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다가오는 6월 30일, 제9대 서울시의회(의장 박래학) 전반기 활동이 종료된다.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최웅식)는 1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수’ 역할을 하는 최고 선임위원회다.
2년간의 전반기 활동에서 운영위원회는 당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했다. 의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회 운영 전반에 대한 진단과 개선에 들어갔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간 인사청문 실시 협약 체결에 이어 올해 초에는 서울시의회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인사청문회 준비를 관장했다. 그 밖에 정책지원인력 도입과 정책토론회 활성화까지, 운영위원회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야말로 ‘열일’했다.
▲ 최웅식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의회개혁특위 33건 제도 개선
운영위원회는 제9대 의회 운영 중점 사항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청렴 의회 실현’과 ‘일할 수 있는 의정 환경 조성’ 두 가지를 두었다. 이에 대해 최웅식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잘못 형성된 관행과 적폐들을 바꾸고, 동시에 지방의회 의원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발굴.개선하려는 데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운영위원회는 2014년 7월 의회 개원과 동시에 ‘의회개혁특별위원회’(이하 “개혁특위”)를 구성하여 의회 개혁을 위한 20대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개혁특위는 4차례의 전체회의(‘14.7.∼11.)와 17차례의 소위원회 회의(’14.8.∼10.)를 통해 개혁 과제별로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시민 공청회(‘14.11.3.)를 개최해 논의된 개혁 과제 실행 방안을 발표한 후 공청회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25일부터 2015년 1월 24일까지 6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개혁특위가 이뤄낸 성과는 ▲조례 제.개정 발의안 18건 ▲관계기관 건의안 송부 7건 ▲의회 운영 개선 제안 11건 등 총 33건이다. 이러한 정책 대안은 서울시의회 운영에 곧바로 반영됐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2015년 1월, 불미스러운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어 사실상 의정활동이 어려운 현직 의원에 의정활동비 지급을 정지했다. 또한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시의회 해외연수활동과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의원의 입법 활동을 활성화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원 입법정책 연구용역과 의원 연구단체 지원도 예산을 확보해 시행하고 있다. 시민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정책토론회 운영과 시의회·서울시 간 인사청문회 실시 협약 체결, 정책지원인력 도입 또한 제9대 전반기 운영위원회의 주요 활동성과로 꼽힌다.
▲ (2016.03.09.)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후보자 인사청문회 TF 합의
시의회·서울시 간 인사청문회 실시 협약 체결
이후 서울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개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지방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법령상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조례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려했던 시도들은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운영위원회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도입 건의안’을 채택해 행정자치부에 제출하는 등 정부와 국회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동시에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해 서울시와 ‘협약’을 추진해 나갔다.
2015년 8월 17일 체결된 ‘서울시의회·서울시 간 인사청문회 실시 협약’은 서울시장이 5개 공기업의 장(▲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시설관리공단)을 임명하기 전에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약으로 시의회는 법령 상 근거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서울시 공공기관의 장 후보자의 업무 능력을 사전 검증할 수 있게 됐다.
협약이 체결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당초 협약식은 2015년 4월 22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시의회와 서울시가 인사청문회 도입에 뜻을 모은 후 협약 체결만 남은 상황이었지만 인사청문회 대상 범위를 두고 시의회와 서울시간의 의견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며 “5개 기관장으로 인사청문 대상 범위를 한정할 경우 청문회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사청문 대상을 추후 확대할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협약 체결이 연기된 이유를 말했다. 결국 서울시는 협약식 당일, 협약식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운영위원회는 ‘협약 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8월 17일 협약 체결을 성사시켰다. 이 날 맺은 협약에는 앞으로 인사청문 대상 범위를 넓혀나가는 데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협약을 체결한지 약 7개월 후에는 서울시 역사상 최초의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운영위원회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앞두고 인사청문회 세부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T/F에서 다룰 의제 등을 논의하고,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 선임과 사전 검증 범위 등 인사청문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서울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인사청문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운영위원회라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의회 최초 정책지원인력 도입
운영위원회는 2015년 지방의회 최초로 정책지원인력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방의회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정책지원인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라는 판단에서였다.
지방행정은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중앙정부로부터 국가사무가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회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개발에 매진해야 함과 동시에 주민과의 긴밀한 소통에도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서울시 2016년 세출예산은 교육청 예산과 기금을 포함하여 약 39조 원으로, 시의원 1인당 약 3,679억 원의 예산을 심의해야 하지만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제19대 국회에서도 정책지원인력 도입에 대한 움직임은 있었다.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을 내용으로 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치열한 논의 끝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15.4.28.).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계류시켜 그대로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영위원회가 추진한 정책지원인력 도입은 서울시의회 의정활동에 ‘단비’같은 역할을 했다. 50명의 정책지원인력은 10개 상임위원회에 배치되어 입법활동 지원 기능을 보강하고 효율적인 의정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현안과 쟁점 사안에 대한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에 투입되어 적시성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책지원인력을 활용한 2015년 의정활동 실적은 2014년보다 약 88%나 증가했다. 7월부터 후반기 의회가 새롭게 시작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책지원인력의 활동성과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의 정책지원인력 도입은 이미 다른 광역의회에 모범 사례가 됐다. 최 위원장은 “정책지원인력을 도입한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책지원인력 운영과 관련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정책지원인력에 대한 지방의회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했다. 열악한 의정활동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운영위원회의 과감한 결단이 지방의회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 최웅식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시민 의견 청취를 위한 정책토론회
‘15.9월∼’16.6월까지 18건 개최
시민 의견 청취를 위한 정책토론회는 개혁특위의 20대 과제의 일환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추진된 전반기 운영위원회의 야심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의회는 시민 의견 청취 수단으로 ▲위원회 의결을 거쳐 회의 형태로 진행하는 ‘공청회’와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각종 ‘토론회’를 혼용하여 활용해왔다.
이러한 공청회와 토론회는 시민 의견 청취라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승인 절차와 주제 선정 범위가 서로 다르고 예산 집행 등 관리.운영 측면에서도 일부 논란이 되어 왔다. 운영위원회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공청회와 토론회를 구분.확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현안이라면 중요조례안 관련 주제 여부에 관계없이 토론회를 개최해서 시민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2016년 당초 시의회사무처가 편성한 2,700만 원을 운영위원회 예산 예비 심사를 통해 7,200만 원을 증액해 총 1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히면서 “보다 많은 의원들이 토론회 개최를 통해 시민과 전문가 등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담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작년 9월 관련 회의규칙 제정 이후 올해 6월까지 18건의 개최실적을 올린 정책토론회 사업은 앞으로 운영 방침을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전반기 운영위원회의 활동성과에 대해 최 위원장은 “작게는 서울시의회, 크게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 가야할 길이 한참 남았다”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있는 의회 전반의 다양한 개혁 과제들을 발굴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국 지방의회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끝까지 걱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대 의회의 유산인 의회 불신 문제 해결을 안은 채 시작한 제9대 서울시의회가 어느덧 전반기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운영위원회 활동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지방의회 발전의 본보기로서 의회 내부의 다양한 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대책 마련에 힘썼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6월 정례회를 끝으로 전반기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는 운영위원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그 귀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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