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과 멀티미디어 분야가 성장하면서 국내 앱 판매 매출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앱 마켓 매출은 2014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6조 2055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앱 마켓의 실적은 부진하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마켓 매출에서 토종 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사실상 앱 유통시장은 구글과 애플 양사가 85% 이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구글과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했지만 국내 앱 마켓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0.1%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일 출범한 원스토어는 4년 내 국내 앱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실 원스토어는 지난해 4월부터 이통 3사의 통합 앱 마켓으로 운영돼오다 올해 4월 네이버 앱스토어가 동참했다. 지난해에는 개발자 위주의 정책과 혜택을 부각시켰지만 4개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소비자 위주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 페이 등 결제 수단을 다변화하고 할인·적립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범한 원스토어를 둘러싸고 벌써 곳곳에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공식 출범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 원스토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오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원스토어에 가입하려면 기존에 이용하던 통신사에만 제공하던 개인정보를 다른 통신사들에도 공유하겠다는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는 원스토어 내에서 보관하는데 이것이 다른 용도로 활용될 일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앱 개발자 사이에서는 원스토어가 앱 마켓으로서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원스토어의 수수료 체계가 개발사 7 대 앱 마켓 3으로 구글·애플과 같다는 점이 불만이다. 즉 앱을 개발해 1000원에 판매하면 개발자가 700원, 앱 마켓이 300원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개발사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낮은 원스토어가 구글·애플과 같은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데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손님이 많지 않은 시장에 자신들의 상품을 진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진열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여러 절차를 힘들여 거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앱을 올린 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개발사들에는 ‘일’이다. 한 게임 개발자는 원스토어에 대해 “지금 상황이라면 설사 수수료를 인하해준다고 해도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원스토어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원스토어가 국내 시장 위주여서 글로벌 앱 개발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보다 눈에 띄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스토어는 베타게임존과 인디게임존을 운영하고 중소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럼에도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신생 게임사여서 많이 알려야 하지만 수수료가 저렴하지도 않은데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 굳이 원스토어에 앱을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원스토어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과거 피처폰 시절부터 개발사에 ‘갑질’을 한 이통사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며 “구글·애플과는 관계를 맺어도 국내 이통사 스토어와는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개발사가 많다”고 말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 이통사와 원스토어가 서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거창하게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원스토어가 내부 운영 주체와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통 3사와 네이버 사이의 정보 공유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내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변호사)은 “성장성이 큰 앱 시장이 국내에서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개발자와 통신사 간 신뢰를 쌓는 일이 우선”이라며 “원스토어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중소 개발자와 상생하려 한다면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 국내 토종 앱 마켓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인턴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