐거나 은닉해둔 위조지폐에 대해 계속 추적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