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신체가 노화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체내에서 발생하는 유해 활성산소를 잘 제거해주면 노화 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사진은 봉사 활동으로 활력있는 노년생활을 보내고 있는 자원봉사 노인들. | ||
그간 질병을 다스리는 연구에 편중돼 있던 현대의학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무병장수의 비결이다.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질병없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찾느라 분주했다.
그 결과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일종의 질병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노화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유해산소를 다스리는 건강법이다.
인간은 각종 영양소를 에너지로 살아가는 생명체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기본 에너지 외에 각종 비타민 미네랄 효소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유전자 등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생명활동을 유지한다.
모든 요소들의 작용 사이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각 요소들을 통제하는 생화학적인 질서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명활동을 유지해 나간다.
생명활동은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와 같다. 우리가 먹고 호흡하는 음식물과 산소는 이 발전소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연료)인 셈이다.
그런데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울 때 매연과 재가 남겨지는 것처럼, 미토콘드리아가 생명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찌꺼기와 매연이 발생된다. 이때의 매연에 해당하는 것이 유해산소다. 유해산소는 발전소의 매연이 그러한 것처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유해산소란 산소가 영양분을 연소시킨 뒤 원소안의 전자 균형을 잃어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진 활성산소를 말한다. 이 활성산소는 안정을 찾기 위해 인체 세포들을 기웃거리며 세포막을 뚫고 DNA를 공격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진 암도 이 활성산소가 정상적인 세포에 침입하여 산화를 부채질한 결과 DNA변이가 일어나 생긴다.
노화방지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노방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유해산소는 퇴행성 질환이나 암, 노화, 치매, 당뇨병 동맥경화 등 수많은 질환의 원인이 된다”며 “지속적으로 세포의 산화가 일어나면서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해산소의 영향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유해산소를 만들어낸 미토콘드리아다. 발전소 가득 매연이 들어차 발전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와 같다. 그대로 방치되면 발전소 자체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명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인체는 본래 세포안에서 발생되는 유해산소를 스스로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항산화 효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인체는 몸안에 있는 다른 여러 물질들을 동원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해산소의 산화활동을 막는 ‘항산화 물질’들이다.
체내 시스템에 과다한 부하가 걸리거나 시스템 자체가 부실해지면 더이상 활성산소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없게 되므로 세포는 노화로 접어들게 된다. 20대를 넘기면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화연구의 한 갈래로서, 인간의 노화가 결정적으로 유해산소를 잘 제거하지 못한 데서 온다고 보는 견해를 이른바 ‘유해산소설’이라 한다.
그동안 노화 원인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유해산소설은 50년 이상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화 원인의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해산소가 노화 및 질병 발생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실험 연구를 통해 입증돼 있다.
호흡하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만으로도 매일 1백억개의 유해산소가 만들어진다. 체내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유해산소들이 쌓이고 쌓여 인간을 늙게 한다는 것이 유해산소설의 핵심이다.
따라서 유해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우리 몸의 항산화시스템을 최대한 활성화시킨다면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각종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유해산소설을 지지하는 노화학자들의 믿음이다.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산화물질에는 우리 몸안에서 생성되는 것(SOD, 카탈라제, GSH, 알부민 등)과 식품을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 것(베타카로틴, 비타민C, 비타민E, 셀레늄, 폴리페놀) 두 가지가 있다.
젊어서는 항산화물질이 활발하게 생성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20대 이후 서서히 항산화시스템의 활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40대에 이르면 항산화제 생성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유해산소가 덜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거나 항산화제를 열심히 보충해주고 항산화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많은 노화학자들은 체내에서 자연 생성되는 항산화물질이 외부로부터 인공적으로 공급해주는 항산화물질보다 더 효용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체내 생성이 활발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 외부로부터의 공급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항산화물질을 꾸준히 먹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수명이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권용욱 원장은 “항산화제 섭취는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섭취함으로써 퇴행성 질환이나 노화, 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인위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는 비타민E(토코페롤), 비타민C, 비타민A와 각종 미네랄 성분이다.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산화비타민 섭취가 유해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동물실험에서는 입증되었다. 그것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의 여부는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된 바 없지만 대다수 의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비타민C의 하루 권장량은 60mg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이 식사를 통해서만 매일 비타민C 60mg을 섭취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비타민 보충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권 원장은 “비타민C 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필수량 이상으로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며 “노화방지를 위해서는 하루 800mg까지 충분히 먹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항산화비타민들은 독자적인 항산화작용 외에도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균형잡힌 식사와 함께 비타민C와 E를 복합해 먹는 것이 좋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특히 항산화비타민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흡연자의 경우 항산화 기능이 떨어져 각종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보다 빨리 늙는다. 흡연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비타민C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3월, 푸에르토리코대학의 앨런 프레스턴 박사는 영양학 전문지 <임상영양학 저널>에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C의 양은 비흡연 부모를 둔 아이나 흡연 부모의 아이가 거의 같았지만 체내 비타민C의 양은 후자쪽이 떨어졌다며 흡연이 비타민C의 고갈을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배를 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감귤, 딸기, 브로콜리, 감자 등 비타민C 함유량이 높은 식품을 적극 섭취하는 한편 비타민 보충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
흡연으로 인한 항산화비타민 감소와 그로 인한 DNA 손상을 억제하는 데에는 녹즙도 효과적이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는 녹즙이 인체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흡연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임파구 DNA의 손상을 30% 정도는 막아준다고 발표했다.
적당한 운동도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나이가 든 후에도 운동을 시작하면 신체 균형은 물론 근력도 향상시켜 골다공증, 골절 위험이 줄어든다. 운동은 너무 과한 것보다 빨리 걷기,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그러나 유산소 운동만 하다보면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력 운동도 필요하다.
권용욱 원장은 “정작 근력운동이 필요한 노인이나 여성들의 경우 근력운동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령들기나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 강화하는 것도 노화방지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체조나 요가 같은 유연성 운동까지 하면 더욱 좋다.
그러나 운동량이 지나치면 오히려 유해산소 발생량이 훨씬 많아져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노화와 질병을 부채질한다. 실제로 격렬한 운동을 하는 직업 선수들의 수명은 보통 사람에 비해 짧다는 것이 여러 통계연구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