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드라마 돌풍을 주도한 두 스타 작가, 김은숙(왼쪽)과 박지은이 11월 나란히 차기작에서 화려한 볼거리를 더할 예정이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숙 작가는 11월 케이블채널 tvN을 통해 새 드라마 <도깨비(가제)>를 선보인다. 박지은 작가 역시 11월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로 시청자를 찾는다. 방송 시간까지 겹칠 가능성은 적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두 명의 스타 작가가 같은 시기 신작을 공개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흔한 풍경이 아니다. 단순한 ‘기록’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 작가의 이름을 건 자존심 대결이기 때문이다.
# 김은숙 VS 박지은은 누구?
두 작가의 맞대결이 방송가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그동안 만들어낸 숱한 ‘기록’ 때문이다. 이들이 쓰는 드라마는 화제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뒤흔드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새로운 한류스타들도 이들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김은숙 작가는 최근 방송한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한류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한 첫 번째 드라마로서, 중국어권에서 ‘태후 열풍’을 만들었고 특히 주인공 송중기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물론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내놓기 전부터 스타로 통했다. 2004년 박신양·김정은의 <파리의 연인>으로 시작해 2010년 하지원·현빈의 <시크릿 가든>, 2012년 장동건의 <신사의 품격>과 2013년 이민호·박신혜의 <상속자들>까지 집필하는 드라마로 전부 ‘신드롬’을 만든 실력자다. 이런 성과에 이어 내놓는 신작 <도깨비> 역시 시청률이 보장된 드라마로서 기대의 시선을 받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태양의 후예>보다 먼저 중국의 관심을 한국 드라마와 한류스타가 집중하게 만들었다. 2014년 2월 방송한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을 과시했고 이후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까지 이끌었다. 국내 드라마 제작진의 중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도 <별에서 온 그대>부터다
그런 박지은 작가는 지난해 KBS 2TV가 방송한 드라마 <프로듀사>로 다시 실력을 입증했다. 특히 한류스타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프로듀사>까지 함께 하면서 박지은 작가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제 박지은 작가는 ‘스타들이 더 좋아하는 스타 작가’로서 명성을 쌓고 있기도 하다.
# ‘도깨비’ VS ‘인어’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가 11월 나란히 내놓는 드라마의 장르는 판타지 멜로다. 물론 두 작가가 그동안 내놓은 드라마들을 통해 멜로와 로맨스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드러내왔다. 이번에는 그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판타지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극의 주인공부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는 드라마 제목 그대로 도깨비가 주인공이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인 아내가 필요해진 도깨비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저승사자가 동거를 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물론 배경 등 전부 가상의 설정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방송가에서는 “그동안 현실적인 소재와 인물에 집중해왔던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 삼아 더욱 과감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김은숙 작가가 오랫동안 드라마로 만들려 준비해온 소재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시청자가 좋아하는 요소를 가장 잘 아는 작가인 만큼 대중의 눈높이를 정확하게 겨냥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진다”고 밝혔다.
박지은 작가의 선택은 ‘인어’다. 서양만화의 주인공으로 익숙했던 그 캐릭터다. 현재 대본 집필 작업이 한창인 <푸른 바다의 전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수록된 인어와 관련한 이야기를 현대극으로 옮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인공 인어를 중심으로 그녀가 겪는 사랑과 모험을 그린 판타지로맨스로 알려졌다.
불멸의 존재,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박지은 작가의 호기심은 이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통해 더욱 본격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을 외계인으로 설정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판타지의 성격을 좀 더 과감하게 더한다.
<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이르면 9월부터 차례로 촬영을 시작한다. 제작진은 판타지 장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해외 로케를 선택하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와 인물을 그리기 위해 <도깨비>는 캐나다를, <푸른 바다의 전설>은 호주 로케를 추진하고 있다.
# 한류스타도 선호하는 인기 작가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제작진이 가장 ‘골머리’를 앓은 부분은 스타의 캐스팅이다. 제작진이라면 누구나 파급력 강한 톱스타, 특히 한류스타를 선호하기 마련. 하지만 몸값 높고 콧대는 더 높은 스타들이 제작진의 바람처럼 쉽게 움직일 리 만무하다. 제작진이 입을 모아 “배우 캐스팅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김은숙, 박지은 작가에게는 예외다. 두 작가는 신작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미 한류 톱스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배우들이 먼저 이들 작가와의 호흡에 욕심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도깨비>의 주인공은 배우 공유다. 최근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대작 <부산행>과 <밀정> 등 영화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김은숙 작가의 협업 제안에 큰 망설임 없이 출연을 확정했다. “공유의 오랜 팬”이라는 작가의 설득도 그를 <도깨비>로 이끌었다. 공유의 상대 역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20대 여배우 김고은이 맡아, 화려한 출연진을 꾸렸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캐스팅만으로도 ‘블록버스터 급’이다. 전지현과 이민호가 남녀 주연을 맡는다.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녀 한류스타인 이들은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쪽으로 일찌감치 뜻을 모았다. 특히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전지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어 역을 소화한다. 올해 2월 아들을 출산하고 복귀하는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어느 때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