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최종 타깃은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대우조선해양이 MB 정권 시절 특별 부서를 만들어 정치권과 금융권 유력 인사들을 집중 관리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도 극히 소수만 알고 있다는, 이른바 ‘여의도 TF’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재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대우조선해양 매각이었다. 그해 인수·합병 최대어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을 사기 위해 포스코 한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도전장을 냈다. 이 기업들 사이에선 치열한 정보 전쟁이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체적으로 정보 팀을 가동했다. 이들은 여의도 등에서 상주하며 인수전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수집해 회사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흐지부지됐다. 동시에 정보팀도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대신, 또 다른 형태의 팀이 ‘은밀히’ 꾸려졌다. 정식 명칭은 없었지만 주로 여의도 업무가 많아 공공연히 ‘여의도 TF’ 로 불렸다고 한다. 인원은 4명가량으로 소수였고, 작성된 보고서는 회사 내의 최고위층만 받아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깊숙이 관여했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보팀이 발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인수전은 끝났지만 그룹의 현안을 감안했을 때 정보팀과 같은 부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주인이 없는 회사다 보니 ‘외풍’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내부 직원과 외부 인력을 충원했다. 다른 기업의 정보나 대관 파트처럼 업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보 수집하고, 사람 만나고…. 특히 정치권과 금융권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들었다.”
이 팀의 핵심 업무는 ‘인맥 관리’였다. 금융당국과 정치권 인사들이 우선 타깃이었고,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 관계자들도 광범위하게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여기엔 지난 정권 핵심 실세였던 친이계 정치인과 금융기관 고위 임원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친 MB 기업’으로 꼽히며 여러 특혜설과 비리 의혹에 끊임없이 휘말렸던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권 실세들을 의도적으로 관리한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지는 까닭에서다.
여의도 TF는 ‘마크’해야 할 인사들을 미리 선별한 뒤 학연과 지연 등을 총동원해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앞서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권 실세와 접촉하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뒤를 봐주는 인사가 MB 정부 핵심과 긴밀한 관계였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했다. 그를 통해 친이계 인사들과 만났다. 또 알게 된 친이계 인사들이 다른 정치인들이나 사정기관 관계자들을 소개해줬다. 계속 ‘꼬리’를 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인맥이 쌓였다”라고 귀띔했다.
친이계의 한 전직 의원은 실제로 이 팀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만났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MB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여의도에서 밥을 먹자고 해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런데 거기에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나와 있었다. 보통 의원들이 특정 기업 직원들과 ‘다이렉트’로 만나는 일은 별로 없는데 MB 측 인사가 직접 소개해줬기 때문에 그 후로도 몇 번 더 봤다. 국정감사 자료 요청 등 자질구레한 민원을 몇 번 들어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팀이 쓸 수 있는 판공비 대부분은 접대를 위한 식사와 술값 등으로 지불됐다. 고급 룸살롱이나 카페 출입도 빈번했다고 한다. 또 명절과 휴가철이 되면 선물용으로 쓸 상품권이나 ‘떡값’ 등에도 쓰였다. 정확한 액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혈세가 투입돼 금융당국 관리를 받고 있던 회사가 과연 이러한 일에 돈을 써야 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군다나 접대 과정에서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도 공공연히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팀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수사의 종착지로 보고 있는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여의도 TF팀은 관리해야 할 인사들을 명단으로 만들어 놨다고 한다. ‘리스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기엔 정치권과 금융권 친이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전 정권을 겨냥한 대형 게이트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여의도 TF팀은) 회사 고위층과 정권 핵심부 간 연결 고리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갔겠느냐. 바로 돈 아니겠느냐. 지금 검찰이 분식회계로 조성된 비자금을 파헤치고 있는데 아마 그 중 일부를 이 팀이 썼을 것이다. 부적절하게 만들어진 돈이 제대로 쓰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 자금 흐름을 쫓다 보면 대우조선해양을 비호한 인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었다. 야당 의원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지난 정권 핵심 실세 및 이 전 대통령 친인척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금융당국의 대우조선해양 거액 지원,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등과 관련해서도 구설이 나돌았었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말도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검찰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여러 번 내사를 진행했고, 첩보도 생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인사는 “시중에 돌던 것도 있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모은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정식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외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가 있었는데도 왜 수사하지 않았는지는 다소 의아하긴 하다. 정·관계 로비가 먹혀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