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문재인 최측근 인사라는 여야공방이 제기됐다. 문재인(좌) 박원순 서울시장(우).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구의역 사고’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전이 급기야 여야간 정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새누리당 정권과 메피아로 지목해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상임감사가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지적하는 등 메피아의 핵심은 야권인사이라며 문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난 공세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구의역 사고에 대한 책임공방이 야권 측근 인사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13일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은 구의역 사고 직후 사퇴한 지 전 감사에 대해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와 ‘문재인을 사랑하는 경희인의 모임’ 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며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 ‘구의역 사고’ 책임으로 지목되고 있는 메피아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추악한 네거티브’라며 지 전 감사는 ‘자발적 지지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오히려 “지 씨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일한 동교동계 인사”라며 “열린우리당 창당 시에도 합류하지 않고 구 민주당에 잔류했던 인물로 문 전 대표와 같은 경희대 출신이란 것 말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사”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 전 감사는 1990년대 초반 동교동계 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1995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고, 2004년 총선때는 구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또한, 구 민주당 동대문(갑) 지역위원장을 맡는 등 구 민주계로 분류되던 인물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합당한 이후 당시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전국청년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친 정세균계로 변신했다. 대다수 구 민주계가 비주류이자 비노세력인 당시 상황 속에서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대선 경선 후보였던 정세균 의원과는 거리를 둔 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문 전 대표의 팬클럽인 ‘문재인의 친구들’을 이끌었다. 또한 문재인 선대위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를 맡아 문 전 대표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지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구 민주계 출신이기 때문에 각별히 우대했고, 문 전 대표는 대학 후배인 지 전 감사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지 전 감사는 당내에서 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후 86그룹인 오영식 전 의원이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구의역 사고’로 고개숙인 박원순 서울시장
한편, 지 전 감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른바 ‘박원순맨’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박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당선됐는데도 당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당에서 추천한 인사를 주요 요직에 임명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당에서 요구한 우선순위 인물이 지 전 감사였다는 것이다. 당시 지 전 감사가 서울메트로 상임감사에 임명되자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야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 전 감사의 최근 행적으로 보았을 때, 최측근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측근이 아니라고도 볼 수 없는 관계”라며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까봐 ‘동교동계’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의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11일 구의역 사고에 대해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지상의 세월호”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서울 메트로의 조직적 문제점을 지적한 박 시장을 두둔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오히려 측근 인사 의혹을 촉발하는 등 문 전 대표가 정치 공세를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하철 운영과 관련 없는 인사가 어떤 경위로 임용됐는지 확인하겠다”며, 문 전 대표 뿐만이 아닌 박 시장 등 범야권에 대한 정치공세에 나섰겠다고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문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SNS에 “탄핵 때 중단 후 12년 만에 다시 떠나는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는 여운을 남긴채 네팔로 출국한 상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