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아웃사이더(본명 신옥철)가 동료 래퍼들과 저작권 등록 갈등을 빚고있다. (사진=일요신문 DB, 아웃사이더 인스타그램)
[일요신문] “아임 더 코리안 톱클래스 힙합 모범 노블레스…난 비트를 비틀어 제껴 버리는 서브미션 챔피언”
노래의 전부는 몰라도 이 가사만큼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2010년 불과 만 14세의 나이로 음악방송 M-net의 가수 선발 오디션 ‘슈퍼스타 K2’에 참가해 ‘힙통령(힙합+대통령)’이라는, 약간의 조소 섞인 별명이 붙여졌던 장문복(20)이 예심에서 불렀던 곡 ‘스피드레이서’의 도입부다. 속사포 랩으로 유명한 래퍼 ‘아웃사이더’의 2집 ‘마에스트로’에 수록된 곡으로 당시 장문복은 그의 노래를 불렀다는 인연으로 아웃사이더의 공연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갔다. 더욱이 지난 6월 초에는 아웃사이더의 소속사인 오엔오엔터테인먼트에 정식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장문복의 다소 코믹한 ‘랩 재해석’을 통해 힙합을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곡 스피드레이서가 한국저작권협회에 아웃사이더의 이름으로만 작사 저작권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해당 곡은 2009년 케이케이, 일리닛, 허클베리P 등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래퍼 16명이 아웃사이더와 함께 한 단체곡이다. 이들 16명이 각각 한 소절씩 작사한 랩을 모아 만든 것으로, 노래의 제목에도 ‘feat(피처링). 올 멤버즈’라고 아웃사이더의 단독 솔로 곡이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스피드레이서’에 참여했던 래퍼 케이케이가 SNS를 통해 아웃사이더의 단독 저작권 등록을 지적했다. 아래 사진에 작사 저작권자로 ‘신옥철(아웃사이더의 본명)’만 등록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케이케이 SNS 캡처)
스피드레이서의 저작권 문제가 알려진 것은 지난 6월 13일 스피드레이서 곡 제작에 참여했던 래퍼 케이케이가 SNS를 통해 아웃사이더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부터였다. 케이케이는 스피드레이서에서 장문복이 불러 더욱 유명해진 부분인 “아임 더 코리안 톱클래스~” 가사를 쓴 장본인이다. 케이케이는 아웃사이더가 “장문복이 부른 랩은 나의 노래”라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아웃사이더 랩이 맞다. 저작권 협회 작사(저작권)란에는 아웃사이더만 표기돼 있다. 앨범의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지만 법적으로는 아웃사이더가 쓴 랩이 되는 것”라며 “같은 곡에 참여한 16명의 랩은 전부 아웃사이더의 랩이고 법적으로 그렇게 돼있다”라고 아웃사이더의 단독 저작권 등록을 비꼬았다. 당시 스피드레이서에 참여했던 래퍼 중 일부는 케이케이의 글을 통해 “(이 사실을)오늘에서야 알았다”라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케이케이의 저격 글을 확인한 아웃사이더는 곧바로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당 곡은 앨범 크레딧에 정식으로 저와 모든 래퍼들이 작사로 기재돼 있지만 음반의 저작권 등록과 관련한 것은 앨범 제작사인 전 소속사(스나이퍼 사운드)를 통해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부분이 전 소속사의 방식이었고, 저 역시도 지금까지 단체곡 및 참여곡에 작사가로 못 올라간 곡들이 있다”라며 “회사가 바뀐 현재의 상황에서 그동안 이런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점에 있어서 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에 즉각 반발이 들어왔다. 케이케이 등 피해 래퍼 측은 “아웃사이더는 이미 저작권협회에 곡을 올릴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전 소속사의 핑계를 대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시기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아웃사이더의 전 소속사인 스나이퍼사운드에서 저작권을 등록한 단체곡과 피처링 곡에 참여한 멤버 전체가 작사 저작권자로 등록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속사의 방식이었다는 아웃사이더의 말대로라면 다수의 단체곡이 이처럼 앨범을 낸 1인의 저작권으로만 등록돼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일반적으로 가수가 직접 작사에 참여하는 비중이 적은 대중가요와는 달리 힙합의 경우는 작사가 곧 래퍼들의 실력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곡에 가사를 직접 쓰고 피처링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 저작권으로 올린다는 것이 힙합 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굳이 힙합까지 가지 않더라도, 쉬운 예를 들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13년 자유로가요제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작사한 단체곡 ‘그래 우리 함께’의 곡은 저작권협회에 멤버 전체를 저작권 등록한 상태다. 이처럼 같은 업계 내에서의 명백한 실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웃사이더의 이번 곡은 16명으로 나눠져야 할 저작권료를 아웃사이더 1명이 독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웃사이더의 현 소속사 오앤오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당시 저작권 등록은 아웃사이더 본인도 전혀 몰랐던 사안”이라며 “보통 앨범을 내면 소속사가 저작권을 등록하는데, 전 소속사에서 참여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전부 등록을 하지 않은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일 아웃사이더가 저작권료를 독식하려고 했다면 애초에 앨범에서도 참여 멤버들의 이름을 뺐을 것”이라며 “작정하고 속이려고 했다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일처리를 했겠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소속사의 공식적인 대처는 아니지만 스피드레이서 참여 래퍼들에게 연락해 뒤늦게나마 저작권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래퍼들은 “저작권 등록보다 먼저 아웃사이더가 7년 동안 독식한 저작권료가 얼마인지부터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며 “향후 피해를 입은 래퍼들이 법적인 소송까지 불사할 것인지는 현재 진행 상황과 아웃사이더 측의 태도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