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비타민 A와 C도 훨씬 풍부해져 애호박이 단순히 식품이라면 늙은 호박은 말 그대로 보약으로 질적인 변신을 한다. 호박의 약리효과를 언급한 최초의 의서는 <본초강목>. ‘속을 보하고 기를 늘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의서인 <경험방>은 ‘천식에는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고 보리엿을 채워 서늘한 곳에 한달 가량 두었다가 쪄 먹으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전통적으로, 간암으로 인해 복수가 찼을 때 이를 제거하는 약재로 늙은 호박을 사용해 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분은 프로비타민A인 카로틴이다. 카로틴은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체내에서 생성된 과산화지질이 신진대사를 방해하면서 노화가 촉진되는데 카로틴은 과산화지질을 만드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당히 성인병 예방식품의 자격을 갖췄다. 풍부한 카로틴과 비타민C는 혈압을 내리고 당뇨를 조절해주며 항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늙은 호박을 자주 먹으면 폐암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온 적이 있다.
늙은 호박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카로틴을 최대한 흡수하려면 호박을 기름으로 조리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카로틴은 기름에 쉽게 녹아나오기 때문이다. 그냥 먹을 경우엔 카로틴 흡수율이 8%로 떨어지고 삶으면 30% 가량 흡수되지만, 기름을 사용하면 흡수율을 50∼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호박은 과육도 훌륭하지만 호박씨의 영양을 포기해선 안된다. 단백질 지방 칼슘 등 영양소는 물론 고급의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어 그냥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지난 94년 미국 국립위생연구소가 폴란드 과학자들과 함께 호박씨의 효능에 대해 연구한 결과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하는 과정을 막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장기 내에서 바이러스와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능도 밝혀냈다.
호박씨의 불포화지방산은 호박씨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성분인 레시틴과 함께 혈액순환을 돕고,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노화예방에 효과가 있다. 레시틴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능도 있는 성분이다. 또한 필수 아미노산이 간을 보호해준다.
과육은 과육대로 씨는 씨대로 이용할 수 있는 호박은 부드럽게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노인이나 어린이, 소화력이 약한 환자의 회복식으로도 훌륭한 식품이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gody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