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내부정보를 유출하는 내부인을 두고 ‘남조선 간첩’이라 칭하며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정보를 유출하는 내부인을 두고 ‘남조선 간첩’으로 언급하며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고 한다. 즉 김정은은 이러한 행위에 가담을 한 이에 대해 최고 총살형에 달하는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지시문을 작성해 일반 가정에까지 돌렸다는 것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북한 당국의 정보통제 및 혐의자 축출에 대한 소식은 또 있다. 6월 초 북한 내부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데일리NK>는 북한 양강도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최근 카카오톡, 라인 등을 사용하는 주민들을 반역자로 현장에서 체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카카오톡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으름장도 이어졌다”고 전한 바 있다.
도대체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북한 당국과 김정은이 강도 높은 후속 대책을 내놓으며 정보유출에 ‘칼’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북한 내부 정보활동을 꾀하고 있는 한 대북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서 국내 언론의 보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정보 유출에 대한 경계와 간헐적으로 강도 높은 통제 및 처벌은 줄곧 이뤄져 왔다”면서도 “다만 김정일 시대와 비교한다면 북한 내부 정보의 유통이 보다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느슨해진 측면은 분명하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 스스로 이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꼽았다. 첫째는 체제 장악력의 약화로 인해 정보가 빠져나가는 구멍도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스레 시장경제가 자리잡기 시작한 북한 사회에서 당 간부들 상당수는 본업과 다른 별도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정보장사에 뛰어드는 경우도 꽤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돈만 있으면 고급 정보를 보유한 당 중앙의 핵심 관계자와의 접촉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의 북한 내부 보급과 그에 따른 정보 유통의 편리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 당국은 지난 2014년부터 북한 내부에 유통되는 스마트폰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며 지속적인 단속에 나선 바 있다. 특히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제(일부는 한국제품과 미국 애플제품) 스마트폰이 음지적으로 보급되면서 북한 당국을 당혹케 했다. 해당 지역은 중국 기지국의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
앞서의 관계자는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 내부 영상정보 하나를 받기 위해선 안에 복잡한 도촬 장비를 넣어야 했고 영상 파일을 받아오기도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웠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각종 파일 교환이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정보가 오가게 됐다. 이는 북한 내부 정보의 외부 유통의 촉발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북한 내부 인식의 변화다. 이는 특히 북한 중앙당 소속의 고위 당직자들에 해당한다. 체제 불안의 심화에 따라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북한 내부의 불안감이 정보 유출의 급증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해 북한 내부 정보 유통에 참여하는 당 간부들이 있다”라며 “외부의 커넥션을 보험 삼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덧붙였다.
‘남조선 간첩’ 색출이란 명목으로 정보 통제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의 움직임 내면엔 앞서의 변화한 환경과 그로 인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칼’을 뺀 북한 당국이 실제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띠고 단속을 해나갈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대북 통신원 ‘메신저’ 뭐 쓰나…보안 짱! ‘텔레그램’으로 갈아타 텔레그램 로고 이에 대해 한 대북 통신원은 첫 손에 ‘텔레그램’을 꼽았다. 이 통신원은 “이전만해도 국내의 카카오톡이나 라인, 그리고 중국의 위챗 등 다양한 메신저를 이용했다”며 “하지만 국내 언론에서도 논란이 있었듯 국내 메신저의 보안상 이유로 최근 우리 통신원이나 북한 내부 소식통이나 상당수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고 있다”라고 전했다. 역시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의 SNS서비스사 쁘이깐딱제가 개발한 오픈 소스 메신저다. 텔레그램은 2014년 한 국제 정보재단이 실시한 보안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비밀대화 기능에서 다른 기종보다 우월한 평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1억 명이 넘는 유저가 사용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주류 메신저들의 보안상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거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난 유저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