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합니다’로 서민들을 웃기던 이씨는 생전에 폐암말기 선고를 받고도 금연운동에 앞장서 그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고 장학재단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또 화장문화에도 모범을 보여 세상을 떠난 뒤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코미디왕 이주일씨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은 바로 폐암. 생전에 즐기던 담배가 주 원인이 된 ‘비소세포성 폐암중 선암’이라는 질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씨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모 대학병원에서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폐 깊숙이 암이 생겼고 그것도 치료하기 어려운 ‘선암’이라는 판정이었다.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으니 주변정리를 하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 선고에 비하면 이씨는 그로부터 7개월여를 정신력으로 더 버틴 셈이다.
이씨는 곧 국립암센터로 옮겨 이진수 원장에게서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씨의 정확한 병명은 ‘비소세포성 폐암 중 선암’이다. 폐암은 크게 비(非)소세포성 폐암과 소(小)세포성 폐암으로 나뉜다. 이중 비소세포 폐암은 다시 편평상피세포암을 비롯해 선암, 대세포암으로 분류된다. 비소세포 폐암은 대부분 수술로 암덩어리가 퍼진 곳을 도려내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폐암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대로 기침과 객혈, 호흡곤란과 체중감소, 흉통, 목소리 변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증상이 폐암의 초기보다는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나타나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특히 폐암은 한쪽 폐로부터 시작해 림프절과 혈액을 통해 뼈 뇌 간 부신 신장 등 몸 전체로 전이가 잘 돼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국내에서 위암과 간암을 제치고 암 사망률 1위로 부상한 폐암은 대부분 병이 진전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암 중에서도 치료율이 낮고 완치율(5년 생존)이 14%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폐암 환자의 5∼15%는 전혀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레 발병을 확인하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그 어떤 병보다 무서운 병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조기 발견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암이다.
따라서 중년 이후 폐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늦어도 50세 이후로는 정기적인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특히 20년 이상 하루 한갑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이라면 45세 이후 적어도 6개월에 한번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말이다.
폐암의 발생원인으로는 흡연인구 증가, 공해 등 환경오염, 가족력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흡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씨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외쳤던 ‘금연’이야말로 폐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한때 이씨의 폐암은 ‘담배와 무관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씨의 비소세포성 폐암이 흡연 외에 자동차 매연이나 진폐가루, 석면, 바이러스 감염 등과 관련이 깊고 비소세포성 폐암은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암에 비해 여성이 반 이상을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를 마지막까지 지켜온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담배가 이씨의 폐암 원인이었다”고 일축했다. 담배는 유독 물질로 모든 폐암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씨의 사망은 폐암에 의한 호흡부전이며 흡연에 기인한 폐암이었다”며 “금연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폐암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원인이 비교적 밝혀져 있는 만큼 최소한의 예방법도 찾은 셈이다.
흡연가는 비흡연가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13배 높고 간접흡연자도 1.5배 높다고 한다. 흡연량과도 관계가 있어 하루 한갑씩 40년을 피운 경우 비흡연가에 비해 60∼70배 폐암 발생률이 증가된다. 뇌졸중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가량 위험성이 높고 혈압이 높은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그 위험성이 20배 높다고 보고돼 있다.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금연이 강조된다. 또 조기검진도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 팀이 지난 94년부터 2001년 말까지 8년간 8백22명의 비소세포암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기가 초기일수록 수술 성공률과 장기생존율이 높은 반면, 말기 환자일수록 수술성공률은 물론 수술 후 호흡곤란 등으로 인해 생존율 역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양이 3cm 이하이고 림프절을 침범하지 않은 초기 폐암인 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8%에 달한 반면 말기에 가까운 3기의 경우 30.6%에 불과해 2배가 넘게 생존율의 차이를 보였다. 폐암 위험군(흡연 가족력 환경 나이 등)에 속해 있다면 적극적인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최근 저선량 나선형 CT가 폐암 발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성주 보건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