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을 향한 여러 의혹과 비난이 거세다. 한편으로는 ‘개인 사생활일 뿐’이라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좀처럼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유명인의 ‘가정사’이고 또한 ‘연애사’라는 사실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가십’을 즐기는 대중은 유명 스타의 ‘불륜’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 양 퍼지면서 연루된 이들은 도덕성에 치명상까지 입고 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보스틸 컷
#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어떻게 만났나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지난해 9월 24일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영화의 촬영은 같은 해 2월 경기도 수원에서 진행됐다. 당시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출연을 결정한 뒤 촬영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의 <아가씨> 출연은 그 자체로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인 데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파격적인 연기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김민희는 <아가씨> 출연에 앞서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을 먼저 택했다. ‘일’은 그 이후 벌어졌다.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뒤이어 그해 8월 스위스에서 열린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나란히 참석했다. 영화의 또 다른 배우 정재영은 불참한 채 단 둘이 영화제를 찾았다. 당시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한창 촬영하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영화계에 퍼진 때는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 김민희는 3년간 몸담았던 매니지먼트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스타가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끝내면 보통 곧바로 또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김민희는 새로운 소속사를 찾지 않았다. 일정을 함께 소화해줄 매니저마저 두지 않았다. 당시 김민희는 가까운 측근에게 ‘앞으로 2년간 작품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연기활동을 멈추겠다는 발언과 달리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올해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강원도 강릉과 삼척 일대에서 새로운 영화 촬영을 진행한 것. 당시 영화 촬영에 함께 참여했던 한 스태프는 “김민희가 매니저가 없어서 그런지 홍상수 감독과 같은 자동차를 타고 촬영장과 숙소를 이동해 다녔다”고 말했다.
이 무렵 여러 매체들이 관련 루머를 확인하는 취재를 시작했다.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침묵을 지켰지만 반대로 홍상수 감독의 가족은 답답한 마음을 종종 털어놓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홍 감독의 아내 A 씨가 김민희를 직접 만났다는 이야기부터, 김민희의 부모에게 딸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 등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A 씨는 “김민희를 만나 가족의 뜻을 전했고 그의 부모에게도 알렸지만 변화가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보 스틸 컷.
# 감독 가족 인터뷰로 관계 폭로
잠잠하던 관련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든 때는 지난 5월.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칸에 나란히 방문하면서다. 당시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함에 따라 처음으로 칸을 찾았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홍상수 감독은 올해는 자신의 작품이 출품되지 않았는 데도 김민희와 같은 비행기 편으로 나란히 칸에 입국했다. 두 사람의 동반 입국 장면이 포착된 직후에야 이들이 칸에서 함께 영화를 촬영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세 번째 합작이다.
김민희는 칸으로 출국하기 며칠 전 <아가씨> 제작진에 홍상수 감독과의 동행 사실을 전했다. 칸에서 홍 감독의 영화를 촬영하겠다는 계획을 전달받은 <아가씨> 측은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을 말릴 방법도 딱히 없었다. 양측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뤄지는 <아가씨> 관련 일정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칸에서 만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의 영화 촬영과 관련해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로 출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 관련 질문을 받을 때면 “지금은 (아가씨) 공식 일정을 하고 있다”고 선을 긋고 명쾌한 대답은 피했다. 이후 김민희는 <아가씨>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하정우, 조진웅이 일정을 마치고 모두 한국으로 귀국하는데도 혼자 칸에 남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촬영을 마쳤다.
김민희는 6월 1일 <아가씨> 개봉 이후 2주 동안 진행한 무대 인사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시 자신의 일을 돕던 매니저와도 헤어진 뒤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는 김민희의 가족이 살고 있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홍상수 감독도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서 열리는 자신의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영화 <아가씨> 스틸 컷.
# 홍상수 감독 가족의 반응
사실 이번 스캔들이 시작된 계기는 홍상수 감독의 아내 A 씨의 ‘고백’에서 비롯됐다. A 씨는 21일 한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편과 김민희의 관계를 세상에 알렸다. 가족이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홍상수 감독이 집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도 A 씨의 인터뷰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전성기를 맞은 여배우와 유부남 감독의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이튿날에는 한 여성지가 A 씨의 인터뷰를 추가 공개했다. 비난과 논란, 의문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어 더해 일부에서는 A 씨와 김민희의 모친이 이번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또한 홍상수 감독이 최근 그의 아내에게 ‘이혼을 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 대해 당사자인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는 상황. 때문에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러 반응에도 A 씨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겠다는 입장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홍상수 영화 재평가 움직임 “감독 자신의 삶 투영…‘개저씨’ 서사” 이번 스캔들의 여파 탓에 홍상수 감독이 그동안 내놓은 영화들은 물론 그의 ‘영화관’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감독이 지금껏 발표한 영화들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진다. 홍상수 감독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새로운 영화를 내놨다. 기성감독들 중 최고로 꼽을 만한 다작이다.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저예산이다. 유명 배우가 출연해왔지만 이들은 대부분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한다. 촬영 기간도 2~3주를 넘기지 않는다. 또한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낯선 곳에서 만난 여성에 구애하는 ‘지질한’ 중년 남자가 주인공이다. 직업이 영화감독일 때가 많다.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처음 만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주인공 정재영의 직업도 영화감독이었다. 영화는 감독인 주인공이 시사회를 위해 방문한 수원에서 한 여인(김민희 분)을 만나 짧게 사랑하는 이야기다.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가 없고, 제목조차 정하지 않은 채 그날 아침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유명하다. 김민희는 그런 홍 감독의 연출 방식을 두고 “나와 잘 맞는다”고 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보 스틸 컷. 홍상수 감독은 작품은 달라도 주인공 설정과 극의 전개, 분위기를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탓에 고유한 개성을 구축했지만 영화계 한 편에서는 ‘감독 자신을 투영한다’는 평가가 줄곧 따랐다. 이런 반응은 일부의 분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아내 A 씨가 남편의 마음을 눈치 챈 순간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본 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홍상수 감독은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감독’으로 통한다. 실제로 그의 영화는 국내 10만 명을 넘긴 적이 드물다. 극소수 마니아 관객만 열광한다. 2012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다른 나라에서> 역시 고작 3만 1029명을 모았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젊은 여성에게 추근대는, 그렇지만 용기 내 사랑 고백도 하지 못하는 남성을 고집스럽게 그려온 감독의 영화를 두고 손화정 문화평론가는 “개저씨 서사”라고 정의했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요즘 SNS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이나 약자에게 막무가내로 행동을 하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꽃중년’의 반대말 정도로 볼 수 있다. 손 평론가는 SNS를 통해 “홍 감독이 지금까지 그려왔던 ‘개저씨 서사’가 평단을 경유해 어떻게 이 사회에서 윤리적인 것 혹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으로 승인되어 왔는지”라며 “실제 그의 삶을 (영화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개저씨 서사’란 영화에서만 승인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에서 승인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상수 감독은 어느 때보다 새로운 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영화과 교수로도 재직하는 그는 얼마 전 학교에 안식년 휴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인지, 올해만 벌써 두 편의 영화를 촬영했다. 이들 작품에는 모두 김민희가 출연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촬영해놓은 또 다른 영화 개봉도 앞둔 상황으로 김주혁과 이유영이 출연한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다.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