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브랜드호텔은 유명 광고업체에서 오랫동안 실무 경험을 쌓은 김 아무개 교수가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동아리 형태로 시작됐다. 김 교수의 과거 인터뷰에 따르면 지난 2009년경 김 교수는 수업 주제로 롯데삼강(현 롯데푸드)의 돼지바 포장지 리뉴얼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때 학생들로부터 거둔 아이디어를 들고 무작정 롯데삼강을 찾아가 돼지바의 포장지 디자인을 바꾸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롯데삼강 측이 의외로 흔쾌히 승낙했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장지는 제품의 얼굴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포장지 디자인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을 하려면 보통 여러 업체에 의뢰를 넣어 1차 시안을 보고 한 업체를 정해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학 동아리에서 만든 디자인을 포장지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호텔이 리뉴얼한 돼지바 (브랜드호텔 홈페이지 캡쳐)
업계에서는 김 교수 팀이 만든 결과물(위 사진)에 대해서도 “대학 동아리에서 만든 결과물을 대기업이 받아들였을 때에는 엄청나게 신선한 뭔가가 있어야 할 텐데 크게 달라진 점을 모르겠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당시에도 이 같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인지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작업의 핵심은 디자인을 ‘사장님 와이프도 모르게 바꾸는 것’이었다. 기존 느낌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해야 기존 소비자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소비자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아마 기존 디자인 회사에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존 디자인 회사들은 전문적이지만 도식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롯데삼강은 아이스크림 제품을 주로 만드는 회사였는데 2010년에는 10여 개에 달하는 자사 아이스크림 전 제품의 포장지 리뉴얼 작업을 모두 브랜드호텔에 맡겼다. 광고업계에서는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포장지 디자인을 한 업체에 전부 맡기면 제품들의 이미지가 비슷비슷해질 우려가 있어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방식”이라며 “특히 빙과류의 경우는 냉장고에 다른 제품들과 함께 진열되어 있어도 뚜렷하게 차별화될 수 있는 포장지 디자인이 중요하고 매출을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직원이 10명 정도에 불과한 브랜드호텔이 1년 만에 롯데삼강 전 제품 포장지 리뉴얼 작업을 해냈다는 점도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브랜드호텔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이력을 보면 브랜드호텔은 지난 2010년에 롯데삼강 아이스크림 전제품 디자인 리뉴얼을 해냈을 뿐만 아니라 롯데햄 로스팜, 인천미트 리뉴얼 디자인과 롯데햄 추석 선물세트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광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 업체의 경우 불가능한 작업량은 아니지만 브랜드호텔은 경험이 적은 대학생들이 일했던 업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이 작업할 때보다 시간이 2~3배는 더 걸렸을 것”이라며 “10여 명에 불과한 직원이 롯데삼강 아이스크림 전 제품 디자인 리뉴얼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까지 동시에 진행했다면 정말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브랜드호텔이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재하청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브랜드호텔이 대기업 제품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수주할 만한 실력이 있었는지 또한 논란거리다. 브랜드호텔이 새로 만든 국민의당의 로고에 대해 이미 브랜드앤컴퍼니 이상민 대표는 “조형성, 좌우대칭 등 디자인 전문가의 판단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브랜드앤컴퍼니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한국 야쿠르트, 호텔 신라 등의 브랜드를 개발한 18년 된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일요신문>은 김수민 의원과 김 교수 측에 답변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롯데푸드 측도 “오래된 일이라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이 현재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며 사실상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오피스텔에 간판조차 없어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업체 가보니… 국민의당에 억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선거공보 제작업체 비컴과 TV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은 사건 발생 이후 짜기라도 한 듯 회사 문을 닫고 잠적했다. 두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일 오후 세 업체 사무실을 방문해봤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 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의당이 비컴, 세미콜론과 각각 20억 원과 11억 원의 홍보 대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애초부터 두 업체들이 유력 정당의 선거홍보를 수행할 역량이 없었던 업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미콜론 사무실은 오피스텔 형태로 간판조차 없었다. 홈페이지는 기간이 만료돼 정지된 상태였다. 세미콜론은 선관위에 보고하는 연락처도 사무실 전화번호가 아닌 개인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이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봐도 받지 않았다. 두 업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이용주 법률위원장은 “신생정당에서 돈을 못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해서 경쟁업체가 들어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두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광고업계 말은 달랐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비 보전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고, 안철수 대표의 재산이 1000억이 넘는다는 것을 전 국민이 알고 있는데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었다는 해명은 믿기 힘들다”며 “만약 국민의당이 선거 공보물 제작을 공개 입찰했다면 업체들이 서로 낙찰 받지 못해 난리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은 선거공보물 입찰을 공고하지도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루트로 3개 업체 이상이 제안서를 보내왔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