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배기가스와 에어컨이 내뿜는 열기에 찌들대로 찌 든 심신을 달래는 데는 삼림욕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삼림욕은 각종 살균효과와 함께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진은 축령산의 휴양림 지대. | ||
이럴 때 간절히 그리운 것이 짙은 숲에서 녹음의 냄새와 숲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가까운 숲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듬뿍 마셔 보자. 피톤치드가 발생되어 몸의 신진대사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정서적 안정 효과도 있다는 삼림욕. 숲이 주는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건강 체질로 가꾸어 보자.
울창한 숲을 산책하면서 숲이 내뿜는 향기를 들이마시거나 피부로 접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맑아진다고 한다. 자율신경을 자극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내분비를 왕성하게 하는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녹음이 짙은 숲 속의 나무들은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피톤치드’라는 방향성 물질을 내뿜는데, 바로 이 물질로 인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에 안정이 오며 온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피톤치드란 나무의 생명 활동의 하나다. 피톤치드 작용에서 발산되는 ‘테르펜(Terpene)’과 ‘멘톨(Menthol)’이라는 정유물질의 향을 흡수하거나 접촉하는 것이 바로 삼림욕이다. 소나무 잎을 비비면 맡을 수 있는 향기가 테르펜과 멘톨향이다.
숲 속에는 피톤치드 작용에서 발산되는 테르펜과 멘톨 외에 건강에 좋은 요소들이 풍부하다. 노폐물을 배출해 피를 맑게 해준다는 ‘음이온’도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숲이 주는 이 같은 다양한 효능 때문에 삼림욕이 자연 건강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림욕은 우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임업연구원 천연물화학연구실 강하영 박사와 충북대 수의과 정의배 교수팀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용 쥐에 소나무 잣나무 편백 화백 등 4종의 나뭇잎에서 추출한 정유(나무 생장 호르몬)을 쏘였더니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코르티솔 수치가 20∼50%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폐증 어린이가 1주일 동안 삼림생활을 한 후에 적극성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피톤치드는 살균효과 또한 커서, 신선한 떡갈나무나 자작나무 잎에 결핵균이나 대장균을 주입할 경우 몇 분 안에 균이 죽어 버린다고 한다.
▲ 숲속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이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 치드’는 자폐증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 ||
또한 멘톨이라는 정유성분은 피부나 점막에 접촉되면 시원한 느낌이 나며 기관지 강화와 신경안정에도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적 피로를 해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약효는 40대 이후의 중년층에게 특히 좋으며 자폐증세가 있는 어린이나 우울증에 빠진 노인들에게 자신감과 적극성을 갖게 해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삼림욕을 하면 나무의 피톤치드가 인체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항생 작용을 하며, 신체 각 부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탄력 있는 피부를 가꾸어주고 노화방지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평일에는 집 주변의 산을, 주말에는 이런 장소를 찾아 산림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등산으로 빨라진 맥박을 계곡에서 안정시키면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맥박의 진정이 느린 고혈압 환자들도 이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피가 맑아진다
우리 몸이 피톤치드에 노출되면 몸 속의 혈액이 정화된다. 숲 속을 한동안 산책하고 나서 머리가 상쾌하고 몸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피톤치드가 혈액의 활동을 왕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체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피톤치드의 작용으로 혈액이 맑아지면 자연히 세포가 젊어진다. 쌓여 있던 노폐물이 신속하게 배출되고 신선한 영양이 공급되므로 모든 기능이 활발해진다. 특히 피톤치드는 칼슘과 나트륨을 활성화시키는데, 혈액에 칼슘이 충분히 공급되면 심장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혈액이 정화되고 각 세포가 튼튼해지면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조금만 활동해도 쉽게 지쳐버리는 약한 체력이 강해지고 몸의 자연 치유력이 살아난다.
▲자율신경이 살아난다
신선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삼림욕을 자주 해주면 자율신경 실조증 같은 질환 이 크게 호전된다. 이외에 도시가 뿜어내는 각종 유해물질을 정화해주는 작용도 크다. 한 예로 배기가스에 함유된 아황산 가스는 나무의 호흡작용을 통해 축적되고 낙엽이 되어 흙으로 환원된다.
[언제 - 봄부터 여름, 정오 무렵이 가장 좋다]
삼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침엽수의 생장 개시기와 온도와 습도가 가장 높은 한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삼림욕은 봄에서 여름에 걸쳐서 하면 좋다. 겨울철에는 생장기보다는 테르펜의 발산량이 약간 떨어지지만 여전히 호흡을 통해 테르펜을 뿜어내기 때문에 삼림욕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루 중에서는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내는 오전 10시∼12시가 가장 좋고 아침해가 비치는 6시 전후에도 좋다. 날이 밝으면서 테르펜의 분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단, 새벽 4∼5시경 동트기 전에는 나무들이 밤새 쏟아낸 이산화탄소가 숲 바닥에 남아 있고 테르펜도 덜 분비되므로 산림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는 나무도 자고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 때문에 바람이 없는 맑은 날이 좋으며,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가 피톤치드의 발산량이 많다. 삼림욕을 할 때는 적어도 3시간은 숲 속에서 지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디서 - 산밑이나 산꼭대기보다 계곡이 좋다]
산밑이나 바람이 강한 산꼭대기보다 바람이 몰리는 산중턱이 훨씬 효과적이다. 습하고 움푹 패인 곳에서는 테르펜이 바로 날아가지 않고 오랫동안 머무른다. 우리가 계곡에서 짙은 소나무 향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계곡에는 음이온이 많으며, 물 흐르는 소리는 체액을 활성화시키고 심리를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어 삼림욕을 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어떤 나무 - 활엽수림보다는 침엽수림이 좋다]
모든 숲이 모두 같게 테르펜을 내뿜는 것은 아니며, 피톤치드 작용이 활발한 나무가 많은 비율을 차지할 때 테르펜 농도가 높아진다. 다른 식물도 테르펜을 분비하지만 활엽수보다는 침엽수, 어린 나무보다는 수명이 오래된 나무에 피톤치드 작용이 더 활발하다. 종류별로는 잣나무-소나무-삼나무-전나무순이다.
소나무보다 테르펜 발산량이 높은 나무는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무 중 구상나무가 테르펜 발산량에서 단연 으뜸이지만 지리산이나 덕유산,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나무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삼림욕을 한다고 하면 역시 소나무 숲이 가장 적당하다.
또한 소나무는 우리에게 친근하므로 사람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만족감도 동시에 준다. 테르펜 함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혜민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