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들을 모두 구속시킨 후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사가 검찰 내부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수사가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장 수사선상에 오른 장본인들을 보더라도 기대를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정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박 아무개 부장검사(1억 원), 김 아무개 검찰수사관(2억 원)에 이어 브로커 이 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또 다른 김 아무개 검찰수사관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수사관들만 줄줄이 구속하는 등 본질을 흐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재경지역에 근무하는 A 차장검사는 브로커 이 씨가 4개월간 도주 생활을 하던 중 그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A 차장검사는 “자수하라고 설득하는 통화였다”고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처신 논란을 피하긴 어려웠다. 특히 A 차장검사가 이 씨와 전화통화 사실을 당시 상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통화 사실을 감춘 이유를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 여론과는 달리 검찰은 A 차장검사의 전화통화에 대해선 별로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간부는 “두 사람 사이에 금품이 오고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리고 전화통화는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검사 2명 가운데 한 명은 기소하더라도 재판 진행조차 쉽지 않을 수 있는 데다, 다른 한 명은 부적절한 처신에도 법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검찰은 수사관들에 대한 수사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정 전 대표로부터 2억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현직 수사관과 브로커 이 씨에게 수천만 원을 받은 또 다른 현직 수사관을 이미 구속시켰다. 또 이 사건에 연루된 수사관들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물론 “여론이 원하는 대로 이 사건을 정말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금품을 수수한 부장검사 1명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 보일 뿐”이라며 “수사관들만 줄줄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정 전 대표가 최 변호사나 홍 변호사를 통해 법원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관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수사는 수사관 몇 명 더 엮는 수준에서 끝내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이 사건이 그동안 흘러온 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처음에 정 전 대표와 최 변호사가 수임료 문제로 다툴 때에는 게이트 수준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고 그 사건에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까지 연루돼 있을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거기까지는 예상된 수순이 아니었지만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난 후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짜맞추기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현직 검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 등이 정 전 대표의 입 등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는 검찰의 설명이 그 같은 의혹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뒤 검찰 안팎에선 홍 변호사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사전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들이 나온 바 있다. 수사 초기 홍 변호사의 전관리비 의혹에 처음에는 선을 그었고, 최 변호사 등 이 사건 관계자 3명과 달리 홍 변호사에 대한 공개수사를 가장 마지막에 한 것 등이 이 같은 관측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특수통인 홍 변호사가 수사에 상당히 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해 증거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인사는 “검찰의 속성상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굳이 그 부분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이 이대로 수사관 몇 명 더 추가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하면 여론의 뭇매를 피하긴 어렵다. 검찰이 손에 쥔 마지막 비장의 카드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