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피소로 최대 위기에 내몰린 박유천 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의 일부다. 이젠 단순히 성폭행 혐의와의 진실 게임이 아니다. 박유천 측에서도 ‘어떤 혐의’라고 밝힐 만큼 그를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전히 박유천 측은 피소 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무혐의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차갑게 돌아선 지 오래다. 심지어 오랜 팬들까지 돌아섰다. 디시인사이드 JYJ 갤러리는 박유천에 대한 모든 지지를 철회한다며 “13년간의 신뢰와 팬들의 청춘을 짓밟은 박유천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물론 박유천에게는 아직 무혐의를 밝혀내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열려 있다. 그렇지만 그를 둘러싼 ‘어떤 혐의’들을 무사히 넘어가기가 그리 쉽진 않아 보인다. 향후 경찰과 검찰의 수사 진행 방향을 중심으로 박유천을 둘러싼 ‘어떤 의혹’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 네 건의 성폭행 피소…모두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4건의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유천 측은 무혐의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차갑게 돌아선 지 오래다. 일요신문DB
경찰 수사 역시 탄력을 받았다. 첫 번째 고소가 취하됐지만 지속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던 강남경찰서는 두 번째 고소가 이뤄지자 아예 박유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6명의 형사가 투입돼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담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고소가 계속 늘어나면서 6명의 형사로도 신속한 수사가 어려워지면서 강남경찰서는 전담팀 인원 보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두 번째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성폭행 상황은 첫 번째 고소 내용과 유사하다.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일어난 상황으로 상대 역시 유흥업소 접대여성이었다. 다만 12월에 벌어진 일이라 벌써 반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 피해자의 주장만 있을 뿐 구체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술은 상당한 증거 능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첫 피소 사건과 내용이 비슷하지만 ‘박유천이 잘 안 들린다며 화장실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는 등 진술이 더 구체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다소 시간이 흘러 고소하는 경우도 자주 있는데 얼마나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두 번째 피해 여성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3시 25분쯤 112에 신고를 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4시간 정도 지난 시점으로 피해 여성은 “연예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는 것. 그렇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만난 피해 여성은 오전 4시 3분쯤 신고를 취소했다.
세 번째 고소 여성 역시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성으로 이번엔 일행과 함께 박유천의 집으로 이동해 술을 마시다 성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에도 장소는 화장실이라는 것. 시점은 2년 전인 2014년 6월 12일이다.
네 번째 고소 여성은 2015년 2월 21일 오전 3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가라오케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라오케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자신이 화장실에 가자 박유천이 뒤따라와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유천이 연예계에서 은퇴하지 않기 위해선 우선 네 건의 성폭행 피소 사건에서 모두 경찰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검찰 기소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추가 피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성폭행만큼이나 무서운 성매매
성폭행 혐의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을지라도 박유천에겐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성매매 여부다. 첫 번째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한 뒤 강남경찰서가 수사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고소가 취하된 성폭행 혐의보다 성매매 여부였다. 사건 발생 장소는 유흥업소의 룸 안에 있는 화장실이다. 결국 유흥업소 안에서 이뤄진 성관계로 강간이 아니라면 성매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흥업소에서 손님과 접대여성으로 만나 짧은 시간 함께 술자리를 가진 남녀의 성관계를 두고 강간이니 화간인지, 아니면 성매매인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
게다가 당일 박유천이 첫 번째 고소 여성에서 60만 원의 팁을 줬다고 알려지면서 그 돈이 성매매의 대가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아직 60만 원의 팁을 줬다는 부분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당시 함께 룸 안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도 주요 수사 포인트인데 아무래도 박유천 일행보다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진술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유흥업소 측에서는 강간이 이뤄졌다는 쪽으로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강간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진술할 경우 박유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이 경우 해당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흥업소 내부에서의 성매매는 불법이다. 물론 화간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경찰 수사의 초점이 강간에서 성매매로 돌아갈 경우 유흥업소 측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박유천을 둘러싼 네 건의 성폭행 사건이 대부분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또 고소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접대 여성이다. 성매매 여부에 대한 수사 역시 모든 피소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각각의 고소건마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진술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물론 성매매를 입증하는 수사가 쉬운 과정은 아니다. 성매매가 입증되려면 성관계의 대가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날지라도 성매매의 대가가 아닌 술자리 접대와 관련된 비용 및 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60만 원의 팁과 관련된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이것이 성매매의 대가인지를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박유천 전담팀은 성매매 관련 수사도 함께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확한 내용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 무고죄 성립 여부와 연결되는 거액합의설
첫 번째 고소 여성은 지난 14일 밤 고소를 취하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고소 여성이 박유천과 관계를 가진 뒤 박유천 일행이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박유천 또한 당시 자신을 쉽게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소했다고 밝혔다”며 “성관계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변호사는 “대개의 경우 고소 취하서는 단순히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으로만 작성된다”며 “그런 내용이 고소 취하서에 담겨 있다면 다소 의외의 일이며 왜 무고죄로 처벌될 수도 있음에도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는 말했다.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는 얘기는 곧 강간이 아니라는 얘기로 성폭행이 아님에도 성폭행으로 고소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두고 앞서의 변호사는 “스스로 무고죄를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무고죄 역시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박유천 측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인지 수사가 가능한데, 검사들 입장에서 무고죄와 위증죄 등은 인사고과에 좋게 반영돼 검찰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고죄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변호사들 가운데 무고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데 반해 성관계 자체가 존재했다면 무고죄 성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변호사들도 있었다.
문제는 항간에 나도는 거액 합의설이다. 첫 번째 고소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자 항간에선 박유천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합의를 했기 때문에 고소 취하서가 제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유천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행여 실제로 합의가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고소가 취하되는 과정에서 무고죄가 성립된 것이라면 박유천 측은 무고 사주 혐의까지 넘어서야 한다. 물론 무고죄 성립 자체가 불분명한 데다 합의설 역시 아직은 설에 불과해 벌써 박유천 측의 무고 사주설까지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렇지만 거액합의설을 둘러싼 논란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
이에 박유천 측이 네 명의 고소 여성을 상대로 무고 혐의 고소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무고죄 고소로 성폭행 피소에 정면 대응하며 거액 합의설과 여기서 비롯된 무고 사주설 등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사실 연예인이 성범죄에 연루될 때마다 거액 합의설은 여지없이 불거진다. 그렇지만 친고죄 조항이 있던 당시엔 고소 취하로 사건이 종결돼 거액 합의설도 잠시 불거지다 사라졌다. 반면 박유천의 경우 친고죄 조항 폐지로 고소 취하와 별개로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 게다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피소가 연이어 불거지며 상황이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편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박유천의 소속사가 첫 번째 고소 여성 측과 만나는 자리에 전직 조직폭력배 출신들도 관여했다는 ‘조폭개입설’까지 대두됐다. 그만큼 박유천 전담팀 경찰은 할 일이 많아졌으며 박유천이 넘어야 할 ‘어떤 혐의’들도 쌓여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