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검찰 수사 결과를 살펴보자. 2011년 개업한 홍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62건을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했다. 그런데 62건 모두 경제적 이유로 선임계를 내지 않았을 뿐 다른 이유가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한 사건 가운데 검찰이 공개한 것 역시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 사건들이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사건이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사건,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 사건 등이 그것들이다. 나머지 55건 이상의 사건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찰은 당시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사건들의 수임료를 부동산 임대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몰래 변론의 가장 큰 이유가 재산상 이익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강덕수 전 회장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더라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2014년 이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및 사기 혐의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상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등 총 7개 범죄를 문제 삼아 기소했다. 이후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분식회계 혐의가 빠지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검찰의 홍만표 변호사 전관비리 무혐의 결론에 대해 검찰 내부와 법조계 안팎에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홍만표 변호사.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어떻게 해서 징역 6년의 실형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 있는 그대로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변호사의 전관비리는 무혐의라는 검찰의 설명이 더해질수록 이 같은 비판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특히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해 홍 변호사가 지난해 해당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와 6번의 전화통화를 했다고 브리핑을 한 것은 홍 변호사의 전관비리 의혹을 더 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자신이 맡은 사건을 위해 홍 변호사가 얼마나 집요하게 로비를 벌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당시 3차장으로부터 “싸늘하게 거절당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62건의 몰래 변론 과정에서 모든 검찰 관계자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믿을 근거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운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정 대표로부터 서울고검 소속의 박 아무개 부장검사가 2010년 1억 원을 현금으로 받은 것이나, 검찰수사관이 법조브로커 이민희 씨 등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홍 변호사와 브로커 이 씨는 고교 선후배 관계이며, 이들은 정 대표와 각별한 친분관계를 형성해왔다. 따라서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했던 62건을 전수 조사할 경우 검찰 수사 결과와 달리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이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면 이를 무리한 억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홍 변호사 등의 로비를 통해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경우도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62건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검찰이 수사를 해봤더니 전관비리는 없더라는 식으로 하면 그 말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 결과를 놓고 ‘거짓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서 62건 수임 내역을 공개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확인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하는 게 이치에 맞다”면서 “도대체가 우리가 수사하니깐 아니라고 밝혀졌으니 그것을 그냥 믿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오만함의 극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홍 변호사 몰래 변론한 62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홍 변호사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검찰 조직을 위해서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며 “검찰이 62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해당 사건을 하나하나 확인할 경우 검찰 수사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지난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공개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확인을 했는지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뿐 아니라 변호사업계도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믿는 순진한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면서 “우리는 어차피 처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도대체 검찰에 무엇을 기대했던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