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시장·군수 생일에 황금열쇠 등을 선물한 공무원들을 불문처리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전남도청 전경.
[일요신문] 전남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 간부급 공무원들이 단체장과 부단체장 생일 때 황금 열쇠와 거북을 선물하고, 군수 해외출장 경비를 대준 사실이 행정자치부 감찰에 적발됐다.
전남도는 이 같은 부하 직원들의 ‘상납 성격’ 선물을 일선 시·군에서 이뤄지는 ‘관행’으로 여겨 불문 처리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이 처벌’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최근 감찰을 통해 행정자치부는 나주시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들이 상조회비로 2015년 5월 시장에게 순금 10돈으로 만들어진 행운의 열쇠(시가 183만 원)를 생일 선물한 사실을 감찰을 통해 적발했다.
행자부는 이들 공무원이 2013년 12월 당시 시장에게도 같은 종류의 행운의 열쇠를 생일 선물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공무원은 역시 상조회비로 2015년 6월과 10월 부시장 2명에게 각각 순금 5돈으로 만들어진 황금 거북(시가 98만 원)을 생일 선물했다.
보성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보성군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들도 상조회비로 현직 군수를 위해 취임 만찬 등 5차례 행사를 열어 1196만 원 상당을 제공한 것으로 행자부 감찰에서 적발됐다. 또 보성군 A 총무과장은 지난해 상조회비로 군수 해외 출장 때 경비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총 700만 원을 건넸다.
전 보성군수도 재임 기간 공무원들에게서 생일 축하 만찬 등 8차례에 걸쳐 2359만 원 상당을 제공받았다. 42~43대 군수였던 그는 생일 때마다 순금 5돈씩 7차례에 걸쳐 총 35돈을 받은 것으로 감찰 결과 파악됐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부시장 등 나주시 4·5급 공무원 4명과 보성군 A 총무과장에 대한 경징계를 전남도에 요청했다. 전남도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과도한 선물’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불문 처리했다. 나주시 부시장 등 일부는 감찰에 적발되자 선물을 상조회에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남도가 ‘관행’이란 이유로 불문 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나주의 한 주민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 황당하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윤리기준 위반“이라며 처분 결과에 의아해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장과 군수의 경우 선출직이어서 개인에 대한 징계는 없고 기관 경고가 이뤄졌다”며 “공무원들이 상조회비로 시장, 부시장 생일 선물을 과도하게 한 측면이 있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실 등을 감안해 불문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시·군 상조회가 단체장과 부단체장 생일 때나 유관기관장 등의 해외여행 때 상조회비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일선 시군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남도의 한 5급 공무원은 “아직도 공직사회에 단체장과 부단체장에게 순금으로 선물하는 구시대 유물이 남아 있다”면서 “이러니 전남도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매년 최하위권에 맴돌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