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나쁜 사람들인데 교회에서도 만날 수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남성 목사가 같은 교회에서 여성 전도사와 불륜을 저지른 사건이 보도되면서 또한번 예수쟁이들(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 둔다)이 얼굴을 붉히게 됐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불륜이야 종교인들이라고 가리겠는가만, 목사와 전도사는 교회의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도덕과 윤리 보다 더 높은 덕목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목사와 전도사도 사람인데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예수쟁이 입장에서 사회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정치 지도자들도 때로 심각한 스캔들, 남녀상열지사에 얽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사례가 있고 연예인들의 불륜이야 더 이상 뉴스도 되지 못할 만큼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보도된 목회자들의 불륜 사건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같은 교회에서 목사의 성폭행 사건이 보도된 직후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던 목사가 여성 청년을 성폭행해 구속됐다는 뉴스는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이나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목회자들의 성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로 여성들의 치마속을 촬영하다가 딱걸린 신학대학원생도 있었고 추잡한 사건에 연루된 목회자와 신대원 출신들을 열거하자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범죄는 아니더라도 교회 설교단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빤쓰 목사’와 여성의 생리현상을 상대로 ‘기저귀’ 발언을 했던 목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모 유명 목회자의 여성편력은 교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었다. 이 목사는 특히 청년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한국교회의 차세대 지도자로 여겨지던 인물이어서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교회를 풍비박산으로 만든 이 사건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뉴스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다. 당사자는 지금도 뉘우치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시내에서 다시 교회를 열고 성도들을 모아 설교를 하는 뻔뻔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저 달 좀 보라고 가르키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절대로 달을 보지 않으려 한다. 뿐만 아니라 손가락이 왜 그렇게 짧으냐, 손가락에 난 상처는 언제 그렇게 된 것이냐,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아마도 가짜 다이아몬드일 것이라는 둥 헛방만 내지르기 일쑤다. 그 헛발질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주된 이유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목사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피해자에게 막말을 쏟아내거나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드는 못된 짓을 서슴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목사의 성추행을 보도하는 언론에게는 왜 그런 보도를 하느냐, 그 보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는 줄 아느냐고 적반하장이다. 교회 지도자들이여 부디 ‘달’을 제대로 바라보라.
이번 인천에서 벌어진 목회자간 불륜사건의 경우도 그렇다. 목사도 전도사도 사람인 이상 불륜에, 혹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가장 먼저는 당사자들이 목회자로서 저지르지 말아야 할 상황에 빠진 이상 서둘러 목사 전도사를 자진사임했어야 했다. 당사자가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건을 감지한 교회는 감추거나 덮으려 하지 말고 즉각 사임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보고 달을 보지 않으려는 교회의 관성에 기인한 결과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최근 ‘목회자 윤리강령 28’이라는 단행본을 내놓은 바 있다. 기독교 시민운동 단체가 ‘목회자 윤리강령’이라는 것을 제목으로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이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말하는 목회자윤리는 이 시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책이다.
목회자와 성도의 바른 관계, 목회자의 경제생활, 목회자의 성윤리, 목회자의 사회활동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책은 안타까움을 기저에 깔면서 한국교회의 올바른 정화가 너무 절실하고 시급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목회자의 성적 탈선은 신뢰에 대한 배신”이라고 이 책은 규정하면서 예방을 위한 경고와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결론으로 보여주는 28가지 윤리강령은 목회자의 성과 관련해서는 “성을 오용하거나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성도들과 일탈관계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교과서에 싣기에도 부족해 보이는 유치찬란한 단어들로 채우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치유는커녕 사회 일반이 인정하는 기본적인 조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치유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엄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가 주는 벌은 법대로 받게 하면서 교회 차원의 엄격하고도 가혹한 치리가 우선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 다음에 적용되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어렵게라도...
이우석/ 기독교 전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