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공방하는 동지섣달 긴긴밤만이 무서운 게 아니다. 계속되는 무더위로 짧은 밤마저 빼앗겨 잠을 이룰 수 없는 삼복의 열대야도 두려운 존재다. 대낮에 체온과 같은 36~37도를 오르내리던 기온은 밤이 돼도 식을 줄 모른다. 이러한 무더위는 아직도 열흘 가까이 더 지속된다는 예보다.
평균 25도C 이상의 기온이 한밤중까지 계속되면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땀이 흐르고 골까지 아파지기 때문에 넉살좋게 깊은 잠을 즐길 수가 없다. 사람들은 잠을 포기하고 강변 고수부지며 역전 광장 등으로 몰려나와 잠 못이루는 밤을 지샌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기라도 하면 답답한 기분은 덜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잠못 이루는 열대야는 밤만 괴롭고 마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지치기 쉬운 때에 잠마저 제대로 자지 못한다면 탈진하거나 몸에 탈이 나기도 쉽다.
▲ 한강고수부지에서 한밤의 열기를 식히고 있는 서울 시민들. | ||
잠을 들 때 인체는 평소보다 체온이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일종의 각성운동인 신체의 온도조절 중추가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취침중에는 대낮의 활동시간보다 체온을 보호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외기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중추신경계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체온조절 기능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온도조절 신경이 작동하는 동안 신경은 예민한 각성상태가 되므로 깊은 잠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높은 온도 습도에 따라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것도 한 이유다. 주변의 소음이나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이 곤두서면서 잠이 달아나 버린다.
이렇게 잠을 빼앗기고 나면 아침까지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하루 종일 컨디션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그 영향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두통 소화불량이 지속될 수 있다. 일과중에 나른하여 꾸벅꾸벅 졸게 된다거나 행동이 느릿하고 순발력이 떨어져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충분히 잠을 잘 수 없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기간에는 중요한 일은 뒤로 미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잠 못이루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높은 기온이기 때문에 침실의 기온을 낮추는 것도 일차적인 해법이 될 수는 있다. 도심보다 기온이 낮은 계곡이나 물가라면 열대야를 이기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실내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데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에어컨이나 공기 정화기 등은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드는 작용이 있다. 에어컨을 켜두고 잠이 든 사이에 습도가 너무 낮아져 호흡기에 이상이 생기거나 체온이 지나치게 저하되어 여름감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선풍기 바람을 직접 쪼이면서 자다가 질식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