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명 ‘82피플’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된 ‘강남패치’. 사진출처=인스타그램 캡처
팔로어들이 급속도로 늘자 이후 강남패치는 팔로어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애초 타깃으로 삼았던 여성과 친한 블로거, 인터넷 얼짱, 레이싱 모델 등으로 폭로 대상은 점점 가지를 뻗어나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①다수가 여성이며 ②유흥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③강남 일대에서 주거하거나 근무하고 있으며 ④젊은 나이에 수많은 명품과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고 ⑤마지막으로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박유천 피소 사건은 강남패치의 팔로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이미 강남패치는 82피플들이 유흥업소에서 근무할 당시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진에 종종 연예인들도 등장했다. 바로 이런 유흥업소를 찾은 연예인들의 사진이 유흥업소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유천 사건을 통해 화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것.
현재까지 강남패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강남 유흥업소 여성들과 친분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공개한 연예인들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멤버 5명과 남성 솔로 가수 1명 등이다. 여기에 전·현직 스포츠선수와 그의 가족들까지 유흥업소 여성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게다가 남성 종업원들을 위주로 운영되는 여성 전용 유흥업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자 유명인 관련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언급되자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문제의 게시물은 지워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외의 게시물에 대해 강남패치는 “당사자가 지워달라고 항의해도 절대 지워주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했다. 도리어 지워달라고 요청한 당사자의 쪽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폭로 대상이 된 이들은 자신의 계정에서 유흥업소 관계자들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들을 허겁지겁 삭제하거나 아예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는 등의 긴급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6월 30일 현재 부활한 ‘강남패치’의 인스타그램 계정.
그러나 “속이 다 시원하다” “검찰과 경찰도 못 찾은 범죄를 강남패치가 찾았다” 등 응원의 목소리도 있다. 강남패치 지지자들은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고 강남패치의 운영자를 찾아 나섰다고는 하지만 강남패치가 게시한 이들의 성폭행, 성매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 혐의부터 수사하는 것이 순리 아니냐”고 지적하며 “오히려 검경이 찾지 못한 범죄 내용을 수면 위로 올린 강남패치에게 상을 줘도 모자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강남패치에 대한 신고 문제가 지속 대두되자 지난 6월 28일 강남패치 계정은 인스타그램 운영진 측에 의해 정지되기에 이른다. 이에 강남패치는 다른 계정을 만들어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29일 다시 계정이 정지당했다. 이즈음 경찰이 직접적으로 강남패치를 거론하면서 수사 착수 의사를 밝힌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강남패치는 6월 30일에 새로 계정을 생성해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스타그램의 운영방침상 일정 건 이상 동일한 내용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해당 계정을 정지할 수 있으나, 계정이 정지가 되더라도 새로운 계정을 얼마든지 만들어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계정 정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첫 계정이 정지당한 이후 강남패치는 외부 홈페이지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으나 강남패치 운영자가 직접 만든 홈페이지가 아닌 강남 패치 사칭 계정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 자신의 개인정보 공개를 방지하고 국내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했던 강남패치가 공개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부분이 쉽게 이해되기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패치의 어마어마한 팔로어 수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강남패치 계정을 사칭해 수만 명의 팔로어를 그대로 흡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팔로어 수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어들을 통한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일부 사업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패치의 현재 계정 운영자는 “판을 치는 가짜들 때문에 제보를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복귀전을 하지 않겠다”라면서 여전히 계정을 운영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난 남자만 패” 강남패치 이은 ‘한남패치’ 등장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폭행, 사기행각들을 벌인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성들의 신상털기에 나선 인스타그램 계정 ‘한남(한국남자)패치’. 강남패치의 계정이 팔로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이 계정은 “전국팔도 문란한 한남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남패치와 서로 맞팔(서로 팔로를 하는 것)한 것으로 알려져 계정의 주인이 동일한 사람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없는 상태다. 해당 계정에는 대다수가 일반인이기는 하지만 강남의 유명학원 원장과 현직 모델 등 유명인 관련된 범죄 의혹 등도 제보받은 그대로 게시됐다. 대부분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성에게 억지로 술을 먹여 성폭행을 하거나, 마약 등 불법 의약품을 취급했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의혹이었다. 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나 여성들을 꼬실 때 쓰는 대사들이 함께 게시되자 댓글에는 “나도 이 사람한테 당했다”라는 피해자들의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관련 인물들은 의혹의 일정 부분은 인정하면서 “인정까지 했는데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면 내가 살 수 없으니 삭제 좀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남패치의 계정 주인은 그런 삭제 요청 대화 내용까지도 계정에 올려버리곤 했다.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으니 삭제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기 때문에 사정만으로 삭제해줄 수 없다’는 것이 한남패치 측의 주장이다. 그 역시 강남패치와 마찬가지로 “고소를 할 수 있으면 고소해라. 대신 너의 범죄 의혹도 경찰 앞에서 드러내야 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한남패치 계정은 강남패치와 함께 6월 28일 계정이 정지됐지만, 강남패치가 부활한 6월 30일까지 후속 계정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원] |
강남패치·한남패치 자신만만 이유? 페북 비협조 땐 수사 불가 명예훼손 혐의 적용의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처럼 당당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기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서버와 본사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미국 본사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경찰 수사는 착수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던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지수 역시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 측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나, 지난 2월 페이스북 본사로부터 “계정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수사가 좌절됐던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 측은 “정보 제공 요청 대상자가 한국 경찰청이 소속된 국가의 관할권 밖에 있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의자 특정 불가’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9일 강남패치, 한남패치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내용의 고소장 2건을 접수,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페이스북의 방침에 따르면 수색영장이나 법원 명령서, 소환장 등 법적인 요청이 수반되고 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서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또한 미국 외 지역 관할권에서는 해당 관할권의 법에 의한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지역 내의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 해당 관할권의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명시돼 있다. 즉 수사에 협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으나, 협조에 이르기까지 부합해야 할 기준이 첩첩산중이라는 것이다. 만일 페이스북 측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면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의 게시물은 철저하게 익명의 SNS 이용자로부터 받은 제보로만 이뤄진 ‘아니면 말고’ 식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불법의 혐의가 있건 없건 재미와 흥미 거리로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공개했다는 비판과 이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강남패치 계정은 경찰의 수사 사실이 보도된 기사를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경찰은) 내가 아니라 업소여성부터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화류계 여성들 다 위로해주고 나를 잡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며 비웃음을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