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즉각 TF팀을 구성하고 공항 신설에 대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ADPi는 김해공항 서쪽 지역에 3200m 규모의 활주로와 터미널, 관제탑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실상 김해공항 옆에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을 유치하겠다’며 각각 여론전에 나섰던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신공항 입지로 경남 밀양을 원했던 대구시는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대구시는 경남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민간 투자 확대로 ‘달구벌’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세 지역의 명암이 뚜렷한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신공항 테마주로 등극했던 각 종목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가덕도 테마주로 분류된 동방선기, 영화금속 등은 ADPi 발표 당일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다. 밀양에 물류센터가 있어 한 달 새 30% 이상 주가가 급등한 세우글로벌은 ADPi 발표 당일 급등한 채 마감했지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나자 이튿날인 22일 하한가로 직행했다. 또 다른 밀양 테마주인 두올산업 역시 22일 하한가로 직행했다. 23일에도 세우글로벌과 두올산업 주가는 하한가 근처까지 폭락해 테마주 역풍을 맞았다.
반면 김해공항 인근에 본사가 있는 광진실업과 세명전기는 각각 새로운 테마주로 분류돼 24일 종가 기준 5220원, 47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한 주 사이 15~30%가량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대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김해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보유한 롯데는 이번 발표로 잠재적인 ‘신공항 특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롯데는 유찰을 거듭하던 김해공항 면세점에 입찰했지만 이는 잠실 제2롯데월드 면세점 특허권이 종료된 데 따른 ‘고육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향후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면세점 또한 매출 신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면세점 특허권 만료기한은 5년이지만 정치권에선 모든 면세점 특허 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 측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해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보유한 롯데는 이번 발표로 잠재적인 ‘신공항 특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인천공항 내부 전경. 임준선 기자
반면 얼마 전까지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한 신세계는 특허권 회복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1100억 원대 수익을 냈지만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특허권을 자체 반납했다. 향후 신세계가 김해공항에 돌아올 명분이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당시 결정에 대해 후회는 없다”며 “5년 뒤의 일까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 당장의 성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업계 최초로 지난 23일 김해 시내에 백화점을 오픈했다.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재원으로 약 4조 2000억 원을 추산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시공 능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에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공항 건설은 일반 주택 건설과 달리 ‘활주로 평탄화’ 등 난이도가 높은 공사가 많아 시공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항 건설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업체는 한진중공업과 금호건설이다. 옛 김해공항 여객터미널과 활주로를 만들었던 한진중공업은 인천국제공항 확장 공사, 김포공항 리모델링 공사에도 자체 컨소시엄(대림산업, 포스코 등)을 구성해 참여했다. 금호건설 역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두바이 공항 건설 등을 수주하며, 해외 실적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나란히 공사 입찰에 신중한 반응을 드러냈다. 한진중공업은 “공고가 나오면 입찰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발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건설 역시 “내부 논의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건설업계에서는 김해 신공항 공사의 실제 착공이 3년 뒤에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시설계와 토지수용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공사 규모를 고려할 때 최소 2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김해 신공항 공사가 대기업 건설사들에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공항과 연결된 교통망 확충을 위한 대형 토목공사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그에 따른 시설 유지·보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교동부는 연간 공항 이용자 규모를 3800만 명으로 추산했다. 고객 대면 거래에 특화된 일부 호텔·유통업체도 김해 진출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쇼핑몰, 호텔 등이 추가 설립될 여지가 높은 까닭이다. 김해공항과 가까운 창원시에는 현재 SM문화복합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측 발표만 믿고 섣불리 투자를 감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호텔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도 정부의 일일 수송인원 예측이 틀린 적이 많았기 때문에 투자가 선행되려면 (내부적으로) 확실한 데이터를 뽑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내국인 관광객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더욱 주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부산·대구 상공회의소 ‘극한 대립’ 여전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김해공항이 결정됐지만 유치전에서 탈락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신공항 유치를 위해 물밑 지원을 벌였던 지역 상공회의소는 정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번 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각 지역 상공회의소는 서로 자신들의 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극한 감정대립을 보였다.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원했던 대구상공회의소는 현재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는 진영환 삼익THK㈜ 회장을 필두로 대구텍(유), ㈜대구백화점, 경창산업㈜, 삼보모터스㈜, ㈜대구은행 등의 임원이 가입돼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정치권과 협상에 돌입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수장은 조성제 비아이피㈜ 회장이며, 세운철강㈜, ㈜동성화학, ㈜태웅, 천호식품㈜, ㈜한진중공업 등의 임원이 가입돼 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