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갱년기 증상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남성에게도 아주 흔 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 ||
생리적 원인은 남성호르몬의 감소. 개인차가 많지만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어 활력을 잃게 된다. 전문적인 호르몬 보충 요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스케줄을 잘 조절하고 운동과 영양식으로 체력과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일이다.‘갱년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 쉬운 여름철. 당신의 피로가 ‘남성 갱년기’와 관계된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40대 후반의 자동차 영업소장인 P씨. 일년 전부터 특별히 과로하지 않아도 늘 피곤하고 의욕이 떨어지더니, 어느 날부턴가 심한 무력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만사가 귀찮고 대인관계까지 힘들어졌다.
평소 즐겨 마시던 술 때문인가 해서 간 검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받아 보았으나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무력감은 여전했고 더 이상 직장생활조차 하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하는 회의마저 들었다. 그 무렵 의사인 친구에게서 남성 갱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남성호르몬 결핍이 원인
50세 전후의 여성은 폐경이 되면서 안면홍조, 발한,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여성 갱년기라 한다. 남성의 경우 여성과 같은 폐경은 없지만 40∼50세 이후부터 남성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감소해 여성처럼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에 따른 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난다.
여성의 폐경기와 같은 내분비계의 변화가 남성에게서도 일어난다고 해서 이를 남성 갱년기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93년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의료계에서조차 남성 갱년기는 무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6년에 남성 갱년기를 그 해의 핵심과제로 선정함으로써 비로소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1998년에는 세계 53개국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세계남성갱년기학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로써 남성 갱년기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남성호르몬이 저하되는 남성 갱년기에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안면홍조, 신경질, 우울감, 기질적 뇌기능 장애, 성욕과 발기력 감소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폐경기 여성에서와 같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갱년기 이후의 남성호르몬 수치에도 개인차가 많다. 60이 넘어서도 남성호르몬 수치가 젊은이의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대 초반부터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이론적으로 남성호르몬은 30세 전후를 정점으로 하여 해마다 약 1%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뇌와 고환의 노화 현상에 의해 남성호르몬이 감소되는 것이 원인이 된다.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중년 남성들에게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심리상태 및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외부적 요인으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영양상태의 불균형, 비만, 지나친 더위 등 여러가지가 있다.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간질환 등 만성질환 역시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감 줄어들고 우울증
갱년기가 되어 신체의 각 기능이 저하되면 스스로 신체가 ‘녹슬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져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 부위별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머리카락이 빠져나가고 체모도 줄어든다. 눈은 수정체가 두꺼워져 야간시력이 약화되며 가까이 있는 물체나 글자 등에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흉벽이 두터워져 호흡기 근육에 부하가 가중므로 쉽게 숨이 차게 되고 신체에서 체지방의 비율이 늘어 점차 비만형(특히 복부)으로 변하게 된다.
어휘력, 표현력은 크게 변하지 않는 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고막도 두꺼워지므로 작은 소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20세 이후부터는 심장박동이 조금씩 약해지는데 50대가 되면 절정기에 비해 10∼15%까지 감소한다. 신체의 산소공급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구력도 떨어진다. 70세의 지구력은 20세의 절반 정도다.
개인차는 크지만 성욕 감퇴현상도 일어난다. 발기력도 약해져 30∼50세 사이에는 큰 차이를 못 느끼던 것이 50세 무렵부터는 급작스레 발기 각도가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실감하게 된다. 근육은 위축되고 약화되며 골다공증이 시작된다.갱년기 증상을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감소된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는 방법이다.갱년기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고 혈액검사를 통해 남성호르몬 감소가 확인된다면 호르몬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 수치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로 파악한다. 농도 300ng/㎗ 이하(1ng 나노그램은 10억분의 1g)가 기준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근육과 골격을 발달시키고, 수염과 체모를 자라게 하며, 목소리를 굵게 하는 작용을 하는 남성호르몬. 호르몬요법은 골밀도와 근육량을 높여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동시에 성기능을 향상시켜 중년 이후 남성들의 활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혈액 중 적혈구의 숫자가 증가되며, 우울감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능도 있다.
남성호르몬의 보충요법으로는 경구용 약물, 주사제, 피부에 붙이는 패치가 널리 사용된다. 모든 호르몬치료가 그렇듯이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되 석달에 한번 이상 의사의 진찰을 통해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모든 갱년기 남성이 호르몬요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남성갱년기연구소 소장 김영찬 박사(포르테 비뇨기과 원장)는 “남성호르몬은 간 기능이나 조혈기능, 전립선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투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남성호르몬은 전립선과 전립선암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로부터 전립선암의 선별검사를 미리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성 갱년기의 주된 원인이 남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도 갱년기 증상을 가속시킨다. 예컨데 갱년기 주증상인 남성의 발기부전도 80%는 과다 음주와 흡연, 운동부족, 과식 등의 생활습관에서 온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갱년기 증상의 상당 부분은 극복할 수 있다.
§남성활기는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직접적으로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 조깅이나 등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면서 남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김영찬 원장은 “갱년기 남성의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이 반드시 남성호르몬의 결핍만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동이나 영양 등 기본적인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이 호르몬요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활기찬 남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중년 이후에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남성 갱년기 증상 자가 체크리스트
① 성에 대한 흥미가 감소했다.
②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③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졌다.
④ 키가 줄었다.
⑤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⑥ 자주 슬프거나 불만이 많아졌다.
⑦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⑧ 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립다.
⑨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⑩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있다.
* 위의 10개 문항 중 1번이나 7번 문항이 해당되거나, 나머지 중 3개 문항이 해당되면 남성갱년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