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니어바둑리그가 14라운드 42경기, 총 126국의 정규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 7월 6일까지 14라운드를 모두 마친 가운데 상주 곶감(감독 천풍조)이 10승 2패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고, 8승 4패의 인천 예림도어(감독 유병호)가 2위, 6승 6패의 영암 월출산(감독 한상열)이 3위에 올랐다. 마지막 한 자리는 6일 14라운드 최종전 서울 충암학원-음성 인삼의 대결에서 판가름 났는데 음성 인삼이 2-1로 승리하면서 4위를 확정지었다(6승 6패로 영암과 동률이지만 개인 승수에서 영암이 앞섰다). 3-0으로 승리할 경우 4위가 가능했던 서울 충암학원은 선수들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듯 오히려 좋지 않은 내용을 보이며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지난 3월 20일 시니어리그가 개막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버티고 있는 영암 월출산과 ‘젊은 피’ 유창혁 9단의 서울 충암학원이 꼽혔다. 그런데 조훈현 9단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빠져나가고, 충암학원 동료들이 유창혁 9단을 받쳐주지 못하면서(주장 유창혁 9단이 8승 3패를 기록했지만, 2장 조대현 9단이 3승 9패, 3장 정대상 9단도 4승 7패에 그쳤다) 상위권 순위표가 요동쳤다.
서봉수 9단(왼쪽)과 서능욱 9단의 대결이 초대 시니어바둑리그 우승컵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서봉수 9단이 분전한 상주 곶감이 선두에 올랐고, 전력이 고른 인천 예림도어가 2위, 조훈현 9단이 남긴 유산(6승 1패)을 가까스로 유지한 영암 월출산은 3위를 확정지었고, 음성 인삼이 간발의 차이로 서울 충암학원을 제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4팀이 확정됐다.
상주 곶감의 정규리그 1위 등극에는 주장 서봉수 9단의 역할이 가장 컸다. 서 9단은 처음 4경기 까지는 1승 3패로 부진했다. 초반 부진할 때 기자에게 “몸이 하도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라고 하더라. 정말 아팠다. 아프니까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당연히 바둑도 안 되더라”며 울상이었던 서 9단은 대상포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다음부터 8연승을 질주하며 팀을 선두자리에 끌어올렸다. 이중에는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에게 거둔 승리도 포함돼 있다. 상주 곶감은 서 9단의 뒤를 받치는 2장 백성호 9단(7승 5패)과 김기헌 6단(6승 4패)의 전력도 탄탄해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개막 전 4강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천 예림도어는 예상대로 2위에 올랐다. 서능욱, 장수영, 박승문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전체 7개 팀 중 가장 짜임새 있다는 평을 듣는다. 서능욱 9단(4승 8패), 장수영 9단(7승 5패), 박승문 7단(10승 2패) 3명이 21승을 합작했다. 서능욱 9단의 부진이 걸리는 대목이지만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과 주장전에서 각각 두 번씩 겨뤄 얻은 기록이고, 큰 승부에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우승후보로 손색없다.
7개 팀이 14라운드 총 126국을 소화한 시니어바둑리그. 사진은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대국장 전경.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영암 월출산은 조훈현 9단의 공백이 못내 아쉽다. 영암은 조 9단이 건재하던 8라운드까지는 6승 2패로 선두 자리를 지켰지만, 조 9단이 빠져나가고 후보 선수 황원준 9단이 나서면서 3연패, 3위로 내려앉았다. 오규철 9단과 김종수 8단이 각각 8승 4패, 6승 6패로 자기 몫을 해내고는 있지만 주장전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워 우승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바둑TV에서 시니어바둑리그 해설의 이현욱 8단은 우승팀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상주 곶감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조훈현 9단이나 유창혁 9단이 버티고 있는 팀이 올라온다면 모르겠지만 두 기사가 모두 빠지는 상황이라면 서봉수 9단이 이끄는 상주 곶감이 원톱이라 할 만하다. 상주는 초반 서봉수 9단이 부진할 때도 다른 선수들의 활약으로 상위권을 유지한 팀이다. 구성원 모두가 승률 5할을 넘기는 것도 상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만일 상주 곶감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마 인천 예림도어 때문일 것이다. 인천은 3장 박승문 7단이 3지명 그룹의 박정환이다. 10승 2패로 다승부문 선두인데 어떻게 보면 서봉수 9단보다 더 확실한 필승 카드다. 그렇다면 서능욱, 장수영 9단 중 한 명만 승리하면 되는 셈이니 인천도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라고 본다”고 포스트시즌을 전망했다.
2016 시니어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상위 4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며 챔피언결정전은 3전 2선승제로 치러진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 주관하는 2016 시니어바둑리그의 총 규모는 4억 1000만 원. 팀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500만 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의 승자는 50만 원, 패자는 30만 원을 받는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