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는 버스가 모자라 트럭용 버스에 매달려도 간다. 우기철에는 창문 없는 버스 안에서 우산을 받쳐들기도 한다.
[일요신문] 인도차이나를 여행한 사람도 미얀마에 오면 놀라는 게 있습니다. 우선 공항에서도 정전이 될 때가 있습니다. 국내선 항공을 타면 출발시간 전에 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객이 다 타면 10분, 20분 전에도 이륙해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거리에는 한국산 중고버스가 다니는데 노선을 지우지 않고 다닙니다. 그래서 종로나 불광동, 해운대 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버스가 부족해 출퇴근 시간에는 트럭에 빼곡히 매달려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우기라 창문없는 버스도 있어, 비가 들이쳐 우산을 받치기도 합니다.
한 고등학생이 읽고 있는 한국 소설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다. 저 아이는 이천수 유니폼을 어디서 구했을까.
한류 바람으로 드라마나 가요도 인기가 있지만 한국소설이 번역되고 한국의 김치나 김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찜질방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이 나라 국민들은 인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오랜 관습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잘하도록 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약속시간도 잘 지키지 않아 한국인들이 오해를 많이 합니다. 시간에 대해선 아주 관대합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자주 화를 내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어른들 앞에서는 팔짱을 낍니다. 상대방에 대한 복종과 신뢰를 표현하는 자세입니다. 우리와 다른 관습이 많이 있습니다.
새벽이면 스님들의 탁발 행렬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새벽거리에서는 스님이나 동자승들의 긴 탁발행렬을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깊은 산속에는 고산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이 나라는 공식적인 부족 135부족이 삽니다. 부족끼리의 결집력이 대단합니다. 언어도 각기 다릅니다. 알파벳을 언어로 쓰는 부족도 있습니다. 장례식에 수천 명이 모이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사원에 가면 물을 붓는 의식을 자주 봅니다. 자신을 정화하며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담습니다. 4월에 열리는 최대 명절 ‘띤잔 물축제’ 때에는 온거리가 물로 뒤덮입니다. 서로에게 물을 퍼부어 축하를 합니다. 지나가는 여행객도 물세례를 받습니다.
양곤 다운타운에 있는 주식거래소 전광판.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장기업이 달랑 2개. 곧 외국인에게도 오픈한단다.
양곤 다운타운에 있는 주식거래소 안 전광판. 주식시장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장기업이 2개뿐입니다. 직원들은 곧 외국인에게도 오픈한다고 자랑합니다. 금융시장도 곧 개방될 예정입니다. 진출이 확정된 한국의 은행들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외국인들에겐 금융활동이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통장을 개설할 수 있지만 송금수수료가 너무 비쌉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새 정부가 아직도 인수인계를 하는 중입니다. 많은 변화와 개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 군부의 통치에서 벗어난 미얀마는 지금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미얀마에서 팔짱은 상대방에 대한 복종과 신뢰를 표현한다. 어른들 앞에서 아이들이 팔짱을 껴 한국인들이 자주 오해한다.
밀림 속의 오랜 침묵의 시간. 그 시간 속을 미얀마 국민들은 총총히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 그래서인지 무덥고 지치지만 작은 웃음이 넘칩니다. 오랜 불교문화의 전통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