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총수 부자. 왼쪽부터 정상영 명예회장, 정몽진 회장, 정몽익 사장.
신 총괄회장 외에도 회사를 상대로 부동산 장사를 한 대기업 총수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총수의 지시나 입김에 따른 부동산 거래 과정 전후를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KCC그룹 사례가 바로 그렇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내부거래이거나 거래가 어려운 지역이나 지방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KCC는 지난 2004년 7월 창고부지 확보 명목으로 정몽진 회장으로부터 15억 1880만 원을 주고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방내리 9-1 토지 8739㎡를 사들였다.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확인해보니 강릉 땅의 2004년 1월 기준 공시지가는 ㎡당 6만 8000원, 총 5억 9800만여 원 수준이었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 거래를 통해 공시지가보다 2.5배 이상 ‘차익’을 남겼다.
또한 KCC는 2009년 12월 KCC 여주공장 바로 옆 정몽진 회장 소유 여주군 여주읍 연라리 659-2 토지 1795㎡를 1억 1012만 원에 매입했다. 2010년 1월 기준 이 땅의 공시지가는 3734만 원(㎡당 2만 800원). 정 회장은 이보다 3배 정도 많은 금액을 받고 KCC에 땅을 판 셈이다.
KCC는 2011년 6월 정몽진 회장 소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산1-27 임야 2만 3835㎡를 36억 원에 매입했다. 중앙연구소 부지로 활용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공시지가는 14억 7300만 원(㎡당 6만 1800원). 더욱이 이 땅은 ‘자연녹지지역’이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연녹지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거래가 쉽지 않은 땅이다.
KCC는 2014년 2월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익 사장 부자에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02-3의 605㎡ 땅을 팔았다. 매각대금은 74억 8700만 원으로 3.3㎡(약 1평)당 평균 4098만 원이다. 문제는 KCC가 이 땅을 75억 원에 샀고 2년 만에 팔면서 지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왼쪽이 정상영 명예회장이 거주하는 이태원동 102-3(이태원로 27다길 25), 오른쪽이 KCC 영빈관 102-30(이태원로 27다길 27)이다. 영빈관을 출입하는 다른 문 없이, 두 주소지는 같은 대문을 쓰고 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12년 3.3㎡당 448만 원에서 2014년 592만 원으로 32.1%나 급등했다. 또 이곳과 30m가량 떨어진 이태원동 135번지 일대 토지는 비슷한 시기 3.3㎡당 5019만 원에 거래됐다. KCC보다 3.3㎡당 1000만 원 가까이 비싸게 팔린 셈이다. 이로 인해 KCC가 총수 일가에게 헐값에 땅을 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땅은 KCC가 영빈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이태원동 102-30 바로 옆이며, <비즈한국>이 현장을 방문해보니 102-3과 102-30은 두 건물이 대문 하나를 같이 쓰고 출입은 오로지 총수일가가 매입한 102-3 건물의 문으로만 가능하게 돼 있었다. 사실상 한 건물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KCC는 102-3 건물이 주택으로 지어져 현재 정상영 명예회장이 거주하고 있으며, 102-30의 영빈관이 1년에 얼마나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영빈관이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2-3과 102-30 두 건물 모두에 정 명예회장이 거주하는 셈이다.
KCC 관계자는 “매매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강릉시 땅은 오래된 일이라 파악이 어렵다. 그리고 당초 목적대로 용인 땅은 연구소 부지로, 여주 땅은 공장부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태원동 땅의 경우 복수의 감정평가 법인을 통해 가격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