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담당한 목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전경.
2014년 전라남도 신안군 한 섬에 사는 A 양(당시 15세)이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성폭행은 최근까지 2년간 지속됐다. 가해자는 A 양 아버지의 친구인 정 아무개 씨(39)였다. 정 씨는 A 양 집에 기거하며 가족같이 지내 왔다. 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나온 A 양이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육지로 나오게 되면서 정 씨의 범죄 행위는 들통나게 된다.
정 씨와 A 양의 아버지는 절친한 사이였다. 정 씨와 A 양의 집은 불과 200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정 씨는 본인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평소에 A 양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섬 주민들도 정 씨와 A 양 집안에 대해 “가족처럼 지냈다”며 “A 양도 삼촌으로 모시고 잘 지냈다”고 얘기했다.
친구의 딸을 성폭행한 정 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2014년부터 섬 면사무소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해 왔다. 정 씨에겐 섬에 약 500평 정도의 땅이 있었다. 3년 전 정 씨가 갖고 있던 땅에 농업기술센터가 들어오게 되면서 면사무소와 인연을 맺게 됐다. 매년 초 10개월씩 재계약을 해왔고 올해에는 2월부터 12월까지로 계약이 성사됐다. 정 씨의 주 업무는 면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복지회관의 목욕탕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개장하는 목욕탕은 여름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목욕탕 관리 업무가 없는 날이면 복지회관의 잡무를 맡았다고 한다. 다수의 면사무소 관계자는 정 씨에 대해 “아주 성실했다”고 평가했다. 정 씨는 구속되기 전날인 지난 6월 14일까지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정 씨는 6월 21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된 상태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정 씨는 공무원이 아닌 필요할 때 쓰는 기간제 근로자다”라며 “공무원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 씨가 땅을 팔 무렵부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땅을 팔고 난 무렵에 정 씨는 목포에 방이 두 개 있는 오피스텔을 얻었다. 이 섬 주민들에게 목포는 생활권이다. 비교적 목포와 가까운 거리인 터라 이 섬 주민들 가운데에는 일을 위해 주중에는 섬에 기거하고 주말에는 목포에서 지내는 이들도 있다. 또한 생필품 구입 등을 위해 주민들이 목포를 자주 나갔고 학생들 역시 자주 목포를 오갔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정 씨가 A 양을 목포로 데려가 수시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 시작은 2014년 10월 정 씨가 목포의 한 모텔에서 A 양을 성폭행한 것이다. 당시 A 양이 반항하자 정 씨는 주먹으로 때린 뒤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이후 정 씨는 수시로 자신의 오피스텔과 모텔로 A 양을 불러내 성폭행을 일삼았다. 게다가 정 씨는 A 양의 알몸을 촬영해 협박까지 했다.
올해 A 양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A 양과 육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A 양의 친언니와 정 씨의 동거가 시작됐다. 죽마고우인 친구에게 딸들을 맡기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평일에 섬에서 일을 했던 정 씨는 섬에서 생활하며 주말엔 목포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때문에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은 평일엔 정 씨의 목포 오피스텔에서 생활을 하며 정 씨의 신세를 진 것으로 보인다. 친언니의 성폭행 여부에 대해 묻자 목포경찰서는 “아니다. 그 부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섬 주민들 사이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정 씨는 면사무소 기간제 근로자를 하기 이전엔 섬에서 가스 배달 일을 했다. 마을 주민들은 당시에 오토바이 뒤에 A 양을 태우고 다니는 등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정 씨 어머니가 A 양의 어머니에게 ‘오토바이에 딸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이 수군댄다’며 ‘딸에게 주의 좀 줘라’고 말했다”는 풍문을 들려줬다.
정 씨가 근무했던 복지회관 전경.
다른 주민은 “평소 정 씨가 A 양의 가족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고 알고 있는데 그만큼 절친한 사이였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소문을 들려줬다. “A 양이 남자친구가 생겨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정 씨가 목포에 있는 집에서 ‘나가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얘기했다. 평소 정 씨와 A 양이 워낙 가깝게 지낸 터라 섬 주민들 사이에선 행여 둘이 교제를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범죄 행위는 지난 6월 초 A 양이 목포경찰서에 직접 방문 신고해 알려지게 됐다. A 양이 신고한 뒤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에야 A 양의 가족들도 정 씨의 만행을 알게 됐다. 그동안 A 양이 정 씨의 성폭행 사실을 함구한 이유에 대해 묻자 목포경찰서는 “사건 당시엔 워낙 어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심각성을 인지한 것 같다”며 “게다가 어릴 때부터 정 씨와 가족같이 지내와서 사실을 밝히기 어려워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목포경찰서는 정 씨와 A 양의 ‘교제설’에 대해 “정 씨와 A 씨 가족이 매우 친했기 때문에 섬 주민들은 그렇게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관계가 전혀 아니었다”며 “정 씨가 범죄 사실을 일부 시인했으며 정 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범죄 행위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는 뜻으로 들렸다.
마지막으로 목포경찰서는 피해자가 어린 소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A 양의 피해 사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어 “남아 있는 섬 주민들 또한 생업을 이어가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섬 주민들 또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신안군 섬 사건들 때문에 매우 심난해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신안군 전체를 이상한 집단으로 몰아가지 말라”면서 연속적인 신안군 섬의 사건들을 신안군이 아닌 범인 개인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얘기했다. 기자가 섬을 찾은 22일엔 제철인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여파 때문에 주문량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지난 22일 정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 혐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 형법 제 260조 폭행 혐의와 형법 제 283조 협박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