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일요신문>은 용인정신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건물 앞에는 직원 100여 명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었다. 지난 6월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병원의 노조원들이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정리해고 중단, 환자 강제퇴소 중단, 의료보호환자 환경 개선 등이다. 그런데 병원 측은 ‘돈이 없다’는 주장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병원은 현재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노조원들은 병원 측이 파업 현장에 농약까지 뿌린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농약을 뿌리는 사람과 대치하는 노조원의 모습. 사진제공=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이런 주장에 대해 병원 측은 이 모든 것이 작업치료요법이라고 하며 강제성은 일체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신병원 환자 특성상 불이익을 받더라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해 강제성이 있음을 증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의료보호환자와 일반 환자의 차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보호환자는 저소득자들의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보호제도의 도움을 받는 환자들을 의미한다.
우선 의료보호환자가 받는 식단부터 차이가 있다. 일반 병동의 환자는 보통의 병원과 마찬가지로 식판에 식사가 마련돼 나온다. 그러나 의료보호환자가 있는 병동에서는 통에 반찬과 밥을 담아 알아서 배식하게 한다. 통에 담겨 있는 반찬과 밥을 환자들이 직접 배식하고 있는데 그 배식양도 적다고 한다. 또한 노조 측은 의료보호환자의 환자복은 다 찢어진 상태였고 샤워실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환자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간호사와 보호사 2명이 환자 100명 정도를 맡고 있다”며 “이 인력으로 환자 관리와 라운딩을 돌면서 반찬, 국, 밥을 전부 배식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병원은 이 모든 이유를 경영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은 경영난으로 인해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그런데 앞서의 한 씨는 “경영이 어렵다면서 직원들 임금은 8년간 동결시켰지만 경영진의 임금은 인상시켜왔다”며 “그동안 관리자들인 진료원장, 진료부원장 등은 꾸준히 승진했는데 직원들 임금은 체불하면서 무슨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승진시키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의료보호환자들이 찢어진 환자복을 입고 생활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제공=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그는 이어 “12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노조와의 교섭에서는 희망퇴직 숫자가 안차서 35명 정도를 정리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대뜸 교섭이 끝나더니 15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했다. 그럼 환자 관리를 누가 하냐고 하니 약 500명의 환자를 다른 시설로 보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를 다른 시설로 보내는 방식이다. 보내지는 환자 대부분은 의료보호환자들이고 보호자도 제대로 없다. 이들 대부분의 공식 보호자는 용인시, 안양시, 평택시 등 지자체다. 한 씨는 환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은 환자들을 죄수마냥 봉고차에 실어 나르는 모습이었다. 이동의 공식적인 이유는 병원 리모델링 때문에 환자가 있을 수 없어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어디에서도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찾을 수 없었다.
환자들이 다른 시설로 이동하는 모습. 개인 물품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들고 봉고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그러나 파업에 참여한 한 병원 직원은 “온수에 대한 내용은 이미 환자를 차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환자복은 교체할 물량조차 구비해놓지 않았으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궁금하다. 식단은 감자튀김 2조각 나오고 불고기라면서 고기 한 점에 양파만 있는 밥이 정상적일 수가 없다”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6월 23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현장을 방문했다. 위원회 측은 “전반적으로 시설운영에 문제점이 있다”며 “향후 이에 대한 감사와 관련 조치들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해당 사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회 업무보고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문제를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방침이 결정된 건 아니고 현재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윤 의원은 28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국회 차원의 조사를 하자고 했다. 따라서 복지부가 나설지 안 나설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용인정신병원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는 서울시립정신병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서울시립정신병원은 지난 1987년 용인정신병원이 부지를 기증하고 서울시가 건물을 만든 뒤 위탁하는 방식의 병원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감사 결과 ‘법인 임원기본급 지급 부적정’ ‘구내식당 식자재 허위납품’ 등 11개 사항에 대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