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박 양이 9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떨어진 지점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그런데 박 양의 학부모는 박 양의 투신을 놓고 학교 측의 폭언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시작은 박 양의 아버지 박 아무개 씨가 SNS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글에는 박 양이 지난 일주일 동안 학교 교사들에게 꾸중을 듣고 여러 차례 진술서를 작성해야 했으며 거듭된 추궁과 대질심문 등을 당했다고 적혀있다. 또한 ‘인간 말종에 나쁜 년’이라는 폭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은 현재 경기도교육청과 고양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박 양의 아버지가 학교 측의 폭언을 원인으로 주장하며 SNS에 올린 글.
<일요신문> 취재 결과 박 양이 투신 시도 전 학교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학년부장과 담임 교사의 상담을 받은 부분이 확인됐다. 그러나 상담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학교 측은 친구들끼리의 거짓말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교장은 “박 양이 친구들에게 몇 차례 거짓말을 하면서 놀았다. 거짓말 내용이 별 게 아니고 ‘다른 친구의 수학 노트를 누가 가져갔다더라’하는 친구들끼리의 단순한 거짓말이었는데 거짓말을 들은 학생의 학부모가 이 사실을 알리면서 박 양과 상담을 한 것”이라며 “상담 과정에서 박 양이 거짓말을 했다고 하다가 안했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자 학년부장이 ‘도대체 뭐가 진실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다. 그러나 욕설을 섞은 폭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 씨는 다르게 주장했다. 그는 “친구 A 양이 우리 딸에게 ‘B 양이 C 양을 스토킹하고 다닌다. 내가 이런 말 했다고 알리지 마라’는 이야기를 했다. C 양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 듣고 학교에 이의제기를 한 것이다. 물론 A 양이 한 이야기 역시 실체가 없는 이야기다. 근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우리 딸에게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학년부장 선생이 온갖 폭언을 하면서 상담하니 박 양이 겁을 먹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진술이 번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폭력이 동반된 일도 아니고 학생들 사이에 있는 사소한 일이다. 선생님이 검사도 판사도 아닌데 아이들끼리 이런 사소한 일로 일주일에 걸쳐 상담을 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 사건 당일 상담은 수업시간에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딸은 5~6교시 수업에도 못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런 사소한 일로 장기간 상담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관계자는 “박 양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런데 박 양이 사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친구인 D 양이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들은 다른 학부모가 다시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상담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학교 CCTV에 상담을 받고 나온 박 양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단순 눈물만 흘리는 게 아니라 울다가 주저앉고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앉는 장면이었다. 박 양의 가족이 박 양이 상담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주요 증거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역시 강하게 부정했다. 교장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부분인데 상담을 마치면서 담임 선생님이 네가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면 굉장히 미안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고 이에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씨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미 딸의 친구들로부터 학년부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날 폭언이 있었는지에 대한 증언을 모두 확보해놓은 상태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년부장은 학교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여학생들은 1~2분도 같이 있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학생을 2시간 동안 감금해서 뭐라고 하는 건 상담이 아니라 취조에 가까운 일이다. 나도 군수사관을 15년 했는데 이런 일은 군대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배포한 가정통신문. 법적 조치가 언급돼 있다.
박 씨는 학교와 선생님들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박 씨는 “그날 폭언이 있었다는 증언도 이미 확보했지만 설령 폭언이 없었어도 이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학년부장과 담임 교사가 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걸쳐 아이를 혼냈다. 이건 경찰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변호사 상담 결과 CCTV 화면만으로도 고소·고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끝까지 폭언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교 관계자는 “박 양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폭언이나 강압적인 행동은 절대 없었다”며 “증언이 있더라도 상관없다. 경찰 수사 결과가 다 말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폭언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나 개인의 신상공개, 명예훼손 등의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언급하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경찰은 박 양이 몸을 회복하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박 양이 진술을 하기 힘든 상태라 주변수사부터 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