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과 관련해 채권단과 선주사로부터 사재출연 압박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들 4명의 ㈜한진 지분 6.97%의 가치는 시가로 약 268억 원이다. 담보로 설정된 주식은 없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 0.04%의 시가는 약 8억 원이다. 상장된 3개사의 지분가치만 2287억 원(담보로 제공된 주식 제외)이다.
그런데 비상장 주식 가치도 상당하다. 가장 큰 부분은 조 회장의 정석기업 주식이다.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 유상증자를 위해 정석기업 주식 일부를 주당 29만 6966원에 팔았다. 매입한 곳은 정석기업이다. 조 회장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한 셈이다. 조 회장의 잔여 지분은 25만 476주(지분율 20.34%)다. 정석기업 지분의 절반가량을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에 영향은 없다. 최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추정하면 약 744억 원이다.
유니컨버스라는 비상장사는 조 회장 일가의 숨은 보고(寶庫)다. 호스팅과 콜센터,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조 회장과 세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가족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33억 원, 부채 86억 원인 이 회사는 매출액 345억 원에 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12억 원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연간 223억 원의 매출을 거둔 콜센터 사업 부문을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207억 원에 매각했다. 순자산가치 11억 원(자산 28억 원, 부채 17억 원)인 콜센터를 207억 원에 매각한 만큼 196억 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 이 회사의 순자산가치는 약 232억 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한진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곳이니만큼 만약 조 회장 일가가 이 회사 지분을 활용한다면 수백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어 보인다.
조 회장의 토파스여행정보와 한진정보통신 지분은 지난해 말 순자산 기준으로 약 2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경영권에 필수적인 한진칼 지분을 제외하면 조 회장이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 가치는 당장 1200억 원가량이다. 또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면 최소 1000억 원 이상 조달할 수 있다. 조 회장의 세 자녀는 지난해 11월 기내면세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62억 6700만 원에 대한항공에 넘겼다. 종합하면 조 회장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사재는 최대 약 2500억~3000억 원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조 회장 일가가 사재를 내놓을까.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낼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당장 한진해운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1조 원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사재를 털었다는 점과 한진그룹이 최근 한진해운의 해외상표권, 해외항로운영권 등 경영권과 직결된 핵심 자산을 매입하면서 3000억 원 가까운 현금을 지원한 점 등을 감안하면 채권단과 선주 측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사재 출연은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이후 경영권을 되찾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삼구 회장이 3300억 원의 사재를 내놓으면서 채권단으로부터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 경영권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조 회장도 사재를 내놓아야만 향후 한진해운이 정상화됐을 경우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사 간 합병이 이뤄진다면 이후 제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중소그룹으로 전락한 현대그룹보다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유리할 수 있다.
현재 검찰로부터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각 수사를 받고 있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쪽에서 조 회장 쪽을 거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수사 결과 기소될 경우 일정 부분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정상을 참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수홀딩스는 재무상태가 건전한 데다 사업부문과 자산은 아직도 한진해운과 연결돼 있는 부분이 많다.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도 유수홀딩스 소유다.
최열희 언론인
이건희 사망설 주가 출렁 왜? 삼성전자 실적 전망 등 복합 작용 지난 6월 30일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설이 시장에 퍼지면서 삼성그룹주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 회장의 사망과 삼성그룹주 주가가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지난 6월 30일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이 퍼지면서 삼성그룹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날 종가 기준 상승폭을 보면 삼성전자 2.08%, 삼성물산 4.68%, 삼성생명 1.52%, 삼성화재 1.15%, 삼성SDS 3.99%, 삼성SDI 1.89%, 삼성카드 1.22% 등이다. 호텔신라도 1.95% 올랐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을 이루는 종목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장중 상승폭은 8.51%, 7.61%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두 종목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남매가 직접 지분을 가진 회사들이다. 국내 그룹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 주가가 루머 하나 때문에 춤을 춘 것일까. 삼성은 이 부회장 등 세 남매가 지배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고,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이 회장이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되고 6개월 이내에 상속세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 당장 이 회장 개인 명의로 된 지분만 8조 원에 달하고, 상속세는 4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신고를 하더라도 분할납부가 가능하지만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상속 개시와 함께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지배주주가 아닌 입장에서 상속이 개시된다고 해도 삼성 지배구조 핵심주식의 투자매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을 두고 의결권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 한 현재의 지배구조와 펀더멘털에 변화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되레 이 회장 일가가 가진 주식 일부가 상속 과정에서 현금화될 수 있다. 매물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날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를 주목하기도 했다. 공매도 공시제 부담 탓에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들이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 몰리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보통 기관들의 공매도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들이란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힘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내달 초 발표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40만 원을 돌파하면서 2015년 상반기 기록했던 최고가인 150만 원대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가치의 상승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주주사인 삼성화재에도 긍정적이다.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지분을 가진 삼성SDI에도 호재일 수 있다. 삼성생명은 언젠가는 삼성전자 지분을 떼어내야 하고, 삼성화재와 삼성SDI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는 데 따른 연쇄효과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루머의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 실적 전망과 공매도 공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지금 당장도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갖춰진 만큼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일희일비하는 투자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법,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제한법, 그리고 순환출자 규제 강화 등 제도 변화가 삼성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요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