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의원이 17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다소 갑작스러운 출마선언이다. 사전예고는 없었다.
“애초 출마선언 자리는 아니었다. 그저 광주에 내려가 톡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였다. 광주가 (우리 당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 희망을 드려야 했다. 그래서 준비된 정당을 만들어서 새로운 10년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다. 아마도 그곳에 계셨던 청중들 입장에선 출마선언으로 들리셨을 거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물론 내심 출마에 대한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굳은 결의도 보여드리고자 생각은 했다. 현장에서 청중들이 ‘공식 출마선언이냐’고 질문했고, 결국 우리는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언론에 사전 전달이 생략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어찌됐건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소로 광주를 택했다.
“당연하다. 광주는 분열과 분당을 종식시켜야 하는 우리의 심장부다. 광주는 힘을 합쳤을 때는 승리한다는 좋은 기억과 분열했을 때는 패배한다는 뼈아픈 기억을 동시에 지닌 곳이다. 이 분열을 수습하고 통합을 해야 한다. 이 포부와 비전을 전달할 장소는 반드시 광주여야만 했다.”
―지난 총선 광주의 패배 결과는 여전히 뼈아프지 않나.
“광주가 우리 당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앞서의 결과는 광주시민들께서 국민의당이라는 강력한 회초리를 통해 우리를 후려치신 거다. ‘이대로 한다면 집권가능성이 없다’는 강력한 회초리다. 국민의당을 선택하신 게 아니라 더민주당을 후려치시고자 한 거다.”
―제일 먼저 당권 출마선언을 했다. 당대표로서 추미애의 경쟁력은.
“저처럼 분열의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지금 우리 당에 남아계신 분들 중에 저 같은 사람은 없다. 다들 열린우리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셨거나 여당에서 들어오셔서 날개를 펴신 분들이다. 저처럼 힘겹게 분열을 막기 위해 몸부림 쳐 본 분은 없다. 제가 이 분열을 수습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다. 억지나 과장이 아니다.”
―대선을 준비하는 자리기도 하다.
“그렇다. 준비된 후보, 준비된 당대표, 준비된 정당. 이렇게 삼합이 필요하다.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패배했을 때를 보라. 대선후보와 당대표가 엇박자를 낸 경우가 많았다. 상호신뢰가 중요하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집권 여당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경쟁할 수 있는 선명성과 강단이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 대선후보가 일일이 대꾸할 수는 없다. 당대표가 앞서 험한 일을 해줘야 한다.”
추미애 의원은 차기 지도부의 과제 중 하나로 국민의당과의 세력 통합을 제시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대선이라는 자리는 일시적인 바람으로 오르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여론조사 1위를 하고 있다. 그 분 고유의 정치자산이 있고 경쟁력이 있고 정치력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준비만 된다면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당내 다른 후보들도 가능하다고 본다. 당대표가 할 일은 이러한 인물들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스템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추 의원이 생각하는 차기 당대표의 선제적 해결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분열을 빨리 수습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은 의석수로 1등을 했지만 정당지지도는 3등을 했다. 엇박자다. 결국 통합하라는 국민의 메시지다. 이번 총선이 예비고사라면 대선은 본고사다. 예비고사에서 점수 못 딴 것 만회하지 않으면 본고사를 잘 치를 수 없다. 혹자는 3당 체제로 가도 우리가 대권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오는 대선까지 통합의 틀에 ‘국민의당’도 포함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국민의당과 세력 통합을 이뤄야 한다.”
―합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것인가.
“합당까지 말씀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세력 통합을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 어렵다. 또한 차기 당권은 앞으로 10년을 새롭게 열어야 한다. 지난 10년은 단절의 10년이었다. 민주정부의 인권, 정의, 사회복지 등 첫 삽을 뜬 이 모든 것이 지난 10년간 단절됐다. 이제 기회가 왔고 통합을 통해 앞서의 것을 이을 정당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이번 당권 도전을 앞두고 강조하는 캐치프라이즈가 ‘통신강정’이다. 통합과 신뢰와 강단과 정책비전이 그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세력 통합 이전에 국민의당과의 현실적인 야권 공조 역시 중요하다.
“물론이다. 국민의당과 정책공조 열심히 해야 한다. 두 야당이 힘을 합치면 여러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해야 한다.”
―차기 당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특히 앞서 논란이 있었던 모바일 투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모바일 투표는 기계적 결함이 없다면 해야 한다. 이미 지난 2012년 제가 해당 룰을 만들 때 암호키를 통해 차후에 열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검증장치도 만들었다. 모바일 투표는 국민 지지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당은 우군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경선의 흥행성 역시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는 오히려 이러한 화제성과 흥행성에 있어서 마이너스 아닌가.
“물론 기본적으로 여러 후보들이 나오면 좋다. 무대가 컬러풀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곧 당의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이것은 있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년 전 대선과 유사하다. 저 역시 전방위로 뛰었던 1997년 대선 당시 우리 구호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당시 경제는 IMF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었다. 재벌독점 및 국가주도의 개발정책에 한계가 온 시기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역시 국내 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흥행적 요소를 떠나서 경륜과 비전을 갖춘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 후보자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이젠 ‘새정치’ 같은 바람은 안 통할 것이다.”
―‘호남대표론’을 내세운 송영길 의원과 TK 태풍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김부겸 의원 역시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분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어차피 판단은 그 분들이 하겠지만, 다 나오셔서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