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 사무총장이 6월 25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의 안내를 받으며 제주포럼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딧불이 공식 페이스북은 “반 총장은 흙수저인데도 UN 사무총장이 됐다. 반딧불과 눈뭉치를 모아 공부해서 크게 이름을 떨친 형설지공 고사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반 총장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딧불이 회원 100여 명은 반 총장이 지난 5월 일산 킨텍스를 방문했을 당시 “세계 통합의 지도자, 국민통합의 지도자 반기문” “대한민국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환영대회를 했다.
반딧불이 설립 배경에 대해 김성회 반딧불이 창립준비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보 진영이 반 총장을 앞장서서 공격하고 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반 총장을 욕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단순히 정치적 이유만으로 반 총장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흘러 다니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세계평화를 위해 소수자와 난민의 인권을 강조한 분이다. 기후나 환경에도 신경을 썼는데 진보의 핵심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이 드물다. 제대로 알릴 것이다. 반 총장도 반딧불이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디불이는 실시간으로 반 총장 어린 시절 일화를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있다. “반 총장의 중고등학교 동창들은 반 총장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반 총장은 말수가 적고 조용히 공부만 하던 공부벌레였다. 돈이 없는 가난뱅이 초등생 반 총장은 그 미국인 기술자에게 영어를 배우기 위해 10리가 넘는 비료공장까지 매일 걸어 다녔다”는 내용 등이다. 최근 ‘반기문.org’ 도메인을 사들인 반딧불이는 ‘반기문 웹진, 반기문 뉴스’도 만들 계획이다.
반딧불이는 반 총장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조직화를 꿈꾸고 있다. 6월 24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반딧불이 회원 약 40명은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서울 인천 전북 등 전국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이 김성회 창준위장과 부대표 5명을 선출했다. 반딧불이는 23개 광역시도지부와 상임중앙위원회 및 중앙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반딧불이 관계자는 “여성, 대학생, 청년, 노인 등 세대별 위원회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조직 책임자들의 절반 정도가 구성됐다. 전국 조직망을 만들고 10월경 창립대회를 치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반딧불이 행보에 대해 신중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반 총장 최측근은 “반딧불이라는 이름은 잘 지은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연내에는 반 총장의 팬클럽들이 노골적으로 ‘대통령 만들기’ 운동을 해선 안 된다. UN은 굉장히 냉정한 곳이다. 반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책임도 있다. 연내에 대선 이야기가 나오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불을 끄는 중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곤 우리 쪽 사람을 공천을 하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UN에서 곧장 성명이 나온다. 그때 주동자들에게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고 연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반딧불이는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팬클럽 명예회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김성회 창준위장은 “명예회장을 부탁한 것은 맞다. 제가 원 지사와 이야기하다 ‘요즘 새누리당 형편이 안 좋지 않나. 통합적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는 말이 나왔다. 그런 차원에서 제안한 거지 어떤 자리를 제안한 것은 아니다. 지자체장이 자리를 맡으면 선거법 위반 문제도 있다. 어찌 보면 원 지사는 제 친구다. 원 지사를 잘 아는데 친구 앞길에 누를 끼칠 이유가 뭐가 있겠나”고 전했다.
반 총장과 원 지사는 지난해 12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만났다. 당시 원 지사는 반 총장에게 ‘에너지신산업 플랫폼 제주’ 모델을 설명한 뒤 제주 포럼 방문을 부탁했다. 반 총장은 포럼 참석차 5월 방한 당시 제주도를 찾았고 원 지사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공항까지 직접 반 총장을 영접했다. 일찍부터 둘의 ‘교감설’이 흘러나왔던 배경이다.
원 지사 측은 반딧불이의 명예회장직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원 지사 최측근은 “사실무근이다. 반딧불이 창준위장과 원 지사가 며칠 전에 통화하신 것은 맞고 반딧불이 명예회장직 제안을 받긴 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아무런 대꾸도 안 했다. ‘반 총장과 같이하자’는 이야기는 할 수 있는 거지만 그런 정보를 흘려서 이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이다. 반딧불이가 반 총장과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원 연대’ 가능성은 원 지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맞물리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원 지사는 17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지사 임기가 2018년 6월 말까지기 때문에 도지사 임기를 마치려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지사의 불출마 선언 뒤 일각에선 “원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반 총장을 미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 최측근은 “제가 인터뷰 현장에 있었는데 불출마 선언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원 지사가 ‘도지사가 임기를 마친다고 생각하면 대선 출마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대권 출마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 게 아니다. 도민이 나가라고 하면 원 지사는 대선 출마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반기문 최측근 임덕규 “UN 총장은 정치인…이해찬 참 안목 없네”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은 반기문 UN 사무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참여 정부 시절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UN 사무총장 선거를 도왔다. 반 장관을 물밑에서 지원한 임 회장은 당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어 각국 대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6월 28일 월간 <디플로머시> 사무실에서 임 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반 총장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1972년에 반 총장이 인도 총영사를 지냈다. 제가 1966년에 한국과 인도의 친선 협회를 만들었다. 처음 간사로 시작해서 나중엔 회장도 해서 인도 사람들과 인연이 많았다. 우리나라로 인도의 장관급 이상이 오면 환영대회를 많이 했다. 그때 자연스레 반 총장을 만나게 됐다. 반 총장이 인도 내 한인 모임에 참석했을 때 알게 됐다.” —총장 임기 동안에도 자주 연락했나. “지난 10년 동안 수없이 전화했다. 어떤 때는 반 총장이 ‘요즘 잠에서 깨면 지구에 별일 없나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70억 인구 안녕들 하신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최근에 방한하시기 전에도 통화했다.” —‘반기문 대망론’ 때문에 반 총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반 총장이 방한 전에 걱정을 하진 않았나. “반 총장은 평상시대로 했다. 원래 언론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다. 좋은 의미로 뱀장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실을 전부 없앴을 때 다른 부처는 기사가 나올 수가 없었다. 위에서 국장들에게 기자 만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반 총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내외신 기자들까지 100여 명을 모아놓고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했다” —국내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대선 출마를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참여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했던 ‘참여정부 인사’다. “참여정부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UN 사무총장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내가 반 총장을 만들어줬는데 당신 어딜 간단 말이야’ 이 정도 소리할 사람 없는 것이다. 본인들이 만들었는데 다른 곳 간다고 하면 놔두겠나. 노 전 대통령이 UN 사무총장 당선에 기여한 사실은 틀림없다. 그때 당시 장관이 됐으니까. 그런데 구체적으로 운동한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이해찬 의원은 반 총장에 대해 ‘외교관 캐릭터는 한국정치와 안 맞는다’고 했다. “반 총장은 외교관이 아니다. 외교관 경험이 있는 것이지 UN 사무총장은 정치인이다. 이 의원이 그렇게 안목이 없는 줄은 몰랐다. UN 사무총장을 단순한 외교관으로 보는 건 유식하지 못한 태도다. 국내정치는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하는 정치인은 없다. 하지만 국제정치는 상대방을 말살시키는 정치다. 아랍하고 이스라엘을 봐라. 서로 말살하려고 한다. 그런 분쟁을 중단시키고 협상하고 설득해서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게 국제정치다.” —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본인을 위해서는 안 하는게 상책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국가원수 대접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공인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나라 일을 해야 한다. 나라가 필요로 하면 목숨을 바쳐야 한다. 반 총장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상 최고의 혜택을 받은 분이다. 대선 출마 이야기를 반 총장에게 직접 한 적은 없지만 국민이 원하면 반 총장도 대선 출마를 안 할 수 없다. 본인 의사가 어떠냐고 물어볼 것도 없다. 결국 UN사무총장도 국민이 만들어줬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