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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엘리자베스 굴스 박사는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학습과 운동을 하지 않으면 뇌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더라도 곧 소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쳇바퀴를 돌리며 시공간 훈련을 받은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더 많은 뇌세포가 만들어졌고 수명도 더 길었다는 것.
연초 시카고 성누가병원의 로버트 윌슨 박사도 65세 이상 노인 8백1명을 관찰분석해 비슷한 결과를 밝혀냈다. 평소 글자게임이나 독서, 박물관 견학 등 머리를 쓰게 하는 운동을 하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생률이 7년의 관찰기간 동안 평균 47% 낮게 나타났다는 것. 65세에서 70세 사이의 연령은 노인성 치매가 집중적으로 시작되는 나이다.
노인성 치매의 의학적 치료는 아직도 연구단계에 있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지만 사람들의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예방 혹은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 연구는 크게 진전되어 유전자치료법 등의 결실이 가까워지고 있다.
주로 65세 이상이 되어서야 발병하기 시작하지만 85세쯤 되면 거의 절반 가량이 치매 증세를 보인다. 노인성 치매는 전두엽의 크기가 현저히 위축되고 신경세포가 감소하며 뇌실은 확장되는 등의 변화에 의해 일어난다. 주 증상은 심한 기억장애와 헛소리, 판단력 상실과 아집적인 성격, 절제력을 잃고 게을러지거나 피해망상에 사로잡힌다.
가족마저 몰라보며 기본적인 대소변가리기조차 못하게 되어 치매는 환자 자신보다 가족들에게 더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불린다.
노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급증해 현재 4백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의 추정으로는 앞으로 50년 안에 환자 수는 1천4백만 명으로 늘어나리라고 한다. 이 안에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다행스러운 것은 노인성 치매는 말 그대로 65세 이상의 노인이 되어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물게는 젊은 사람에게서도 발병되는 예가 없지 않다.
전문 연구기관인 미국 애리조나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에릭 레이먼 박사는 지난달 학술회의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로 알려진 아폴리포 단백질(APOE)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을 가려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발표했다. 검사를 자원한 1백50명의 대상자들 평균 연령은 30세였다. 적어도 알츠하이머병 발병 연령보다 35~40년 앞서서 그 가능성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미 컬럼비아대학 호세 룩싱거 박사 팀은 칼로리와 지방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알츠하이머와 관계있는 변이 유전자를 가진 70대 노인 9백80명을 대상으로 한 4년간의 연구에서 과지방 고칼로리의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은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고 한다. 과식은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뜻이다.
한편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 미량원소 가운데 하나인 아연의 역할도 치매와 관련해 잘 알려져 있다. 아연은 남성의 경우 생식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아연이 부족하면 정자의 수도 줄어들고 성 기능도 떨어진다.
노인에게서 아연 결핍이 흔히 나타나는 것도 정력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아연의 결핍은 노인성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경세포내의 DNA를 보호하는 산화방지 효소들이 아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는 뇌와 뇌척수액 속의 아연 수치가 현저히 떨어져 있다고 한다.
아연은 밀기울, 소맥배아, 해바라기씨, 영양효모, 우유, 계란, 양파, 굴, 삼치, 견과류와 푸른 야채들 속에 많이 함유돼 있다.
인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카레의 주성분인 심황(인도 생강)이 암과 치매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암연구협회가 지난 봄 밝힌 바에 따르면 심황은 전립선 암을 비롯한 여러 암세포 실험에서 다른 치료법의 효과를 2~3배 높이는 효과를 나타냈고 인도 노인들의 식성을 분석한 결과 치매를 막는 효과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축적되는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백신이 실험실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알츠하이머 극복의 길은 점점 가까워오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생활습관, 식생활 관리가 가장 안전한 대비책이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