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김무성 조모의 묘. 사진제공=조수범 단국대학교 교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5월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1905~1985)과 그의 어머니 경주 김씨(김무성 전 대표 조모) 묘를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서 경남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선산으로 옮겼다. 함양은 김 전 회장 출생지이기도 하다.
함양 선산엔 김 전 대표의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 묘가 조성돼 있다. 이번 이장 작업으로 김 전 대표의 4대 직계 존속 묘소가 함양 선산으로 모아진 셈이다. 함양 선산은 묘역 단장 과정에서 오색토를 비롯한 비석비토가 나오고 산세가 좋아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에 해당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이번 이장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조수범 단국대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주임교수는 “함양 선산엔 겉모습은 암석 모양이지만 내부는 흙으로 되어 있는, 만져보면 부드러운 비석비토가 나온다”며 “이는 토질이 아주 강하고 윤기가 나는 지층으로 묘에 이런 흙이 있으면 묘실에 물도 차지 않고 나무뿌리 등 목근도 전혀 침입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함양 선산은 백두대간을 통해 들어온 기가 진주 남강으로 흐르는 임천을 만나 멈춰 기가 결집된 곳이다. 이장지 앞으로는 안산의 다섯 봉우리가 자리하고, 지리산 천왕봉이 뒤를 받치며 기운을 밀어주며 임천에 흐르는 수많은 물이 선산 뒤를 돌아간다”며 “중국 고서에서는 이런 형태를 보고 ‘천자(天子)가 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이장 당시 묘터에서 금두꺼비 네 마리가 나타나 봉분을 기어올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아무리 산 밑으로 던져놓아도 계속 산소를 향해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김 전 대표의 조상 묘 이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데 있다. 김 전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을 앞두고 조상 묘를 옮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측은 “우이동 선영 주변이 개발돼 흉물스럽게 변해 형님들이 이장을 결정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가족들 간 이장 논의가 지난해부터 이뤄졌고, 총선 이후 부담 없이 결정했다는 게 김 전 대표 측 설명이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묘를 옮긴 사례가 종종 있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고향인 전남 신안 하의도에 있던 부모 묘와 첫째 부인 차 씨 묘를 경기 용인으로 옮겼고, 2년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002년 증조부 묘를 경북 칠곡군 관내동에서 구미시 산모동의 증조모 묘 옆으로 이장했다. 이곳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맡게 되는 등 좋은 영향을 미쳐 풍수적 관심이 집중돼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큰일을 앞두고 풍수에 기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종학 서경대 교수는 “자신의 능력이 하드웨어라고 하면 사무실, 집터 등 풍수 문제는 소프트웨어로 비유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하드웨어가 나쁜데 소프트웨어가 좋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대단한 당락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인턴기자 ksanghoon@ilyo.co.kr
명당 덕 못본 정치인들…이회창 ‘선영도 옮기고 자택도 옮겼지만…’ 대권 도전을 앞두고 조상 묘를 ‘명당’으로 이장했지만 그 덕을 못 본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전 총재는 2004년과 2007년 각각 선친과 조상 묘를 이장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 전 총재는 선영뿐 아니라 거주지도 길지로 옮겼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권 도전을 앞두고 가회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2002년 5월 호화 빌라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선을 7개월 여 앞두고 종로구 옥인동으로 이사했고 그 해 대선에서 패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가회동은 조선시대부터 정치 중심지로 풍수상 ‘왕의 정기’가 서린 서울 최고의 길지로 꼽힌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서울시장 퇴임 후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해 대선을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가회동 이사 후 이 전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고 17대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이 전 대통령이 살았던 집은 이후 대권 명당으로 이름을 얻었다. 현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가회동으로 거처를 옮겨 공관에서 지내고 있다. ‘불사조’ 이인제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04년 1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어은리 선영에 안장했던 모친의 묘를 200m 떨어진 곳으로 이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대권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